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계의 왕” 통풍, 2040 남성 증가 추세
엄지발가락서 시작돼 발목·무릎으로 번져
심하면 뇌졸중·심근경색증 발생 위험까지
식이조절·정상체중 유지 등 습관 개선해야

대학생 A(25)씨는 고기를 좋아하는 이른바 ‘육식파’다. 일주일 내내 고기 위주로 먹거나 간, 곱창, 순댓국 같은 내장류가 들어간 식사를 즐겼다. 그러다 지난해 말 발과 다리를 자르고 싶을 정도의 극심한 통증이 찾아왔다. 엄지발가락에서 시작된 통증은 이후 복숭아뼈와 발목 등으로 퍼졌다.
직장인 B(37)씨는 집에 술 전용 냉장고를 구비해놓을 정도의 애주가다. 그런데 2년 전 발목을 삐어 부기가 생긴 줄 알고 방치하다 뒤늦게 통풍 진단을 받았다. 뼈 마디마디에서 느껴지던 통증이 두려워 지금은 술을 끊고 식단을 조절하며 약을 먹고 있다.
20일은 대한류마티스학회가 제정한 ‘통풍의 날’이다. 바람만 스쳐도 아프다는 뜻의 통풍(痛風)은 ‘통증계의 왕’으로 불린다. 최근 10년간 통풍 환자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20~40대 남성이 전체 환자의 절반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3년 국내 통풍 환자 수는 53만5100명으로 2014년(30만8728명) 대비 약 73% 증가했다.
특히 20~40대 남성 통풍 환자 비율은 지난 10년간 138% 치솟았다. 2023년 통풍 환자 2명 중 1명은 2040 남성이었다.
통풍은 대사산물인 ‘요산’이 몸속에 과도하게 축적되면서 발생한다. 요산은 고기나 생선에 많이 들어 있는 ‘퓨린’이라는 필수 아미노산이 에너지로 사용되고 남은 찌꺼기다.

보통 요산은 혈액을 통해 신장을 거쳐 소변으로 배출된다. 그러나 배출이 원활하지 않거나 혈중 요산 농도가 높아지면 요산염 결정이 형성돼 관절의 연골, 힘줄 등에 침착되면서 염증을 일으킨다.
특히 남성은 여성보다 평균적으로 혈중 요산 농도는 높은 반면, 요산 배출 능력이 낮아 통풍의 위험이 크다.
최근 젊은층에서 퓨린 함량이 높은 고지방·고단백 음식 섭취가 잦아졌고, 하이볼이나 칵테일 등 탄산·과당을 함유하고 있는 혼합 술 소비가 늘어나는 등 식습관 변화의 영향으로 통풍 환자의 연령층도 점차 낮아지고 있다.
통풍은 대부분 엄지발가락에 염증이 생기며 급성 발작으로 시작된다. 이후 발목이나 무릎 관절, 팔꿈치 등에서도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 혈액검사를 통해 혈중 요산수치를 확인하고, 관절액을 채취해 관절액 내 요산 결정체를 확인하며 진단한다.
이주하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통풍 구별법에 대해 “발가락이나 발목 같은 부위에서 예전엔 없던 통증이 발생해 단시간에 급격히 나빠진다거나 호발 부위를 누르기만 해도 아프고 거의 걸을 수 없을 정도의 통증이 나타난다”며 “그런 증상이 한번 생겼다가 며칠 후에 다시 사라지기도 해 반복된다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 만약 통증이 손이나 손목 쪽으로만 먼저 왔다면 전형적인 통풍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통풍은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만성 관절염, 관절 변형, 콩팥 기능 저하뿐 아니라 당뇨병 등 대사증후군이 동반될 가능성이 높다. 또 통풍으로 유발된 만성 염증이 혈관 벽을 망가뜨리고 혈전 생성을 촉진하면서 뇌졸중과 심근경색증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
고려대안산병원·숭실대·영남대병원 공동 연구팀에 따르면, 통풍과 만성 신질환을 동반한 당뇨병 환자는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뇌졸중 위험이 1.46배, 심근 경색증 위험 1.71배, 사망 위험은 1.78배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풍 예방과 치료를 위해서는 식습관 개선이 필수적이다. 퓨린이 다량 함유된 고기류, 특히 내장을 가급적 적게 먹어야 한다. 고등어, 꽁치, 참치, 삼치 등 등푸른 생선도 퓨린 함량이 높다.
모든 종류의 술은 신장의 요산 배출을 방해하기 때문에 자제하는 것이 좋다. 맥주는 퓨린이 많이 포함돼 있어 삼가야 한다. 청량음료와 과일 주스 등 과당이 많은 음료도 요산 수치를 높일 수 있어 섭취에 주의해야 한다.
대신 해조류나 저지방 우유, 아메리카노, 사과, 바나나 등 퓨린이 적거나 요산 배출을 돕는 음식 섭취를 늘리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규칙적인 운동과 적정 체중 유지 등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이 교수는 “급성 통풍이 매번 오는 게 아닌 만큼 아플 때만 약을 먹으며 염증을 조절하는 분들이 있는데 치료가 잘 안 되면 결절성 통풍으로 진행되기도 한다”며 “신장의 요산 조절 기능이 떨어지는 환자들은 증상이 없을 때도 요산 수치를 낮추는 저하제를 일정하게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국윤진 기자 sou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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