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청정지역 아니었어?…펭귄마저 수은 오염됐다

2025-04-24

25일은 서식지 감소로 위기에 처한 펭귄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제정된 '세계 펭귄의 날'이다. 올해 54회를 맞는 펭귄의 날에 앞서 남극 펭귄들이 수은 축적의 위험에 처해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최근 미국 러트거스대 연구팀은 남극 펭귄의 수은 오염 실태를 분석한 결과를 국제 학술지 '종합환경과학'(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에 게재했다. 지구상 가장 청정한 곳으로 꼽히는 남극조차 인간의 활동으로 인한 수은 오염이 진행 중이라는 내용이다.

연구팀은 서남극 앤버스섬 근처의 번식지에서 수집한 아델리펭귄·젠투펭귄·턱끈펭귄의 깃털에서 수은 농도 등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턱끈펭귄의 평균 수은 농도(0.80±0.20㎍/g)가 세 종의 펭귄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펭귄 깃털의 수은 농도는 해당 펭귄의 먹이 및 먹이 활동을 하는 바다와 관련 깊었다. 턱끈펭귄 무리는 번식기가 아닐 때는 남극대륙을 벗어나 보다 온난한 남대서양 사우스조지아섬 부근에서 크릴 등을 섭취하는 데, 이 해역은 수은 농도가 비교적 높은 편이다.

반면, 일 년 내내 남극대륙 해역에 머무는 아델리펭귄(0.09±0.05㎍/g)은 수은 축적 농도가 턱근펭귄이나 젠투펭귄보다 낮았다. 연구팀은 기존 문헌의 데이터를 토대로 마카로니펭귄·남부바위뛰기펭귄·황제펭귄·임금펭귄(왕펭귄)과도 비교했는데, 아델리펭귄은 이들보다도 수은 농도가 가장 낮았다.

그렇긴 해도 아델리펭귄의 수은 농도는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해수 속 수은 농도(0.00000016㎍/g)보다 약 56만배 짙었다. 청정하다고 알려진 남극 생태계에서도 수은 오염으로 인한 생물 농축이 일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연구팀이 비교한 펭귄 중 깃털의 수은 농도가 높은 건 마카로니펭귄(평균 5.85±0.85㎍/g)이었다. 마카로니펭귄은 주로 남극해와 남대서양 해역 사이의 '남극 수렴대'에서 먹이활동을 한다. 남위 50~60도 부근의 남극 수렴대는 남극해의 차가운 해류와 대서양에서 흘러온 보다 따뜻한 해류가 만나는 경계 지대로 식물성 플랑크톤 등이 다량 번식한다. 남극해를 오염물질로부터 지키는 역할을 하는 남극 수렴대마저 수은 오염이 진행되고 있다는 얘기다.

연구를 이끈 존 라인펠더 러트거스대 교수(환경과학)는 언론 인터뷰에서 “1960년대 인간이 뿌린 살충제(DDT)가 외딴 오지에서도 발견됐듯, 남극해에는 수은 오염원이 없어도 대기와 바다를 통해 수은이 이동해 먹이 사슬을 통해 펭귄에게 축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연구 결과가 해양 동물의 수은 오염 과정을 지도로 그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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