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성종실록》 200권, 성종 18년(1487년) 2월 10일 기록에는 “새로 편찬한 《여지승람(輿地勝覽)》을 인쇄하도록 명하였다.”라는 내용이 나옵니다. 성종은 1462년 명(明)의 《대명일통지(大明一統志)》를 참고하고, 세종 때의 《신찬팔도지리지》를 바탕으로 하여 노사신ㆍ양성지ㆍ강희맹 등에게 펴내게 한 지리서입니다. 이들은 성종 12년(1481년)에 우선 50권을 완성하였고 성종 17년(1486년)에 보태고 다듬어 고쳐서 35권을 다시 완성해 펴냈지요. 그 뒤 중종(中宗) 25년(1530년)에 이행(李荇) 등이 증보판을 펴내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이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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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1에 경도(京都, 조선의 정부가 있는 곳) 상, 권2 경도 하, 권3 한성부, 권4ㆍ5 개성부, 권6∼13 경기도, 권14∼20 충청도, 권21∼32 경상도, 권33∼40 전라도, 권41∼43 황해도, 권44∼47 강원도, 권48∼50 함경도, 권51∼55 평안도 등이 수록되었지요. 각 권에 여러 개의 군현이 수록되어 있지만, 경기도의 광주목과 여주목, 경상도의 경주부, 평안도의 평양부 등 큰 읍은 1개 행정구역만 수록되었습니다. 경도 앞에 조선 전도인 팔도 총도가 실려 있으며, 각도 첫머리에는 도별 지도가 들어 있지요. 이 지도들은 실측 지도와는 거리가 먼 것으로, 지극히 단순한 형태를 나타냅니다.
이 책은 지리적인 면뿐만 아니라 정치ㆍ경제ㆍ역사ㆍ행정ㆍ군사ㆍ사회ㆍ민속ㆍ예술ㆍ인물 등 지방 사회의 모든 방면에 걸친 종합적 성격을 지닌 백과전서식 책이지요. 따라서 조선 전기 사회의 여러 측면을 이해하는 데 꼭 있어야 할 자료로서 여러 학문에서도 중요한 고전으로 꼽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종 때의 지리지가 지녔던 장점인 토지의 면적ㆍ조세ㆍ인구 등 경제ㆍ군사ㆍ행정적인 측면이 줄어들고, 인물ㆍ예속ㆍ시문 등은 강화되었지요. 1960년대에 서울대학교소장본을 바탕으로 한 영인본이 동국문화사에서 나왔으며, 1969년 민족문화추진회는 처음으로 한글로 뒤친 《신증동국여지승람》을 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