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준 카이스트 교수팀 연구결과
산업화 이전·현재 지구 FWI 비교
“산불 위험일 최대 40일 이상 빨라져”
기후변화로 우리나라 ‘산불 위험일’이 산업화 이전보다 한해 최대 120일 늘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산불 위험일은 산불위험지수(FWI·Fire Weather Index)가 20 이상인 상태가 지속되는 날을 뜻한다. 산불위험지수는 기온·습도·바람 3가지 요소를 근거로 산출한다.

그린피스는 31일 김형준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팀에 산업화 이전 대기 상태의 지구와 현재 지구 간 산불위험지수 차이에 대한 연구를 의뢰한 결과 전국 산불위험지수가 산업화 이전 대비 평균 10%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인간 활동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 유무에 따라 산불 위험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진행됐다. 김형준 교수팀은 기후 모델 기반 가상지구 플랫폼을 활용해 산업화 이전과 현재를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산불위험지수가 20 이상으로 지속되는 산불 위험일이 산업화 이전보다 연간 기준 최대 120일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남한 전 지역 모두 산불 위험일이 산업화 전보다 일찍 시작하고 늦게 끝나는 경향을 보였단 게 연구진 측 설명이다.
산불위험지수가 20 이상이 되는 시점이 각 지역별로 최대 40일 이상 앞당겨진 곳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남의 경우 산불 위험일 시작이 산업화 이전 4월15일이었지만 현재 45일 이른 3월4일로 바뀐 모습이었다. 이번에 산불이 난 경남과 부산의 경우 2월27일에서 2월2일로, 대구는 4월4일에서 3월25일로 각각 25일, 10일씩 당겨졌다.
소백산맥 인근 같은 경우 현재 지구에서 산불위험지수가 20을 초과하는 일수가 최대 151일로 계산됐다. 산업화 이전 최소 14일에서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산불위험지수의 강도 또한 남한 전역에서 심화한 모습이었다. 산불 위험기간인 3∼4월, 10∼11월 산불위험지수는 전국적으로 평균 10% 이상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를 진행한 김형준 교수는 “인간 활동에 의한 기후변화가 전반적으로 산불 위험 강도를 증가시킬 뿐 아니라 시작일은 앞당기고 종료일은 늦추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심혜영 그린피스 기상기후 선임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한반도 기후가 대규모 산불에 취약한 방향으로 변화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달 발생한 산불에서 알 수 있듯, 기후위기는 대형 산불처럼 우리 삶을 위협하는 재난으로 되돌아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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