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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 1월에도 신용판매액 업계 1위를 이어갔다. 지난해 신한카드 신용판매액을 넘어선 뒤로도 계속해 격차를 더욱 벌려가고 있다. 당기순익에서도 삼성카드에 1위 자리를 내주면서 수년간 업계 1위를 유지했던 신한카드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다.
23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현대카드 신용판매액은 14조3171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에 이어 업권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신한카드의 1월 신용판매액은 14조67억원으로 현대카드와 3103억원 차이다.
현대카드는 지난해 10월 처음으로 신용판매액 규모에서 신한카드를 앞질렀다. 지난해말 2347억원 상당에 이르던 신용판매액 격차는 지난 1월 더 크게 벌어졌다. 현금서비스와 카드론을 제외하고 국내외 개인·법인 신용카드로 승인된 모든 금액을 합산한 수치를 뜻한다.
물론 현대카드의 가파른 신용판매액 증가는 법인의 구매전용카드가 견인했다. 현대카드가 처음으로 신한카드 신용판매액을 앞지르기 직전인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넉 달간 현대카드 구매전용카드에서 발생한 거래액은 4조6898억원에 이른다. 신한카드의 2배가 넘는 규모다. 현대카드는 올해 1월 역시 구매전용카드를 통해 1조7229억원에 이르는 실적을 올렸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구매전용카드는 매출이나 규모를 늘릴 수는 있어도 실질적으로 카드사 실적에 거의 영향이 없다”면서도 “단순히 신판 1위를 내줬다기 보다도 나머지 영역에서도 신한카드의 위치가 위협을 받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 2023년까지만 해도 개인고객 일시불 기준 신용거래액 1위는 신한카드의 자리가 공고했다. 하지만 지난해 상반기부터 현대카드는 개인 일시불 기준으로도 신한카드를 앞질러 나가기 시작했다.
해외거래 역시 마찬가지다. 2023년말까지 개인 고객의 일시불 해외거래액은 신한·삼성·현대·KB국민카드 모두 10조원 안팎으로 대동소이했다. 지난해말 들어서는 현대카드가 압도적인 1위로 치고 나갔다. 올해 1월 역시 전체 일시불 해외거래액 1조2000억원 가운데 현대카드를 통한 거래는 3030억원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신한카드는 지난해 당기순익에서도 삼성카드에 선두 자리를 내주면서 수익성 측면에서도 적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신한카드가 2023년 간발의 차로 당기순익 1위를 지켰던 것과는 달리 지난해에는 1000억원 가까운 차이가 벌어졌다.
올해 신한카드는 지난해 신임 사장으로 선임된 박창훈 대표를 필두로 업계 1위 재탈환을 위해 애플페이 도입을 비롯한 각종 혁신에 집중할 전망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금리 인하와 가맹점 수수료 인하, 애플페이 도입 등 여러 상황이 신한카드는 물론 모든 후발주자에게 위기이자 기회가 될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 “업황 악화 속 시장 판도에 대대적인 변화가 이뤄질 한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