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으로 동영상을 만들어내는 건 이제 너무 당연한 일이 됐죠. 그렇다면 관절을 생성하는 건 어떻습니까? 정답은 ‘당연히 가능하다’ 입니다.”
13일(현지시간) 저녁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한 호텔. ‘2025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행사장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위치한 이 곳에서 검정 가죽재킷을 입은 남자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글로벌 바이오 산업 전문가들과 비공개 담화를 나누기 위해 샌프란시스코를 찾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다.
지난 7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5’에 참석했던 황 CEO가 곧바로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투자행사(JP모건 콘퍼런스)를 찾은 것이다. 황 CEO는 지난해엔 같은 기간 열린 CES 대신 JP모건 콘퍼런스를 택할 정도로 바이오테크와 AI의 결합에 관심이 많다.
젠슨 황, 의학과 AI 혁신 관련 대담
이날 황 CEO는 토크쇼 진행자처럼 초청자들을 한 명씩 불러 AI 혁신과 바이오의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일루미나, 아이큐비아, 메이요클리닉, 아크인스티튜트 등 엔비디아와 협업하는 의료·바이오기업 CEO 네 명이 무대에 올랐다.
이 자리에서 생명공학기업 일루미나의 제이콥 타이슨 CEO는 “다양한 인간 유전체 정보를 결합하면 생물학에 대해 훨씬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며 “이를 제대로 이해하고 처리할 수 있는 컴퓨팅 능력과 AI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바이오 컨설팅업체 아이큐비아의 아리 보스빕 CEO는 “의료 전문 지식을 훈련시킨 AI를 통해 임상시험의 효율성을 높이고 효과적인 의료기기를 개발할 수 있다”며 “AI가 시간과 비용을 절감해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황 CEO는 CES에서 공개한 ‘피지컬(Physical, 물리적) AI’ 개발 플랫폼 ‘코스모스’를 언급하며 “추론하고 계획하고 행동하는 AI의 능력이 인류 발전의 기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모스는 3차원(3D) 환경에서 물리 법칙을 구현해 로봇이나 자율주행차 등이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플랫폼이다.
엔비디아, 치료용 단백질·의료 로봇 구상
이날 오전 엔비디아는 JP모건 콘퍼런스 1일 차 행사에서 일루미나, 아이큐비아, 메이요클리닉 등 의료·바이오 기업에 AI 헬스케어를 위한 하드웨어(AI 가속기)와 소프트웨어(AI 플랫폼)를 제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자체 개발한 AI 신약 개발 플랫폼 ‘바이오니모’에 단백질 디자인 툴을 추가했다고도 밝혔다. 유전자 관련 데이터를 학습한 AI가 3D 모델로 단백질 간 최적의 결합을 구현해 치료용 단백질을 설계할 수 있게 됐다.
발표에 나선 킴벌리 파월 엔비디아 헬스케어 부문 부사장은 “단백질 기반 치료제는 안전한 치료법이지만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단점이 있었다”며 “AI를 통한 혁신으로 이를 극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1경 의료산업에 도전장”
파월 부사장은 엔비디아의 코스모스처럼 피지컬 AI 개발 도구가 미래 의료산업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글로벌 의료산업 규모는 이미 10조 달러(약 1경 4700조원) 규모로 성장했다”며 “AI의 최종 단계인 피지컬 AI가 의료 로봇 등 의료 산업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로봇 내시경과 수술 보조장치, 소형 로봇 수술용 기술을 꾸준히 개발하고 있다”며 “머지않아 모든 병원, 병실이 피지컬 AI로 통합돼 전 세계 수술실과 병실에 로봇이 도입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