정기 주주총회서 연구개발 역량 재차 강조
신약 개발로 장기적인 수익원 확보 목표
연구개발비 큰 폭으로 늘린 유한양행
셀트리온 4000억 넘는 투자 단행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R&D)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신약 개발이 곧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제약·바이오 분야에서 연구개발 확대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 잡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공통적으로 연구개발 확대를 언급했다.
올해 정기 주총에서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한 한미약품그룹은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해 창업주의 경영 철학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한미약품그룹 전문경영인 체제에서 중심 역할을 맡게 된 김재교 한미사이언스 대표는 지난 26일 주총이 끝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제약업의 정체성을 ‘연구개발 신약’으로 규정했다.
김 대표는 “(제약사는) 연구개발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국내 5대 제약사는 지금껏 (그 부분을) 강하게 하기에 아쉬움이 있었다”며 “결국 우리가 연구개발을 어떤 방법으로 하는지가 핵심이라고 생각하고 효율성 있는 방법에 대해 많이 고민해 이에 대한 전략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체질 개선에도 나섰다. 부광약품은 지난 28일 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 조달되는 자금을 연구개발 운영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개발 역량을 강화해 신제품 개발, 기존 제제 개선 연구, 합성 신약 연구에 속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이제영 부광약품 대표이사는 지난 26일 개최된 정기 주총에서 “글로벌 신약 개발과 새로운 파이프라인 도출을 통해 중장기 수익성을 확보하겠다”며 지속적인 연구개발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연구개발 투자 크게 늘린 유한양행·셀트리온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연구개발은 신약 개발을 위한 필수 요건이다. 신약이 사업의 직접적인 동력이 되는 만큼 기업들은 연구개발 투자도 점차 확대하고 있다. 연구개발 비용에는 재료비, 장비비, 인건비와 함께 임상 시험에 들어가는 비용까지 포함된다.
지난해 조 단위의 매출을 기록한 6개의 제약 기업 중 가장 큰 폭으로 연구개발비가 늘어난 기업은 유한양행이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연구개발비로 2688억원을 사용했다. 2023년 대비 38% 증가한 수준으로 전통 제약사 중에서 가장 많은 비용을 투입했다.
유한양행은 현재 연구 조직을 세분화 해 종 447명의 인력을 운용하고 있다. 유한양행의 목표는 항암제 ‘렉라자’에 이은 차세대 혁신 신약 개발에 있다. 유한양행은 올해부터 매년 1건 이상의 기술 수출을 달성하고 2건 이상의 신규 임상에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조욱제 유한양행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수익 구조 안정화와 함께 신약 개발 등 핵심 과제에 선택과 집중을 통해 조기 성과를 창출하고 이를 기반으로 연구개발에 다시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확립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조 단위 매출의 바이오 기업 중에서는 셀트리온이 연구개발에 가장 많은 비용을 투자하며 사업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기존 바이오 시밀러(복제약) 중심의 사업 모델을 넘어 신약 개발과 CDMO(위탁개발생산) 사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연구개발비를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셀트리온은 연구개발 부문에 전년 대비 26% 늘어난 4346억원을 사용했다. 셀트리온은 현재 총 700명이 넘는 전문 인력을 연구개발, 제품개발, 데이터사이언스 등 세 개 부문에 배치하고 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ADC 신약, 다중항체 신약 등 2028년까지 총 13개의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한다는 목표 아래 차세대 신약 파이프라인 임상을 본격화할 계획”이라며 “글로벌 신약 기업으로 도약하는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