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큰손' 이재용, 올해 M&A 6조 투자···내년 빅딜도 가시권

2025-12-29

삼성전자가 올해 인수·합병(M&A)에만 6조원 안팎을 투입하며 '큰손'의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8년 만에 조 단위 빅딜을 성사시키는 등 공격적인 행보에 나서면서 내년에도 대규모 인수가 이어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한해 약 6조원 규모의 M&A 투자를 단행한 것으로 추산된다. 구체적으로 △독일 플랙트그룹 (5월·2조3800억원) △미국 마시모 오디오 사업부 (5월·5000억원) △미국 젤스 (7월·수천억원 추정)에 이어, 지난 23일 올해 최대 규모(약 2조6000억원)로 독일 ZF의 ADAS(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 사업부를 인수하며 연간 M&A를 사실상 마무리했다.

올해 삼성전자의 행보는 2017년 하만(약 9조원) 인수 이후 멈춰 있던 조 단위 M&A를 재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으로는 올해 7월 이재용 회장을 둘러싼 장기적인 사법리스크가 해소된 점이 가장 크게 꼽힌다.

2014년부터 경영 전면에 나섰던 이 회장은 2016년 국정농단 사태와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의혹이 맞물리며 오랜 기간 사법적 불확실성 속에 놓여 있었다. 이에 8년간 삼성전자는 대형 M&A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2021년에 당시 최고재무책임자(CFO)였던 최윤호 사장이 "3년 내 의미있는 M&A를 약속한다"고 공언했지만 이재용 회장 취임 이후 2024년까지 실제 거래는 수천억원 수준에 머물렀다. 재계 안팎에서는 총수의 최종 결단과 책임이 수반되는 사안인 만큼 사법 리스크가 지속되는 국면에서는 의사결정 자체가 지연되거나 보수적으로 흐를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실제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 최종 무죄 판결 이후 삼성전자의 움직임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올해 하반기부터 이 회장은 엔비디아, 테슬라 등 주요 글로벌 빅테크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잇달아 회동하며 글로벌 경영 보폭을 넓혔고 이를 전후해 삼성전자는 연이어 조 단위 M&A를 성사시켰다. 올해 3월 중국 전기차 업체 BYD 본사를 방문해 전장 협력을 논의한 데 이어 사법리스크 해소 이후에는 거의 매달 해외 일정을 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에도 삼성전자의 대규모 M&A 투자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반도체 업황 개선으로 인한 실적 우상향이 기대되는 데다 재무 여력 역시 충분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3분기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을 합쳐 108조4435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대형 인수를 추진하더라도 재무 부담이 크지 않은 수준의 실탄을 확보한 상태라는 의미다. 차입금 또한 지난해 말보다 약 4조원 줄어든 33조8825억원으로 감소했으며 부채비율도 26.6%로 제조업 대기업 평균(50~100%)을 크게 밑돌고 있다.

최근 M&A 전담 조직을 신설한 점도 추가적인 빅딜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조직개편을 통해 사업지원TF를 8년 만에 상설 조직인 '사업지원실'로 격상하고 기존 M&A 담당 인력을 중심으로 전담팀을 재편했다. M&A팀을 이끄는 팀장에는 과거 하만 인수 작업에 참여했던 안중현 사장이 기용되면서 업계에서는 M&A 조직을 전면에 내세운 만큼 향후 보다 더 공격적인 인수 전략이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내년에는 전장·냉난방공조(HVAC)·디지털 헬스케어 등 올해 M&A가 집중됐던 사업 영역에 더해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까지 외연이 확대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삼성전자가 중장기 성장 동력으로 로봇 사업을 점찍은 만큼 관련 기술과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인수·합병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다. 앞서 올해 초 고(故)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로봇 사업과 관련해 "아직 시작 단계지만 충분히 승산이 있다"며 "적극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선도 기업들과의 격차를 빠르게 좁히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반도체 M&A 성과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삼성전자는 그동안 영국의 반도체 설계 기업 ARM과 독일, 네덜란드의 차량용 반도체 기업 인피니언, NXP 등을 M&A 대상으로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결실로 이어지진 않았다. 다만 반도체 분야 M&A가 쉽지 않더라도 반드시 성과를 내겠다는 내부 의지를 드러내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전담 조직을 갖추는 등 향후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이재용 회장의 10년간 사법 리스크 종료로 적극적인 경영 참여로 이어지고 있다"며 "이 회장이 보유한 순현금 93조원을 대형 M&A 빅딜이나 AI 분야 합작법인(JV) 설립 등에 활용해 삼성전자 기업가치 제고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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