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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자산운용사가 ‘혁신기업’인 테슬라 주가가 오르면서 ‘전통기업’인 포드자동차 주가가 하락하면 수익이 극대화되는 새로운 방식의 상장지수펀드(ETF)를 선보여 투자업계 관심을 끌고 있다. 합리적인 투자 방법이라는 평가와 함께 주가 변동성이 매우 클 뿐만 아니라 보수도 비싼 만큼 투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ETF 운용사 디파이언스는 지난 12일(현지시간) ‘배틀셰어즈(Battleshares) TSLA vs F ETF’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했다. 해당 ETF는 테슬라에 대한 180~220% 매수 포지션과 함께 포드엔 –80~-120% 매도 포지션을 갖는 것이 특징이다. ETF 티커(Symbol)명은 ‘ELON’으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서 따왔다.
이 ETF는 자동차 산업 내 혁신 기업과 전통 기업 간 경쟁 관계를 이용해 투자하는 상품이다. 테슬라 주가가 오르는 동시에 포드 주가가 하락하면 이익이 극대화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같은 방식을 채택한 것은 자동차 산업 트렌드 변화에 따라 전기차업체인 테슬라가 지속 성장할 경우 내연기관차에 주력해왔던 포드의 시장 점유율이 점차 축소될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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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파이언스 측은 “혁신적인 투자 방법”이라고 강조하고 있으나 이같은 투자 방식은 2배 레버리지 ETF보다 훨씬 위험하다. 롱숏 양 방향을 모두 맞혀야 하는 만큼 변동성이 매우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해당 ETF는 테슬라 주가가 10% 하락하면 펀드 순자산가치가 20% 줄어들고, 반대로 포드 주가가 10% 오르더라도 펀드 순자산가치는 10% 감소한다. 만약 테슬라 주가가 내리고 포드 주가가 오르면 손실은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
테슬라와 포드 주가가 모두 오르더라도 이익을 낼 수 있겠지만 레버리지를 활용하는 만큼 손익 변동이 발생할 수도 있다. 두 회사 모두 자동차 업체여서 산업 자체가 부진하면 손실이 집중된다. 연 보수율이 1.29%로 업계 평균 0.45%를 크게 웃돈다는 점도 투자자에겐 부담이다.
디파이언스는 같은 방식으로 산업별로 혁신 기업 ‘2배 롱(매수)’과 전통 기업 ‘1배 숏(매도)’ 전략을 활용하는 배틀셰어즈 ETF 시리즈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투자 설명서에 따르면 엔비디아(그래픽처리장치·GPU) 대 인텔(중앙처리장치·CPU), 아마존(온라인 유통) 대 메이시스 백화점(오프라인 유통), 코인베이스(가상자산 거래소) 대 웰스파고(은행), 넷플릭스(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대 컴캐스트(방송), 구글(인터넷) 대 뉴욕타임스(신문) 등을 예고한 상태다.
권병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혁신 기업과 전통 기업에 롱숏을 하는 ETF인 만큼 변동성이 클 수 있지만 매매 포지션 방향은 합리적으로 보인다”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