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부정적 60% “준비절차 너무 많아”
비용 아끼며 부부 혜택에 이용 긍정적
전문가 “현금 지원은 출산율 제고 한계”
결혼과 출산에 대한 현금성 지원 방식은 출생률을 올리는 근본적인 해법이 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결혼하지 않아도 같이 사는 동거인과 관계를 법적으로 인정하는 ‘동거돌봄제도’가 결혼에 대한 부담감을 낮추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세계일보가 데이터 컨설팅 기업 PMI와 설문조사한 결과 결혼이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일이 된 만큼 동거돌봄제도를 사실상 ‘약혼’과 같은 제도로 활용하고 싶다는 목소리가 컸다. 해당 설문조사는 지난달 4일부터 7일까지 4일간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유를 묻는 모든 문항에는 중복 응답이 허용됐다.
결혼 의향이 있으면서 동거돌봄제도도 이용하겠다고 답한 사람은 전체 1000명 중 430명(43%)이었다. 이들을 대상으로 그 이유를 묻자, 53.3%가 ‘결혼 전 같이 살아도 괜찮을지 알아볼 수 있음’이라고 답했다.
다른 응답으로는 ‘결혼 의향은 있지만 사회적으로 ‘부부’에 준하게 인정받는다면 굳이 결혼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음’(52.8%) ‘신혼부부에게 주어지는 혜택이 비슷하게 주어진다면 굳이 결혼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음’(44.7%) ‘결혼에 필요한 절차와 비용을 아끼고 싶음’(41.6%)이 뒤를 이었다.
이는 결혼에 대한 부담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의 결혼 문화를 부정적으로 본다고 답한 이들(185명)에게 그 이유를 묻자, ‘결혼을 준비하면서 거쳐야 할 과정이 너무 많음’(60%)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경제적 부담’ 때문이라는 응답도 절반 이상(56.8%)이었다. 그밖에 ‘챙겨야 할 가족이 생기는 것이 부담됨’(37.3%) ‘결혼 제도의 가부장성’(28.6%) ‘관계를 정리하기 어려움’(14.1%)이라는 응답도 있었다.
동거돌봄제도는 출산 지연 문제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응답자 1000명 중 40.7%는 동거돌봄제도 관계에서 출산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유로 ‘결혼하지 않아도 아이를 낳아 가족으로 인정받을 수 있음’(71.5%) ‘출산 양육을 하다 추후에 결혼해도 됨’(68.6%) 등을 꼽았다.
전문가들은 타인과 결합을 두고 청년층이 느끼는 부담을 낮추기 위해 동거돌봄제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현금성 지원이 도움이 될 순 있지만 결혼에 대한 절대적인 부담감은 그대로라는 것이다.
국회에서 동거돌봄제도를 연구하고 기획했던 황두영 보좌관(더불어민주당 장철민 의원실)은 “어떻게든 결혼을 시키는 게 지금까지 정책적 목표였지만 젊은이들이 결혼이 불필요하다고 말하는 상황에서 근원적 고민을 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황 보좌관은 “가족정책이 사람들에게 가족이 있으니 참 좋다는 감각을 회복시키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데 동거돌봄제도가 그 방법이 될 수 있다”며 “기존 방식은 사람들이 찾지 않는 결혼이라는 상품에 할인 쿠폰을 붙이며 파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윤준호·박유빈·안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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