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끔한 병살에 환호성··· ‘3루수 강승호’ 어디까지 왔나

2025-02-05

시드니 한낮 더위 속 두산의 팀플레이 훈련, 배팅볼을 받아친 강한 타구가 내야 왼쪽으로 튀어 나갔다. ‘3루수 강승호’가 매끄럽게 공을 주워들어 지체없이 2루로 공을 던졌다. 결과는 깔끔한 병살 플레이. 배팅 케이지 뒤에서 훈련을 지켜보던 박석민 타격코치를 비롯해 훈련장 모두가 일제히 크게 소리치며 강승호의 수비를 칭찬했다. 시드니 공기가 일순 더 뜨거워졌다. 두산 주전 3루수라는 새로운 과제를 받아든 강승호를 위해 모두가 합심해서 기를 불어 넣는 듯한 광경이었다.

팀플레이 훈련을 마친 강승호는 “다들 기 살려 주시려고 더 그러시는 것 같다”고 쑥스럽게 웃었다. 스프링캠프 과제야 수없이 많지만, 이승엽 감독이 가장 많이 신경을 쓰는 건 역시 강승호의 3루 전향이다. 터줏대감이던 허경민이 FA로 이적하면서 두산은 ‘3루수 강승호’ 카드를 꺼내 들었다. 강승호의 장타력을 살리는 동시에 2루와 유격수 자리에 최대한 많은 선수를 시험해 보기 위해서다.

이승엽 감독은 구상대로 3루수 강승호가 가능하겠느냐는 말에 “됩니다”라고 짧고 굵게 답했다. 일단 실전을 치러봐야 더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겠지만, 지금까지 훈련을 지켜본 결과로는 크게 무리가 없다는 설명이다.

시드니에 스프링캠프를 차리고 열흘 남짓, 강승호는 내내 3루 수비만 봤다. 조성환 퀄리티컨트롤(QC) 코치는 “승호는 여기 와서 2루 너머로는 아예 한 번을 안 나갔다”고 말했다. 사실상 3루 올인이다. 조 코치는 “기술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결국은 실전에서 얼마나 빠르게 적응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강승호는 “한 80% 정도까지는 된 것 같다”고 자평했다. 데뷔 이후 쭉 내야를 봤고, 3루 경험 또한 전혀 없지는 않다. 타자와 거리 자체가 다르고, 강습 타구 처리나 대시 움직임 같은 차이는 분명히 있지만 그 외에 아주 어려운 부분은 없다는 설명이다. 조 코치처럼 강승호 역시 “실전에 들어갔을 때 얼마나 빠르게 적응하느냐가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강승호는 올해로 두산 이적 5년 차, 프로 데뷔 딱 10년 차가 됐다. 최고참 베테랑 라인과 이제 막 데뷔한 신예들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해야 할 위치다. 자연스럽게 부주장 책무까지 맡았다. 두산은 ‘3루수 강승호’에게 경기력 이외에 고참으로 역할까지 바라고 있다. 수비수 중 투수와 가장 가까운 자리, 늘 눈을 맞춰야 하는 자리가 3루인 만큼 경기 중 더 크게 파이팅을 외치고 투수를 독려하는 역할까지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강승호 역시 새로운 역할을 체감 중이다. 3루 자리에서 보는 풍경이 2루에 있을 때와는 또 다르더라는 것이다. 강승호는 “그러잖아도 팀에 어린 투수들이 많다. 3루에서 한마디라도 더 하려고 신경 쓰는 중”이라고 했다.

강승호는 두산의 시즌 초반을 좌우할 가장 큰 변수다. 새 키스톤 콤비를 누구로 꾸릴지도 아직 고민이지만, 그마저도 3루수 강승호가 선결되지 않으면 아예 성립되지 않는다. 세대교체에 들어간 두산 내야의 처음이자 마지막 조각이 강승호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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