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화가 에드바르 뭉크의 대표작 ‘절규’는 핏빛 노을을 배경으로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는 인물을 담고 있다. 비명소리가 귓가를 울리는 듯 착각이 들 만큼 생생하다. “해 질 녘이었고 나는 약간의 우울함을 느꼈다. 나는 멈춰 서서 자연을 관통하는 그치지 않는 커다란 비명소리를 들었다.” 그래서 뭉크가 붙인 제목은 ‘자연의 절규’였다. 1893년 작품임을 생각하면 그는 인류의 미래를 예견이라도 한 것일까. 역대급 폭염·홍수가 되풀이되고 식량·식수난에 ‘기후플레이션’까지 삶을 옥죄는 현재를 살아내는 인류는 뭉크의 이 ‘절규’가 실감날 것이다.
한국이 이태 연속 ‘기후악당 국가’로 국제적 인증을 받았다. 지난 18일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 지난해 3위에 오른 ‘오늘의 화석상’ 1위를 수상했다. 화석상은 전세계 기후환경운동단체 연대체인 기후행동네트워크(CAN)가 1999년부터 기후협상 진전을 막는 나라 1~3위를 선정해 수여해왔다. 한국이 인류의 기후위기 대응에 걸림돌로 매김된 것이다.
한국의 화석상 1위는 수출신용기관을 통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석유·가스 보조금 지급 종식 논의를 막고 있다는 이유였다. 11개 수출신용협약 참가국 중 한국과 튀르키예만 반대했다. 한국은 2020~2022년 기준 캐나다에 이어 세계 2번째로 해외 화석연료 투자에 공적금융을 지원한 국가이다. 이 때문에 여러 기후위기 대응 국제회의에서 ‘기후악당’으로 질타받고 있기도 하다. 한국이 지난해 COP28에서 처음 ‘오늘의 화석상’을 받은 것도 호주 바로사 가스전에 투자해 원주민 권리를 침해한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후퇴만 하는 윤석열 정부 기후위기 대응을 보면 암울하다. 탄소감축 목표의 75%를 임기 뒤로 미루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1%로 줄이는가 하면 그린벨트 해제와 토건 성장에만 열을 올린다. RE100(재생에너지 100%)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원전에 4조원을 쏟아부으며 세계 추세와 엇가고 있기도 하다. 재생에너지는 ‘평화의 에너지이자, 민중(people)의 에너지’(프란츠 알트)라고 한다. 지금 한국의 에너지 정책은 ‘인류’를 위한 것이 맞는가. 한국이 앞으로도 ‘화석상 우등생’이 될까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