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냐, 안전이냐…어쨌든 휴머노이드 최대 승부처는 '이것' [실험실 밖 휴머노이드]

2025-10-19

휴머노이드 산업 경쟁의 성공 방정식은 얼마나 빨리(속도)·안전하게(신뢰)·싸게(단가) 만들 수 있냐다. 휴머노이드 로봇 패권을 놓고 격돌 중인 미국과 중국은 각각 신뢰와 속도를 중심 축에 놓고 경쟁 중이다.

중국은 속도전을 내세운다. 중앙 및 지방 정부 차원에서 클러스터를 조성하며 산업 부흥을 밀어붙이고 있다. 2023년 중국 공업정보화부가 ‘휴머노이드 로봇의 혁신 및 개발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뒤 베이징·상하이, 그리고 저장·쓰촨·후베이 등 각 성급 도시엔 국가와 지방이 공동으로 구축한 휴머노이드 혁신센터가 속속 생겼다. 덕분에 중국에선 지난 한 해만 35가지 신형 모델이 쏟아졌다.

미국 기업들은 속도만큼 신뢰에 집중한다. 가정용 로봇을 내세운 1X는 ‘넘어져도 사람을 다치게 하지 않는다’는 내재적 안전 설계를 최우선 원칙으로 삼았다. 실제 세계에 내놓기 전, ‘월드모델’이라 불리는 거대한 시뮬레이션 공간에서 수없이 넘어지고 부딪히며 위험요소를 선제적으로 차단한다. 어질리티 로보틱스는 안전 기준을 한 층 더 높이고 있다. 내년까지 국제적으로 요구되는 ‘협동 안전(cooperative safety)’ 등급을 충족한 로봇을 내놓을 계획. 다니엘 디에스 어질리티 로보틱스 최고전략책임자(CSO)는 “향후 휴머노이드 안전 표준이 생기면 (안전을 소홀히 했던) 일부 기업은 기준을 맞추기 위해 바닥부터 다시 설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속도든 안전이든, 결국 경쟁의 최종 승부처는 데이터다. 휴머노이드가 몸으로 부딪히며 얻는 수많은 데이터는 이른바 ‘피지컬 AI’ 성능을 개선할 수 있는 핵심 재료가 되기 때문. 결국 누가 더 많은 로봇을 현장에 풀어 빠르게 경험을 축적하느냐, 혹은 더 정밀한 생활 데이터를 쌓느냐가 중요해지고 있다.

중국은 데이터의 양과 다양성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유비테크는 전기차·물류·가전 등 다양한 현장에 수백 대 로봇을 투입해 하루에도 수만 건의 동작 기록을 쌓는다. 고객사 납품이라는 단기적 성과보다는 실사용 과정에서 수집한 데이터로 알고리즘을 빠르게 다듬어 중장기전에서 데이터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구상이다. 2년차 스타트업 갤봇도 베이징 내 24시간 무인 약국 20곳에 대표 로봇 제품인 ‘G1’을 배치해 소비자와 상호작용 데이터 수집에 집중한다. 연내 500곳으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미국 기업은 양보다 질에 방점을 찍는다. 오리건에서 물류창고에 투입된 어질리티 로보틱스 ‘디짓(Digit)’은 단순히 박스를 나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사람이 컨베이어 벨트에 박스를 올려놓는 순간부터 로봇이 이를 이어받아 적재하기까지의 전 과정을 초 단위로 기록한다. 충돌 가능성, 사람의 손동작과 로봇 팔의 간격, 이동 동선 최적화 같은 안전 데이터를 축적한다. 로봇이 사람 곁에서 일하는 이상, 대규모 시뮬레이션보다 실제 현장에서 얻는 세밀한 피드백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디에스 CSO는 “합성 데이터나 시뮬레이션도 일정 부분 의미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실세계 데이터”라며 “공장과 물류창고 같은 현장에서 다양한 환경과 과업을 수행하며 생성되는 데이터가 결국 로봇의 두뇌를 키우는 핵심”이라고 말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더중앙플러스 : 팩플

사람처럼 생긴 휴머노이드 로봇은 수십 년간 ‘곧 다가올 미래’의 상징이었다. 박스를 들고 계단을 오르고, 재주를 넘는 로봇들이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환호의 끝엔 언제나 똑같은 질문이 남았다. “그래서 이 로봇 어디에 쓸 수 있나?” 그런데 올해부턴 분위기가 달라졌다. 로봇이 현장 데이터 수집의 주체로 활용되기 시작하면서다. 어떤 회사는 공장 바닥에 세워 하루 여덟 시간씩 같은 동작을 반복하게 하고, 또 다른 회사는 직원 거실에 들여보내 청소와 빨래를 시킨다. 이 데이터가 곧 로봇의 근육이자 두뇌가 되는 선순환이 시작됐다.

최전선에서 빠르게 달리고 있는 건 미국과 중국이다. 방식은 다르지만 목표는 같다. 휴머노이드를 산업과 일상의 인프라로 심는 것. 이들은 먼저 도달한 미래 현장에서 무엇을 배우고 있을까. 팩플이 직접 미국과 중국의 현장에서 뛰고 있는 휴머노이드의 개척자들을 직접 만나 보고 들은 현장을 ‘휴머노이드 시대 개척자들’ 시리즈로 전한다.

① “새우 까게 하는 게 최종 목표” 집안일 로봇 만든 그 CEO 누구

② 미국 챗GPT 나오자 각성했다…“휴머노이드 세일” 중국 노림수

③ 미·중 ‘피지컬 AI’ 패권 경쟁…진짜 싸움은 근육 아닌 두뇌

④젠슨황 아들에 로봇을 물었다, 엔비디아 유니버스의 ‘끝판왕’

베이징·선전(중국)=어환희 기자, 샌프란시스코(미국)=권유진 기자 eo.hwa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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