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색채 치유

2025-06-17

한영조 제주숲치유연구센터 대표/산림치유지도사

6월 어느 맑은 날이다. 햇빛이 강하게 비친다. 눈이 부실 정도다. 오름 중턱 넓은 잔디광장에도 마찬가지다. 지상 공간을 하얀 투명색으로 채운다. 하늘은 하얀 구름으로 살포시 덮인 파란색이다. 곳곳에는 하얀 구름 덩어리가 있다. 그러나 땅의 흙은 하늘색과는 다르다. 회갈색이다. 낙엽이 쌓인 곳은 검회색이다.

지상 공간에는 식물이 자란다. 풀과 나무다. 땅바닥을 점령한 잔디는 초록색으로 흙의 회갈색을 감춘다. 나무들도 키재기 경쟁이다. 땅과 연결된 기다란 줄기 색은 흙색과 닮았다. 흙에서 탄생했기에 본색을 간직하고 있다. 그러함에도 줄기 색은 나무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다. 소나무는 짙은 검회색이다. 아까시나무는 옅은 검회색이다. 동백나무는 회색이다.

그런데 나뭇잎은 초록색이다. 줄기 색과는 대조적이다. 잎의 색도 차이가 있다. 예덕나무 새잎은 옅은 붉은색이다. 묵은 잎은 초록색이다. 굴거리나무 새잎은 연두색이다. 아까시나무도 마찬가지다. 연두색은 여름이 짙어갈수록 진한 초록색으로 변한다. 가을이 되면 초록색마저 걷어내고 알록달록 붉은색이나 갈색으로 돌아간다. 마지막에는 겨울과 함께 흙의 회갈색으로 잠든다.

이렇게 우리는 끊임없이 색채와 마주하고 있다.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 눈을 뜨는 순간부터 색채를 보고 사물을 인식한다. 색채를 벗어나서는 활동이 어렵다. 길을 따라갈 수 있는 것도 색채가 있기 때문이다. 나무나 잔디나 거대한 바위를 보는 것도 그렇다. 색채가 있어 숲에서 활동할 수 있다.

숲색채는 햇빛 파장의 작품이다. 그것은 7가지 무지개색이다. 우리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이다. 햇빛 파장은 대기 공간에 떠다니는 각종 미세먼지나 기체 입자와 부딪히면서 산란하고 흡수하고 색채로 나타난다. 그렇게 만들어진 색채가 하늘과 바다의 파란색이고 일출과 일몰의 붉은색이다.

햇빛 파장은 식물마다 가지고 있는 색소와도 부딪힌다. 그러면 햇빛 파장은 그 색소 색채만 표출한다. 꽃에 빨간색 색소가 있으면 햇빛은 빨간색만 산란시킨다. 보라색 색소가 있으면 보라색만 드러낸다. 나뭇잎의 초록색도 초록색 색소가 있기 때문이다. 잎의 초록색은 광합성 과정에서 사용하지 못해 버려진 색소다. 초록색이 짙은 여름철은 광합성 공장이 가장 바쁜 시기다. 그만큼 버려지는 초록색 찌꺼기도 많다.

이외에도 숲색채는 기온에 따라 변한다. 가을에 아름다운 단풍이 들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하루의 기온 변화가 일정하게 유지되면서 추워지면 붉은색이 곱다. 만약에 가뭄이 들거나 비가 많이 오거나 기온이 들쭉날쭉하면 색소가 불규칙하게 파괴되면서 곱지 않다. 제주 단풍이 대체로 곱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이렇듯 햇빛은 숲색채를 다채롭게 조합한다. 어느 하나의 색만 도드라지게 만들지도 않는다. 밝은색이 있으면 어두운색을 넣는다. 유채색이 심하면 무채색을 섞어 잠재운다. 같은 초록색이라도 연초록에서 진초록까지 농도를 다양하게 조합한다. 또는 상극처럼 대비되는 색을 배치하지도 않는다.

이는 균형과 조화에 기반을 둔 숲색채 조합이다. 그러기에 숲색채는 은은하고 안정적이고 포근하다.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다. 오히려 보고 싶고 또 보고 싶다. 그것이 우리를 유혹하는 숲색채 치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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