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섬 경쟁 시대의 비즈니스 상생 전략

2025-04-30

현정석 제주대학교 경영정보학과 교수/논설위원

최근 미국 정부가 발표한 대규모 관세 인상 조치는 세계 경제에 큰 충격을 주었다. 미국 정부는 무역적자 해소를 이유로 거의 모든 수입품에 최소 10%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전세계적으로 관세 전쟁의 서막이 올랐다. 미국 정부의 보호무역적 접근은 단순한 통상정책 변화를 넘어, 기업 간 거래 관계에서 단기적이고 경쟁적인 시장거래 논리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전환기를 맞고 있다.

전통적으로 미국 자동차 기업들은 공급업체를 가격 압박 대상으로 삼고 단기계약을 반복해 왔다. 최저가 입찰을 통한 조달과 품질 문제의 전가, 그리고 공급업체 간 경쟁을 부추기는 방식은 거래비용 상승과 공급망 불안정, 품질 저하를 초래했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정책 역시 이러한 단기거래 중심 사고를 국제 무역으로 확장한 결과이다. 협력적 조정 대신 단기적 이익 확보와 일방적 압박에 집중하면서, 국제무역 당사자들은 불확실성과 비용 증가 부담을 떠안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주목해야 할 이론이 ‘거래비용경제학’이다. 이 이론은 경제 주체가 상대방의 기회주의적 행동 가능성을 전제로 삼고, 이를 억제할 제도적 수단을 갖추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거래비용 관점에서 기업은 첫째, 생산 거점과 공급망을 지역별로 다변화해 특정 시장에 집중되어 있는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둘째, 공급계약서에 관세 인상 등 예측 불가능한 외부충격 발생 시 비용 분담 조항을 명문화해 일방적 손실을 방지해야 한다. 셋째, 다자간 무역체제와 지역 경제 블록에 적극 참여해 강대국의 일방적 정책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집단적 방어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 세 가지 조치는 단기적 위험을 줄이는 것은 물론, 장기적 불확실성 관리에도 필수적이다.

그러나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거래 관계를 단기 가격 경쟁이 아닌, 장기적 신뢰와 협력 기반 위에 재설계하는 것이다. 이 점에서 일본 도요타가 보여준 공급망 전략은 큰 교훈을 준다.

도요타는 1960년대 초부터 공급업체와 장기 협력관계를 구축해 왔다. 단순히 가격 인하를 요구하는 대신, 품질 개선과 원가 절감이라는 공동 목표를 향해 함께 노력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핵심은 ‘원가절감 이익공유’ 제도다. 예를 들어, 초기 부품 생산 가격을 1200엔으로 설정한 뒤, 공급업체가 생산원가를 1100엔으로 절감하더라도 도요타는 1150엔을 지급해 성과를 공정히 나누었다. 이후 원가가 1080엔으로 추가 하락해도 이 가격을 유지함으로써, 공급업체의 자발적 개선 노력을 유도했다. 도요타는 이익을 공유함으로써 공급업체의 일탈 유인을 제거하고, 고비용 감시와 계약 갱신 절차를 최소화했다. 이는 거래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공급망 전체의 품질과 유연성을 높이는 결과를 낳았다. 거래비용경제학 관점에서 도요타 모델은 기회주의를 억제하고 협력관계를 구축한 대표적 사례로 평가된다. 

세계가 다시 보호무역주의로 회귀하는 오늘, 기업들은 단기적 제로섬 경쟁을 넘어 장기적 협력관계로 나아가야 한다. 상생의 비즈니스야말로 불확실성 시대에 생존하고 성장하는 강력한 전략이다. 기업 간 거래비용을 줄이려면 상호 신뢰를 구축해야 하고, 상호 신뢰를 유지하려면 성과를 공유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상생협력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제로섬 경쟁 시대를 이겨낼 기업의 생존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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