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화국악동문회 연주서 보는 밝은 선화의 미래

2025-02-05

[우리문화신문=이진경 문화평론가] 선화예술중·고등학교(이하 선화) 개교 50돌을 맞이하여 전공별 공연과 전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선화국악동문회는 지난 2월 2일 저녁 5시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50골 기념 공연으로 대미를 장식하였다.

선화는 ‘태극기를 세계로’라는 기치 아래 1962년 창단된 ‘리틀엔젤스예술단’을 시작으로 1974년 선화예술중학교를 설립하고 이어서 선화예술고등학교를 1977년에 개교하였다. 이번 선화국악동문회는 선화예술고등학교를 졸업한 175명의 동문들과 재학생들이 수준 높은 공연을 선보이며, 명실상부 예술계의 산실임을 여지없이 증명하였다.

필자는 선화예술고등학교 20기 거문고 전공 출신이다. 광진구에 있는 선화예술고등학교에 들어서면 “이 문은 세계로 통한다”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날마다 등교하며 그 글귀를 읽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하다.

정문 왼편에는 유니버설발레단과 유니버설아트센터(옛 리틀엔젤스회관)가 자리하고 있다. 재학 당시 필자는 언젠가는 리틀엔젤스회관에서 연주하고 이 문을 지나 세계를 향해 갈 것이라며 마음을 새긴 적이 있다. 돌이켜보니 이제까지 예술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이 글귀 덕이다.

선화인들은 이 글귀를 모두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차기 예술가로 당연한 듯 존중받고 격려를 받으며 으뜸 음악교육을 받았던 고등학교 시절, 리틀엔젤스회관에서 진행하는 유니버설발레 공연은 물론, 여러 장르의 공연들을 언제든 볼 수 있었고 리틀엔젤스회관에서 전공별 정기연주회를 했다. 이런 경험들은 현재 예술가로 살아가는 뿌리이자 영감의 원천이 되어주었다.

‘예천미지’는 예술교육이념의 실천 목표로 “도전하는 선화인, 창의적인 선화인, 소통하는 선화인”을 말한다. 그래서인지, 이번 선화국악동문회가 준비한 곡들 역시 모두 ‘선화스럽다’.

선화국악동문회의 첫 시작은 정악합주 <천년만세> 계면가락도드리와 양청도드리다. 전통 국악의 깊고 풍성한 음색을 2월의 겨울 찬 바람에 봄의 온기를 불어넣는 듯 아름다우나 강하게 연주한 것이 인상 깊다. 선화와 선화의 국악이 천년을 이어가길 소망하며 지금까지 예술계의 선두 주자인 것처럼 앞으로도 그렇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김윤희(10기, 국립국악원 정악단), 고승현(11기 서울거문고풍류보존회)가 이끌며 동문들과 함께했다.

이어서, 선화국악동문회 명예회장 이지영(5기, 서울대 교수) 연주가의 <서공철류 가야금 산조>가 이어졌다. 이지영 연주가는 국가무형유산 가야금산조 및 병창 이수자이며 서공철류 가야금산조 보존회 회장 외 다수의 경력을 갖고 있는 가야금 명인이다. 이지영 연주가의 가야금 산조는 관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에게 산조의 진수를 선보이며 전통으로 소통하고 뜨겁게 환호받았다.

박경훈 작곡의 해금 소협주곡 <꿈의 흔적>을 4대의 가야금 연주자들과 안은경(9기, KBS국악관현악단 수석> 연주자의 해금 협주로 이어졌다. 2010년 안은경 연주자에 의해 초연되었으나, 이번 공연을 위해 개작하여 초연하였다. 이들의 연주는 상상의 세계에 대한 이상과 환상을 그림으로 그리듯 음악으로 그려내었다. 잠시 눈을 감고 들으면, 지금 꿈꿔온 것들이 모두 이루어질 것 같다는 희망과 용기를 주며 해금과 가야금의 조화로움을 뽐낸다.

4개 파트의 25현금으로 구성 류형선 작곡의 <키큰 나무숲>이 학창 시절 쏟아내었던 찬란한 우리의 이야기를 말하는듯 소곤소곤 하다 이내 바람에 나뭇이 흔들리는 모습에 함박웃음 짓는 십대소녀처럼 넘실거리며 춤을 추든 연주한다. 25현의 선율들이 겹겹이 쌓이다 흩어지기를 반복하며 마음을 살랑이게 하였다.

그리고 박한규 작곡의 <그래도 세상은 (Heal the world)>이 위촉하여 초연되었다. 박한규 작곡가는 “선화의 이미지를 생각하며 곡을 써내려갔다. 내가 만난 선화인들은 함께 있으면 웃음이 넘쳤고 항상 밝았다.” 선화인들의 밝은 웃음과 예술로 세상을 치유하길 바라는 염원을 담은 이 곡은 관현악곡으로 25현금 외에 거문고, 대금, 피리, 해금, 타악, 건반과 베이스가 함께 하였다.

마지막으로 선화국악동문회는 박한규 작곡가가 국악으로 편곡한 교가를 부르며 마무리하였다. 이날 관객석에 참석한 선화예술중·고등학교 총동문회와 현직 교사들이 모두 기립하여 함께 크게 손뼉 치며 교가를 불렀다. 몇몇 사람이들은 눈물을 훔치기도 하였다. 국악이 주는 깊은 울림이 척박한 국악계에서 명문을 이루어가는 선화국악동문회의 모습을 보고 애틋하고 자랑스러움에 오는 감동과 감격이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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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사회를 맡은 이지선 회장(8기, 숙명여대 교수)는 “50주년 연주를 위해 위촉, 초연된 그래도 세상은 (Heal the world)는 선화만의 독특한 매력을 담아냈다. 다양한 분야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펼치고 있는 선화인의 저력을 느낄 수 있었다.”라고 하였다.

또, 선화예술고등학교 윤경미 교사는 “다녀오신 교사분들과 음악부 선생님들이 이번 공연을 위해 곡을 위촉하고 연주한 기량과 실력이 훌륭하였다며 칭찬 일색이었다.”라고 전했다. 윤경미 교사 또한 선화예술고등학교 6기 성악 전공으로 명문 음대 출신이다.

한 학년 열 명 남짓의 국악 전공이었던 선화국악동문회들은 50년을 맞이하며 그 규모가 상당히 커졌다. 국악계는 물론 타 분야 예술계, 방송, 학술, 교육 등 여러 분야에서 굳건한 자리매김을 하며 예술계의 주요한 명맥을 잇고 있다.

점차 줄어들고 있는 인구로 인해 예술계 학교들은 저마다 예술계의 다음 세대를 이어가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선화국악동문회의 연주를 보면 선화의 미래는 밝을 것으로 보인다. 비록 학생 수는 적어졌지만, 알곡같이 성장한 국악 전공자들이 예술계의 주요 인사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국내의 오랜 역사 동안 전문예술가 인재 양성에 매진한 선화만의 고품격 예술 교육에 대한 당연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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