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도 된다"…카드업계, 커지는 애플페이 '딜레마'

2025-06-17

대중교통·이커머스 등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애플페이를 사용할 수 있는 곳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카드사들의 애플페이 도입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장기적으로 보면 애플페이 도입이 필요하지만, 악화된 업황 속 수수료 등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어 카드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모바일 교통카드 운영사 티머니는 지난 16일 자사 SNS 계정을 통해 "티머니가 아이폰과 애플워치에 찾아온다"며 애플페이 연동을 예고했다. 서비스 개시 시점을 비롯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고 "자세한 내용은 추후 업데이트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간 애플페이 확산을 가로막았던 교통카드 문제가 해결된 만큼, 카드사들의 애플페이 도입 역시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사용처가 확대되면서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어 더이상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대형 이커머스 플랫폼인 네이버쇼핑도 결제 수단으로 애플페이를 지원하기 시작했으며, 배달의민족, 무신사 등에서도 애플페이 결제가 가능하다.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 등 일부 카드사들은 현재 애플페이 도입 절차를 진행 중이다. 신한카드는 최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이용약관 관련 승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KB국민카드도 약관 심사를 금감원에 신청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카드사들이 애플페이 출시를 통해 기대하는 것은 신규 고객 유치 효과다. 날이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내수 시장에서 아이폰 등 애플 기기를 선호하는 젊은 세대를 유치할 수 있다는 것. 실제로 지난 2023년 업계 최초로 애플페이를 도입한 현대카드는 지난 2년간 회원수와 점유율을 빠르게 키워나가고 있다.

문제는 수익성이다. 카드사들은 애플페이 도입이 장기적으로는 불가피하지만 당장의 수익성 악화를 피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애플페이 결제 1건당 약 0.15%의 수수료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NFC 단말기 설치비용도 카드사들이 부담해야 한다. 한국신용카드학회는 해당 비용이 최소 6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게다가 현재는 무료인 삼성페이도 향후 유사한 수수료 정책을 도입할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카드사들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달 23일 열린 '2025 한국신용카드학회 춘계세미나'에서 "카드사가 애플페이를 도입해도 당기순이익 측면에서 이익이 크지 않을 것 같다"며 "수익성보다는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차원에서 도입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애플에 줘야 할 수수료, 단말기 설치 비용, (비자 등) 브랜드 수수료를 감안하면 카드사에 기존 수수료 외 많은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카드사가 아니라 결제 시장에 진입할 기업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카드업계는 이미 수익성 악화를 막기 위해 구조조정과 마케팅 축소 등 긴축경영에 나선 상태다. 지속적인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본업인 신용판매 부문에서 수익이 거의 나지 않고 있으며, 대출 등 금융 부문에서도 건전성 우려로 공격적인 영업이 어려워진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애플페이 도입에 따른 추가 비용 부담은 카드사들로서는 적잖은 부담이다. 수익성 악화가 이어질 경우 고객 혜택 축소 등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전세계적으로 애플페이 사용이 확산되는 흐름 속에서 카드사들도 도입하지 않고 버티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다만 수익성이 점점 나빠지는 상황에서 수수료와 단말기 등 비용 부담이 상당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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