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없애라” 트럼프 특명…돈 잘쓰는 레슬링 대모에 맡겼다

2025-11-06

트럼프 2.0, 파워맨 47인

2007년 2월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한 실내체육관. 검정 롱코트에 연분홍 넥타이를 맨 ‘셀럽 사업가’ 도널드 트럼프가 링 위에 올랐다. 마이크를 잡고 링 사회자의 목소리 톤으로 외쳤다.

“나는 당신보다 키가 크고, 잘 생겼고, 힘도 더 세다고 생각합니다. 당신에게 도전하겠습니다. 엉덩이를 걷어차 주겠어!”

당시 트럼프는 리얼리티쇼 ‘더 어프렌티스’의 인기로 일약 스타로 떠오른 부동산 사업가였다.

도전장을 내민 상대방은 행사를 주최한 미국 프로레슬링 프로모션업체 WWE의 빈스 맥마흔 회장. 아내 린다 맥마흔 WWE 최고경영자(CEO)와 1980년 회사를 공동 창업해 프로레슬링을 국민 스포츠 반열에 올려놓은 인물이었다.

맥마흔 회장은 역제안했다. 트럼프를 대신할 선수와 자신을 대신할 선수를 각각 지명해 대리전을 치르자고.

트럼프는 수락했다. 단, 조건을 걸었다.

바람에 날린 듯한 독특한 헤어스타일 때문에 가발 착용 의혹을 받고 있던 트럼프의 삭발 내기 제안에 관중은 환호했다. 절묘한 쇼맨십이었다.

‘억만장자의 전투’로 명명된 이 시합은 짜인 각본대로 트럼프 측 승리로 끝났다. 트럼프는 링 위에서 맥마흔 회장 머리를 밀었고, 이 장면은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그로부터 8년 뒤, 2015년 6월 트럼프는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무대에서 ‘찰떡 호흡’을 보인 트럼프와 맥마흔 부부는 정치인과 고액 후원자로 다시 합을 맞췄다. 부부는 트럼프에게 거액의 정치자금을 대는 후원자가 됐다(미국에선 통상 부부가 공동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한다).

그리고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자 린다 맥마흔(76)은 관직을 얻었다. 트럼프 1기 때 중소기업청(SBA) 청장, 2기 때는 교육장관에 임명됐다.

아낌없이 주는 트럼프 최고 후원자

맥마흔 부부가 트럼프에게 기부한 정치자금 규모는 어마어마하다. 2024년 대선 기간에 맥마흔 부부는 트럼프를 지지하는 수퍼 팩(Super PAC·정치자금모금위원회)에 2030만 달러(약 293억원)를 기부했다. 개인 기부자 순위 6위다. 트럼프 2기 공직자 중에는 단연 1위다.

오픈시크릿에 따르면 부부는 2016년 대선 기간엔 트럼프에게 720만 달러(약 104억원)를 포함해 1000만 달러(약 144억원)를 후원해 고액 기부자 순위 20위였다.

프로레슬링 프로모션으로 부부가 일군 자산 규모는 약 30억 달러(약 4조3500억원)로 추산된다. 대략 자산의 1%를 트럼프를 당선시키는 데 쓴 셈이다.

트럼프의 ‘거래적 관점’ 때문에 맥마흔의 교육장관 임명을 두고 일각에선 ‘매관매직’ 비판이 나왔다. 공화당 우위의 상원 형세 덕분에 51대 45로 인준 청문회는 통과했지만, 맥마흔은 논쟁적인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정책들을 추진하면서 트럼프로부터는 찬사를, 야당으로부터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트럼프가 맥마흔을 교육장관에 임명하면서 내린 지시는 교육부 폐지다. 맥마흔 장관은 교육부를 없애 장관 자리를 잃는 게 정책 수행의 목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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