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우, 한국팬에겐 낯선 PGA 투어 4승의 사나이

2025-10-21

김시우(30)가 23일부터 충남 천안 우정힐스 골프장에서 열리는 DP월드투어 겸 한국남자프로골프(KPGA) 투어 제네시스 챔피언십에 출전한다. '제5의 메이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을 비롯해 PGA 투어 4승을 거둔 김시우는 이번 대회 참가 선수 중 아담 스콧(호주), 마쓰야마 히데키(일본) 다음으로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그러나 정작 한국 팬들에게 김시우는 낯설다. 그는 한국에서 프로 생활을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골프 천재로 이름을 날렸던 김시우는 17세 고등학생이던 2012년, PGA 투어 퀄리파잉(Q) 스쿨에 응시했다. 그해를 마지막으로 Q스쿨이 폐지된다는 소식에 무리해서 도전했고, 덜컥 합격했다. 17세 5개월이라는 역대 최연소 통과 기록도 세웠다.

하지만 그것이 고난의 시작이었다. 만 18세가 되어야 정회원 자격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18세가 될 때까지 2부 투어에, 그것도 월요 예선을 통과해야 출전할 수 있었다. 18세 생일이 지나 PGA 투어 대회에 나갔지만 모두 컷 탈락했다. 김시우는 "텔레비전에서 보던 선수들이 바로 옆에 있으니 기가 죽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출전권을 잃은 그는 이후 2년간 2부 투어에서 콜롬비아, 칠레, 브라질, 파나마, 멕시코 등 중남미를 떠돌았다. 2016년 다시 PGA 투어 무대로 복귀한 김시우는 윈덤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올림픽 기간과 겹쳐 뉴스는 거의 주목받지 못했다.

그해 10월 KPGA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에 참가해 2위를 기록했지만, 이 또한 많은 이들의 기억에 남지 않았다. 그 대회가 국내 KPGA 대회에 김시우가 마지막으로 참가한 경기였다.

이후 김시우는 PGA 투어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팬들 관심은 크지 않았다. 국내 대회 참가가 적어 김시우를 잘 모르는데다 TV중계에선 모자를 눌러써 친근감을 주지 못했다. 2017년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 당시에도 그의 얼굴에는 감정이 드러나지 않았다. 너무 일찍 투어카드를 받아 10대 시절 겪은 고생 때문인 듯하다.

지금의 김시우는 다르다. 2022년 말 KLPGA 투어 스타 오지현과 결혼한 후 여유가 생기고 성격도 밝아졌다. 오지현은 "10대 때의 장난꾸러기 모습이 다시 돌아왔다"고 말했다.

동료들 사이에서도 평판이 좋다. 스코티 셰플러는 지난 5월 더CJ컵 우승 후 "시우는 투어에서 가장 재미있는 선수 중 하나"라며 "시우가 나에게 한글을 가르쳐주고 있다"고 말했다. 조던 스피스는 "경기 속도도 빠르고, 내가 어려워하는 쇼트게임을 정말 쉽게 해낸다"고 평했다.

실력도 뛰어나다. 김시우는 손꼽히는 볼스트라이커다. PGA 투어 통계 전문가들은 "만약 김시우가 퍼트를 중간 수준만 했어도 메이저 우승을 포함해 최소 10승은 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과장이 아니다.

올 시즌 PGA 투어 타수 이득(SG) 통계의 티투그린(tee to green) 부문에서 김시우는 6위를 기록 중이다. 이 통계는 퍼트를 제외하고 티샷부터 그린까지 모든 기술을 평가한다. 김시우는 티샷(+0.310, 34위), 아이언샷(+0.423, 28위), 그린 주위 쇼트게임(+0.350, 12위) 모두에서 상위권에 올라 있다. 매 라운드 PGA 투어 평균보다 1.08타를 더 잘 치는 셈이다.

이 통계에서 김시우를 앞서는 선수는 스코티 셰플러, 리코 호이, 토미 플리트우드, 콜린 모리카와, 러셀 헨리뿐이다. 로리 매킬로이(11위), 빅토르 호블란(13위), 마쓰야마 히데키(20위), 저스틴 토머스(26위), 잰더 쇼플리(29위), 루드빅 오베리(46위) 등 내로라하는 스타 선수들도 김시우보다 뒤에 있다.

김시우는 장타자는 아니지만 드라이브샷이 정교하고 다양한 구질의 아이언샷을 구사한다. 특히 페어웨이에서 드라이버로 치는 샷은 투어 최고로 꼽히는데, 이는 김시우의 정교한 볼스트라이킹 능력을 증명한다. 그린 주위 쇼트게임 역시 최고 수준이다. 그린 주위 어디에서든 직접 홀인할 능력이 있다.

김시우는 올해 메이저 대회인 PGA 챔피언십에서 8위를 차지했고, US 오픈 1라운드에서는 4위에 올랐다. 퍼트가 살아나는 날이면 메이저 우승도 충분히 노려볼 만하다.

우정힐스는 김시우와 특별한 인연이 있는 곳이다. 그가 처음 참가한 프로 대회는 2009년 14세에 출전한 코오롱 한국오픈이다. 김시우는 "처음 참가한 프로 대회 코스라 우정힐스는 기억이 생생하다. 티샷을 똑바로 쳐야 하고 아이언을 잘 쳐야 하는 코스"라고 말했다. 드라이버를 정확하게 치고 아이언을 정교하게 구사하는 것, 그것이 바로 김시우가 가장 잘하는 것이다.

천안=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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