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의 식량난과 빵나무

2024-10-10

[전남인터넷신문]카리브해 국가들은 대부분 식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카리브해 히스파니올라섬의 서쪽 부분에 있는 국가인 아이티 또한 식량의 8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최근 심각한 식량난에 빠져 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9월 30일(현지 시간) 홈페이지 보도자료에서 “아이티 인구 절반에 달하는 540만여 명이 기아에 직면해 있다.”라고 밝혔는데, “대참사 수준의 굶주림”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다.

서반구 최빈국으로 수십 년간 빈곤, 자연재해, 정치적 불안정에 시달려온 아이티에서는 2021년 7월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 피살 이후 사실상 ‘무법천지’로 전락하면서 갱단 폭력이 일상화되어 있다. 갱단들은 계속해서 부족한 식량 수입과 공급망을 교란시켜 주민들이 기본적인 필수품을 구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그로 인해 식량이 현재 가계 지출의 70%를 차지하게 됐다.

아이티처럼 식량의 수입의존도가 매우 높으면서도 지구온난화에 의해 주요 주식 곡물을 키우기가 점차 어려워지고 있는 열대와 아열대 지역에서 주목되는 작물이 하나 있다. 그것은 빵나무(Artocarpus altilis)이다.

빵나무의 원종은 뉴기니와 마르크 제도이다. 대항해 시대에 세계의 열대 지역에 반입되었으며, 카리브해의 섬들에 이입된 것은 18세기 후반이다. 당시 영국은 노예에게 빠르고, 간편하게 먹일 수 있는 작물을 찾고 있었는데, 빵나무가 이에 합당해 카리브해의 섬들에 퍼졌다.

그런데 빵나무는 노예 음식이라는 인상이 강했기 때문에 현지 주민들은 빵나무를 무시했다. 또한 새로운 식량은 노예의 입에 맞지 않고, 노예들은 자기주장의 수단으로서 빵나무 열매의 식용을 거부하기도 했다. 그래서 풍부한 빵나무 과실은 땅에 떨어지고 썩거나 돼지 먹이로 취급받았다. 지금은 식민지 음식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애용되는 존재가 되었다.

오늘날 빵나무를 재배하는 나라는 남아시아에서 동남아시아, 대양주, 카리브해에서 중앙아메리카, 아프리카에 이르는 90개국 정도이다. 빵나무를 주식으로 하는 문화는 많다. 나무는 가볍고 견고해 선박용, 주택의 목재로 활용되어 왔다.

빵나무는 더운 기후와 악조건의 환경에서 잘 자란다. 열매는 영양가가 높다. 미량영양소와 비타민이 풍부하고 비교적 고단백이며, 어떤 요리에도 적합하고, 생산성도 높다. 빵나무 한 그루에서 연간 180kg 이상의 열매 수확이 가능해 식용 식물로서는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수확량을 자랑하는 작물 중 하나이다.

격심한 식량난을 겪고 있는 아이티의 경우 빵나무 열매 가루가 있으면 고액의 수입 밀가루에 의지하지 않아도 된다. 게다가 빵가루는 빵과 구운 과자를 만드는 데 글루텐프리 대체품을 요구하는 소비자가 있는 미국 시장으로 수출하기가 좋은 작물이다.

아이티는 한 그루면 가족의 식량난을 해결할 수 있는 빵나무를 재배할 수 있는 좋은 환경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나무의 체계적인 도입과 재배를 하지 못함에 따라 보급과 활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농업 분야에서도 그런 일은 없는지 꼼꼼 살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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