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농업, 국제 교류로 시행착오 줄여야 한다.

2025-07-09

[전남인터넷신문]치유농업의 역사는 인류의 농사와 함께할 만큼 오래되었지만, 우리나라에서 치유농장을 농가의 새로운 수익 모델로 정착시키는 일은 여전히 개척자의 길이며, 그 전망 또한 불확실하다. 최근 치유 수요가 증가하고 있고, 유럽의 선진모델을 기반으로 장밋빛 미래를 제시하는 이들도 있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치유농장이 점점 늘어나고 있으나, 여전히 규모와 전문성을 갖춘 기존 치유시설들과 경쟁하기 어려운 구조이다. 또한 유럽형 치유농장 모델은 풍부한 재정과 체계적인 시스템, 그리고 농업구조 전반이 대농(大農) 중심으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소농 중심 농업 환경과는 큰 차이가 있다. 시민들의 치유농업에 대한 인식 또한 미흡한 상황이다.

이러한 시행착오는 이미 원예치료에서도 경험된 바 있다. 우리나라에 원예치료가 도입된 지는 30년이 넘었고, 1997년에는 ‘한국원예치료복지협회’가 발족되며 제도화의 움직임도 있었다. 당시에는 원예치료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며, 원예치료사라는 직업이 유망하리라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한 세대가 지난 지금까지도 원예치료사(복지원예사 등)는 국가자격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으며, 복지원예사 등의 명칭으로 병원이나 요양시설에서 전문 인력으로 자리 잡지 못한 실정이다. 의료보험 적용 사례 역시 찾아보기 어렵다.

더욱이 원예치료보다 후발주자로 시작된 숲치유, 동물매개치유 등 다른 농업 기반 치유 활동들은 제도권에 성공적으로 진입하거나 빠르게 정착이 되고 있으며, 복권기금 등의 재원을 바탕으로 활발한 사업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에 반해 원예치료는 공공성과 효과,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제도적 정착이나 확산 면에서는 정체 상태에 머물러 있다.

반면,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원예치료를 도입한 일본에서는 ‘원예요법(園芸療法)’이라는 명칭으로 확산되었고, ‘원예요법사(園芸療法士)’라는 전문 직업도 정착되었다. 대만과 홍콩 역시 ‘원예치료’, ‘원예치료사’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조직을 갖추고 시민 건강 증진, 원예의 사회적 기능 확대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일본, 대만, 그리고 우리나라 모두 서구의 대농(大農) 중심 농업과 달리 소농(小農) 중심의 농업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농업에 대한 문화적 정서와 시민의 정체성 또한 유사한 면이 많다. 이는 원예치료나 치유농업을 운영하는 데 있어 중요한 문화적 기반이자 공통분모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대만과 일본이 원예치료 도입 과정에서 겪은 시행착오와 개선 노하우는 우리나라의 치유농업과 치유농장 발전에 유의미한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다. 특히 치유농장은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었더라도, 실제 현장에서는 대부분 농업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농업인들이 운영하고 있다.

전문 경영인이 아닌 이들이 운영하는 구조 속에서, 정책을 입안하거나 지원하는 기관들조차도 현장 경험이 부족한 행정가나 연구자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은 제도 정착의 또 다른 걸림돌이 되고 있다.

따라서 치유농업이 30년 전 원예치료가 걸었던 ‘유망하지만 정착되지 못한 길’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수익성 있는 경영모델 개발과 실질적인 현장 지원이 병행되어야 한다. 지속 가능성과 실효성을 확보하려면, 유럽의 선례뿐 아니라 우리와 유사한 소농 중심, 유교적 문화 기반을 가진 일본과 대만의 경험을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협력해서 시행착오를 줄이면서 발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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