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램덩크학(學)개론 11 : 번역하며 썰려 나간 강백호의 시건방 (上)

2024-09-27

슬램덩크학(學) 덕질학술 활동의 심화 과정은 원어로 즐기는 것이다. 원어만이 표현할 수 있는 문화 또는 인물의 성격이 있다. 전문 번역가가 훌륭하게 번역했지만, 문화의 차이나 시대적 상황 때문에 순화하거나 의역한 부분이 존재한다. 원서를 읽으며 이런 것을 발견할 때가 가장 재미있다.

원문과 번역문의 차이는 다음과 같이 분류할 수 있겠다.

1. 썰려 나간 시건방 - 순화 번역

2. 썰려 나간 지역색 - 지명과 사투리 제거

3. 썰려 나간 진실 - 오역

4. 희미해진 일본 문화 - 문화 차이에 의한 의역

1. 썰려나간 시건방

<슬램덩크>는 1990년 10월 <주간 소년점프>에 연재를 시작하였다. 우리나라에는 1991년 12월 주간지 <소년 챔프>를 통해 정식으로 소개되었다. 한국어판 단행본(구판)은 1992년에 처음 출판되었다. 이 시기는 간행물윤리위원회가 모든 만화책에 대해 사전 검열을 실시하던 때다. 아기공룡 둘리가 고길동에게 반말 썼다고 검열되던 시절이니, 하물며 일본인인 강백호의 시건방은 서슬 퍼런 검열의 칼날을 피하기 어려웠다.

강백호

원서를 처음 보았을 때 가장 먼저 느낀 점은, 강백호가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막장이라는 점이다.

일단 선배를 포함한 모든 남자 사람에게 반말이 패시브다. 송태섭과는 서로 성을 떼고 애칭(リョーちん, 료찡)으로 부를 정도로 친밀하기 때문에 경어를 쓰지 않는 게 자연스럽다. 그러나 이외의 모든 선배도 별명으로 부르며 반말로 얘기한다. 채치수는 고리(ゴリ, 고릴라), 권준호는 안경군(メガネ君, 번역은 안경 선배), 정대만은 밋치(ミッチー, 번역은 대만군)라고 부른다. 감독도 오야지(親父)라고 부르며 대부분 반말이다. 작중 강백호가 완벽한 경어를 쓰는 상대는 오로지 여성뿐이다.

한국과 일본은 경어 문화에 차이가 있어서, 나이 또는 지위가 높아도 무조건 깍듯한 경어를 쓰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런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강백호의 언행은 대체로 무례하다.

한국어판은 강백호의 이런 시건방을 번역하면서 대부분 순화하였다.

예를 들어, キミタチ(키미타치)는 ‘너희들’ 정도로 생각하면 큰 무리가 없다. 영어의 you guys에 해당한다. 당연히 손윗사람에겐 쓸 수 없으나, 막장 강백호에겐 그런 거 없다. 오히려 선배인 달재와 신오일이 백호 군(桜木君)이라며 이름 뒤에 군(君)자를 붙여 정중하게 말하고 있는 요지경이다.

구판에서는 검열 때문인지 제법 공손하게 “제법 하는군요, 선배들도”라고 번역을 했다. 건방진 것도 아니고, 아닌 것도 아닌 애매한 대사가 되었다. 그나마 21세기 들어 개정된 완전판에서는 종조사 ‘요’는 뺐지만, 어설픈 선배 대접은 여전하다.

권준호를 부르는 호칭은 원래는 안경군(メガネ君)이지만, 안경 선배로 순화되었다. 이름 뒤에 군(君)은 손윗사람에게 쓰는 것은 실례다. 게다가 기껏 연습을 도와주러 온 안경 선배에게 고맙다고 하는 말도 기가 찬다.

원대사 : メガネ君はいい奴だな…

뜻 : 안경군은 좋은 녀석이야

한국어판 번역 : 안경 선배는 좋은 사람이야

이런 번역 때문인지, 우리나라에서는 그나마 백호가 안경 선배에게만은 선배 대접을 한다는 소문이 퍼져있으나, 내 생각은 다르다. 백호는 똑같이 반말에 똑같이 무례하지만, 날라차기나 윽박지르기로 응수하는 송태섭, 정대만과 달리, 권준호는 부드러운 어조로 응답하기 때문에 정상적인 대화가 좀 더 길게 이어지는 것뿐이다.

선배 대접은 하지 않지만, 우정과 동료애는 똑같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된다. 별명을 붙여주는 것도 애정이 없으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양호열

비속어나 욕설도 모두 순화되었다. 특히 연재 초기에는 학원 폭력물을 지향했던 탓에 험한 말이 많이 나왔다.

새 학기 초, 강백호를 길들이려는 3학년 선배들이 수업 중인 교실로 난입한다. 목검까지 들고 왔다.

이때 등장하는 선배 세 명은 영걸과 그의 꼬봉들(일명 영걸즈)로, 지금은 일개 양아치지만 후에 정대만 팬클럽으로 큰 활약을 한다. 그러나 두목인 이영걸 외에 두 명은 끝까지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 나중에 TVA 설정집에서 성(高嶋와 徳田)이 밝혀지지만, 원작에서는 나오지 않는다.

교사가 멀쩡히 있는데도 당당하게 들이닥치는 것이 어이가 없다. 그러나 그림은 바꿀 수 없기에 대사만 순화되었다. 양호열이 이들을 도발하자, 꼬봉 중 안경잡이가 큰소리로 윽박지른다.

원대사: ブッ殺すぞ!

뜻 : 쳐 죽인다

한국어판 번역 : 정말 눈에 뵈는 게 없구나!

양호열도 지지 않고 응수한다. 이때 꼬봉에게 한 말 ザコ(雑魚, 잡어)는 우리말의 ‘톱밥’어잌후 오타에 해당한다. 물고기를 좋아하는 민족답게, 도미부터 잡어까지 다양한 어류가 비유 대상으로 등장한다. 영걸즈 내 서열까지 알 수 있는 대사지만, 너무 심한 욕설이라 순화될 수밖에 없었다.

번역은 ‘불량 선배님들’로 퉁쳤다. 연재 초반이라 이 정도가 최선이었겠지만, 맥락이 이어지는 장면이 후에 등장하면서 아쉬운 번역이 되었다.

농구부 최후의 날, 정대만과 영걸, 철이 등 1진이 체육관으로 들어간다. 후방에서 망을 보는 2진들은 호열이 혼자 처리한다. 안경잡이를 포함한 꼬봉들을 모두 정리한 양호열은 초반에 했던 대사를 상기한다.

원대사 : 言っただろ ザコはどいてろよ

뜻 : 말했잖아 잡어는 꺼지라구

한국어판 번역 : 그러게 말했잖아, 피라미는 빠지랬지!

피라미가 잡어의 한 종류임은 명백하므로, 번역에 큰 문제는 없다. 그러나 한국의 독자들은 양호열이 이전에 했던 말을 상기할 수 없기에, 결과적으로 약간 아쉽게 되었다.

남훈

불량청소년인 영걸즈, 철이보다 더 무서운 막장 끝판왕은 사실 풍전 고교 녀석들이다. 런&건과 노 선생님에 대한 이들의 애정은, 젊은 감독에 대한 노빠꾸 반항으로 표출된다.

강백호의 반말은 대부분 존댓말로 순화되었는데, 남훈이 감독에게 한 매우 무례한 말은 전혀 순화되지 않은 것 같다.

원서를 보니 순화한 게 저 정도였다. 원어는 “殺すぞお前”로, 뜻은 “죽인다, 너” 정도가 된다. 원래 거친 아이들이라 그런지, 반감을 표현하는 방식도 대단히 충격적이다. 감독은 목을 감싸 쥐고 캑캑거리며 주저앉기까지 했다. 오늘날이라면 거칠고 무례한 정도가 아니라, 폭행으로 형사입건될 일이다.

서태웅

서태웅도 강백호에게 싫은 소리를 많이 하기에 몇 곳 순화되었다. 불량 학생들의 욕설과 달리, 서태웅의 그것은 험악하기보다 그저 웃기다.

해남전 중, 강백호와 전호장이 쌉소리 배틀을 하다 심판에게 경고를 받자, 듣다 못 한 서태웅은 독설을 내뱉는다.

원대사 : どあほうは死ななきゃなおらない

뜻 : 멍청이는 죽어야 돼

한국어판 번역 : 멍청한 것들! 아예 퇴장당하는 게 낫지!

너무 구체적이어서 강백호가 또 퇴장당한다는 복선인 줄 알았다. 실상은 그냥 비아냥이었다. 늘 말이 없고 냉랭한 서태웅이지만, 강백호에게 욕할 때만은 인간미가 넘친다.

2. 썰려나간 지역색

1998년 일본 대중문화가 개방되기 전에도 만화는 수입이 가능했다. 그러나 일본의 고유명사(인명, 지명, 학교명)는 그대로 표기할 수 없기에 적절히 번역명을 작명해야 했다. 이에 따라 등장한 강백호, 서태웅 등의 인명은 매우 성공적인 현지화 사례로 꼽힌다. 1998년 개방 이후 일본명을 써도 되게 되었지만, 슬램덩크는 번역명에 대한 인지도가 높고, 호평이 커서 그대로 두었다. 이후 개정판(완전판, 신장재편판)과 극장판 <더 퍼스트 슬램덩크>에도 이 번역명을 유지하고 있다.

지명의 경우는, 인명과 달리 멋지게 현지화하지 않았다. 구판에서는 지명을 모두 ⚪⚪시, △△시와 같이 처리하거나, ‘우리 지역’, ‘이 지역’ 등의 대명사로 치환하였다. 일본 대중문화 개방 이후 원작을 살려 히로시마시, 나고야시 등이 등장했지만, 치환해 둔 대명사 중 일부는 처리하지 못한 듯하다.

원대사 : 神奈川からは2チームがIHにいけるんだ

뜻 : 카나가와에서는 2팀이 인터하이에 나갈 수 있다

번역(구판/완전판) : 우리 도에서는 두 팀이 전국대회에 나간다.

번역(신장재편판) : 우리 현에서는 두 팀이 전국대회에 나간다.

원서에는 ‘카나가와(현)’라는 지명이 구체적으로 나오지만, 구판에서는 시대적 특성상 이를 가리고 우리 지역으로 번역했다. 21세기에 접어든 후, 바꿔도 되지만 그대로 두기로 한듯하다. 현지화했던 광역행정 단위 ‘도’를 ‘현’으로 바꾸는 정도로만 다듬었다. 내용을 이해하는 데에는 지장이 없지만, 조금 아쉬운 느낌이 든다.

원대사 : 新横浜ー広島…

뜻 : 신요코하마(역) - 히로시마(역) ...

한국어판 번역 : 전국대회에 참가하는 길이군...

차표에 쓰인 출발지와 행선지만 보고 여행목적을 대번에 맞추다니, 대단한 통찰이다. 당시 번역자의 고충이 느껴진다.

원대사 : さすが激戦区大阪の代表…(みんなうまい…!!)

뜻 : 역시 격전지 오사카의 대표...(모두 정말 잘한다...!!)

한국어판 번역 : 역시 전국대회에 나온 팀은 달라. (모두 정말 잘한다...!!)

지명을 가리면서 자연스러운 번역을 하려다 보니, 조금 무리수를 둔 듯한 곳도 있다. 전국대회 1회전에서 풍전의 실력을 보고 놀란 소연이의 대사는 미묘하게 의미가 달라졌다.

지명을 덮는 번역의 가장 큰 희생자는 마성지다. 그의 별명은 원어로 愛知の星(아이치노 호시), 뜻은 ‘아이치(현)의 별’이다. 마성지의 본명인 諸星(모로보시)에 별 성(星)자가 들어가기 때문에 이런 별명이 붙었다. 별명에 어울리는 무시무시한 농구 실력을 갖춘 것으로 설정된 듯하나, 떡밥만 뿌리고 퇴장하고 말았다.

영어판에서는 ‘Star of Aichi’라고 한다. 한국어판에서는 아이치(현)라는 지명을 가리기 위한 고육책으로 ‘지학의 별’로 번역했다. 인구 700만이 넘는 광역의 별에서, 많아 봤자 수백 명 정도인 일개 학교의 스타로 강등된 셈이다. 오호통재라.

지명이 시대적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썰려 나간 것이라면, 사투리는 번역의 어려움으로 인해 모두 표준화되었다. 작중 오사카 출신 캐릭터들은 오사카벤(大阪弁, 오사카 지역 방언)을 쓰나, 모두 반듯한 표준어로 번역되었다. 이는 비단 <슬램덩크>만의 문제는 아니고, 번역서가 가질 수밖에 없는 한계이다.

작중 오사카벤을 쓰는 사람은 다음과 같다; 박경태, 박하진, 풍전고교 농구부원들, 노 선생님, 이현수(대영학원고교 주장).

중요 체크자 박경태는 중학교까지 오사카에서 다녔으나 현재는 능남고교에 다니고 있다. 첫 만남에서부터 찐한 오사카벤을 사용하며 강렬하게 등장한다. 성격이 활달하고 붙임성이 좋아서 오사카 사람의 이미지에 잘 들어맞는 캐릭터다.

그러나 번역하면서 사투리를 모두 납작하게 눌러버린 데다 지명도 가렸기 때문에, 한국어판에서는 아쉽게도 경태의 개성이 많이 사라졌다. 인터하이가 개막하고, 경태가 오사카에 가서 귀남이를 만날 때에야 경태가 오사카 출신임을 알게 된다.

풍전고교 녀석들은 전원 오사카벤을 쓰나 모두 표준어로 번역되었다. 작중 사투리를 쓰는 인물 중 가장 아쉽다. 오사카벤은, 이들의 막 나가는 성격과 거친 플레이를 부각하는 강화템 같은 요소이기 때문이다. (도저히 10대로 보이지 않는 얼굴과 함께)

칸사이·오사카 지역은 상업이 발달한 특성 때문인지, 사람들의 성격이 활달하면서 억세다는 이미지가 있다. 방언도 억양이 센 편이다. 마치 우리나라에서 팔도 각지 출신의 사람들이 모여서 떠들면, 동남 방언 외에는 전부 밋밋하게 들리는 것과 비슷하다.

주인공 북산이 전국대회에 출전하여 처음으로 만나는 상대, 지금까지와는 결이 다른 만만치 않은 상대는 오사카 출신의 터프한 녀석들이면 딱 좋겠다는 이노우에의 계산이 깔려있다. 그러나 작가의 이러한 의도는 번역을 거치며 한국 독자들에게는 축소되어 전달되었다.

풍전고교의 드라마에서 가장 불쌍한 캐릭터라면 단연 이 사람이다. 노 선생님의 뒤를 이어 새로 부임한 김영중 감독은 어리고, 순수하고, 거친 아이들을 잘 다루지 못한다. 젊은 감독이 실패한 이유는 런&건을 버리려고 한 것이 가장 클 것이다. 런&건은 남훈과 강동준이 농구를 하는 이유이며, 어쩌면 농구 자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한 가지 더, 오사카벤을 쓰지 않고 완벽한 표준어로 말하는 것도 이유이지 않을까?

학교 측에서 우승을 위해 다른 지역에서 어렵사리 모셔 온 분 같은데, 안타깝게 됐다.

노 선생님도 당연히 오사카벤을 쓴다. 이분은 출연 분량은 단역 수준인데, 굉장한 임팩트의 명대사를 (오사카벤으로) 여럿 날려주었다.

“농구는 좋아하나?”

“그 방식이 농구를 좋아하게 만들어 줄 테니까”

“어쨌거나 즐겁게들 하고 있지.”

번역은 모두 표준어로 됐다. 풍전고교의 악동들과 노 선생님 간의 유대가 한국어판에서는 조금 엷어진 느낌이 들어서 아쉽다.

노 선생님은 안 선생님과 동기이기도 하고, 외양으로 봐도 적어도 60대는 되어 보인다. 60대 노인이 초딩 꼬마들을 데리고 오사카에서 히로시마까지 온 것부터가 보통 일이 아니다. 옛 제자들에 대한 노 선생님의 애정과 자부심을 엿볼 수 있다.

<슬램덩크>에 다양한 스타일의 리더가 등장한다. 방임형에 가까운 안 선생님, 강압형인 채치수, 유능하고 꼼꼼한 관리형인 유명호 감독 등. 노 선생님의 농구 철학은 거창하고 야심 있는 스타일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아마추어 스포츠팀의 감독으로는 참으로 훌륭한 것 같다. 학생들에게 존경받는 훌륭한 감독이, ROI가 최우선인 경영자로부터 쫓겨나는 것도 작가가 환기하고 싶었던 학원 스포츠의 현실일 것이다.

사투리가 번역되지 않아 아쉽다는 얘길 하다가 딴 길로 많이 샜다.

다시 돌아와서, 한 가지 의아한 점은 산왕공고의 선수들이다. 산왕공고는 아키타현의 대표이다. 일본의 인구와 도시는 열도의 서남부에 집중되어 있기에, 동북부에 위치한 아키타현은 꽤 시골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동북 지방의 방언인 토호쿠벤(東北弁)은 지리적, 역사적 특성 때문에 도쿄 표준어와 괴리가 크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산왕 녀석들이 사투리를 쓰는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신현철이 사투리를 쓰는듯한 장면이 있으나 단 한 컷뿐이라 평소에도 늘 쓰는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시골 학생들이 전원 완전 표준어만 구사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

수수께끼는 산왕공고의 모델로 알려진 노시로 공업고교를 다녀와서 풀렸다. 산왕공고가 일본 고교농구의 최강자로 군림하던 시절, 전국 각지에서 유학생이 몰려들었다. 작중 산왕의 멤버들도 아키타현 출신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작가 입장에서 ‘표준어 일괄 적용’이 편했을 것이라 짐작한다.

3. 썰려나간 진실

여러 현실적 이유로 인해 의역 또는 생략번역이 많을 수밖에 없는 사정은 이해가 된다. 그런데 이외에 이유를 알 수 없는 오역이 다수 존재한다. 말 칸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 문화적인 맥락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니다. 내용 이해에 지장을 초래하는 큰 오역은, 내 생각에 두 곳 있다.

누가 풋내기냐

이 오역은 너무나 유명하다.

원대사 : おめーら バスケかぶれの常識は オレには通用しねえ!! シロートだからよ!!

뜻 : 너거덜의 찌든 농구 상식은 내게 통하지 않아!! 풋내기니까!!

한국어판 번역 : 너희들의 나부랭이 같은 바스켓 상식은 내겐 통하지 않아! 너흰 풋내기니까!!

원어의 풋내기(シロート, 素人)는 주어가 없지만, 문맥상 강백호 자신을 가리키는 것이다. 나는 풋내기이므로 고인 물의 타성에 젖은 상식 따위 모른다, 점수차 그게 뭐? 라는 어조이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번역은 ‘너희들이 풋내기’로 되었다. 도저히 문맥상 자연스럽지 않은데, 왜 이런 오역이 되었는지 의문이다.

사실 강백호도 불과 몇 분 전까지 패배의 기운을 희미하게 감지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감독이 안경 선배와의 교대를 지시하자, 승부를 포기했다고 생각한다. “포기한 거 아녜요, 영감님...?” 영감님은 무슨 당치도 않은 소리를 하냐는 표정으로 예의 명대사를 날려준다.

3년 전, 종료를 12초 남기고 반포기 상태였던 정대만을 각성시켰던 말이, 지금은 강백호의 마음을 다잡게 했다. 그리고 강백호는 ‘쉽게 이긴다고 할 수 있는 점수차가 아니’라며 찌든 농구 상식을 들먹이는 정대만의 허를 찔러버린다.

다행히 <더 퍼스트 슬램덩크>에서는 수정되어 원작의 의미를 살리는 번역이 되었다.

누가 피했나

남훈이 사과하기 위해 서태웅을 찾아왔을 때, 못된 백호는 상황을 떠올리며 남훈을 비난한다. 남훈의 팔꿈치 공격을 비난한 것이 아니고, 그 후에 더 확실하게 공중 무릎차기로 서태웅을 때려눕히지 않은 것을 비난한다. 야 이 나쁜 놈아

원대사 : それを あの ヒヨコ野郎 よけやがった

뜻 : 그것(공중 무릎차기)을 저 병아리 녀석이 피해버리고 말았어(하다 말고 물러나 버렸어)

한국어판 번역 : 그걸 저 여우 녀석이... 피해버리고 말았어.

여기서 병아리는 남훈을 일컫는다.

백호는 남훈을 처음부터 카리메로(カリメロ, Calimero)라고 불렀다. 카리메로는 검은색 병아리로, 70년대 인기리에 방영된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이다. 한국어판은 이를 ‘수박머리’로 번역했다. 둘 다 머리모양의 특징에서 비롯된 별명이니 크게 위화감은 없다. 그러나 연재물의 특성상, 후에 같은 대상을 가리키는 다른 어휘가 나오면 번역의 일관성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아 지는 것이다.

어쨌든, 원어는 병아리라는데 번역은 여우라고 한다. 완전히 반대의 내용이다.

공중 무릎차기 장면을 되짚어 보면, 궁지에 몰린 남훈이 어떻게든 버텨보려는 몸부림이다.

그러나 대상을 잘못 골랐다. 서태웅은 전혀 쫄지 않았다. 그 순간, 초심을 일깨우는 노 선생님의 얼굴과 “농구는 좋아하나?”가 떠오르며, 남훈은 순간적으로 전의를 완전히 잃고 무너져버린다. 즉, 공중 무릎차기를 시도했으나 중도 포기하고 물러난 것은 남훈.

그런데 왜 서태웅이 피했다고 번역했을까. 시도한 사람이 피했다는 게 맥락상 어색해서 그렇게 번역한 것일까? 그렇다 해도, 바로 앞의 대사 '저 녀석(남훈)은 모질지가 못했어(奴はアマかった)'와의 호응이 어색해져 버린다. 게다가 이미 앞의 내용을 다 알고 있는 마당에, 왜 반대의 내용으로 번역했는지 참으로 의문이다.

남훈 캐릭터의 리얼리티와 입체성은 공중 무릎차기를 스스로 포기하고 무너진 데서 시작한다. 공중 무릎차기의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남훈이 끝까지 서태웅을 해코지하려 했다면 그는 끝까지 그저 그런 악당으로 남았을 것이다. 이후 각성하고 분전하는 것, 약 들고 사과하러 온 것 모두 개연성과 설득력을 잃게 된다. 현재 장면의 이해에 중요한 열쇠가 되는 내용인데 반대로 번역된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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