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수 안 통한다’…유해위험요인 확인·개선절차 마련해야

2024-07-05

■ 기소·판결 사례로 알아보는 중대산업재해 대응 요령

대형사고 빈발, 폭염·호우 예보

산업재해 대응 강조되는 시기

사업주, 안전보건확보 의무 부담

중대재해 시 개인에게 형사처벌

사업장 특성에 맞는 절차 마련

형식적인 수단에 그치면 안 돼

확인된 위험성은 반드시 제거

[정보통신신문=서유덕기자]

최근 산업 현장에서 대형 사고가 발생하고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판결도 속속 확정되면서 중대산업재해에 대한 경각심이 재차 고조되고 있다. 또한 올해 여름 폭염과 집중호우가 심할 것으로 예견돼 침수·온열질환 같은 계절성 산업재해에 대한 대응도 요구된다. 특히 공사 현장에서 한순간의 방심은 산업재해로 이어지기 쉬운 만큼, 산업재해 처벌에 취약한 중소 정보통신공사업체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기업이 스스로 사업주·경영책임자를 중심으로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이행하는 등 안전과 보건을 확보해 중대산업재해를 예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다만 이 법률의 실질적인 규제 방향은 예방보다는 처벌에 초점을 두고 있어 공사업을 비롯한 산업 전반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지속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22년 1월 27일부로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의 과도한 형벌과 모호한 규정으로 인한 현장 애로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특히 올해 1월 27일부터는 개인사업자, 상시근로자 수 50인 미만 사업장, 공사금액 50억원 미만 공사에 대한 유예기간이 종료돼 영세 사업장의 부담이 가중됐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최근까지도 업체 대표자가 기소돼 실형을 선고받은 사례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법률의 합리적인 개정을 위한 노력이 있어야겠으나, 그와는 별개로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이해와 필요한 조치를 수행하는 데도 만전을 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5월 31일 기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기소된 기업 총 51곳 중 40곳이 300인 미만 중소기업이다. 이들보다도 준비가 부족하고 취약한 50인 미만 기업의 형사처벌 리스크는 더 크게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중대재해처벌법 핵심 체크포인트’를 발간한 한국경영자총협회 중대재해 종합대응센터는 “중대재해 발생 전력이 없고, 최소한의 업무절차를 마련한 경우에는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경향”이라고 설명하면서도 “여러 차례 안전조치 의무 위반으로 처벌받았거나, 현장의 위험성을 인지하고도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으면 실형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사업주에게 안전보건확보 의무 부과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안전보건법 제2조 제1호에 규정된 산업재해 중에서도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직업성 질병자가 1년 내 3명 이상 발생한 산업재해를 ‘중대산업재해’로 분류한다.

그러면서 종사자의 안전상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실시해야 하는 조치 의무를 사업주·경영책임자에게 부과하고 있다. 여기서 사업주는 자신의 사업을 영위하는 자 또는 타인의 노무를 제공받아 사업을 하는 자(개인사업주)를 의미한다. 경영책임자는 사업을 대표·총괄하는 권한·책임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해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정의한다.

사업주·경영책임자가 중대산업재해 방지를 위해 실시해야 하는 의무는 크게 네 가지다. 먼저,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그 이행에 관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구체적으로는 △안전보건 목표와 경영방침 설정 △안전보건 전담조직 설치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하고 개선하는 업무절차 마련과 반기 1회 이상 점검 후 필요한 조치 이행 △안전보건 인력·시설·장비 구비 및 유해위험요인 개선에 필요한 예산 편성·집행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에게 필요한 권한·예산을 부여하고 업무수행 충실성 평가기준을 마련해 평가·관리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안전관리자 등 전문인력 배치 및 겸직 시 업무 수행시간 보장 등이 이행돼야 한다.

또한 종사자 의견청취 절차를 두고 반기 1회 이상 청취하며 필요시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이행 여부를 점검·조치해야 한다. 중대산업재해 발생(급박한 위험포함) 대비 매뉴얼 마련 및 조치 여부 점검, 도급·용역·위탁 시 안전보건 확보를 위한 기준·절차 마련 및 반기 1회 이상 이행 점검 또한 수반돼야 한다.

다만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는 그 규모와 여건을 고려해 안전보건 전담조직의 설치와 안전관리자 등 전문인력의 배치 의무는 면제토록 하고 있다.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외에도, 재해 발생 시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고 그 이행에 관해 조치해야 한다. 중앙행정기관 등이 관계법령에 따라 시정 등을 명한 사항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아울러 안전·보건관계법령에서 정한 의무의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그 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하며, 특히 유해·위험작업에 관한 안전보건교육 여부도 점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사업주·경영책임자는 이와 같은 안전보건확보 의무 이행에 관한 사항을 서면으로 작성하고 5년간 보관해야 한다.

혹여나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정한 안전보건확보 의무를 위반해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한다면,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개인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법인에도 10억원 이하의 벌금이 별도로 부과된다.

만약 중대산업재해로 인해 사망자가 발생한다면 처벌 수위가 한층 심해진다.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개인에게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이, 법인에는 50억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유해위험요인 확인·개선절차 마련 강조

안전보건확보 의무는 대체로 ①지배·관리 사업장 및 도급·용역·위탁사업 파악 ②조직·인력·예산 확보 ③목표·기준·절차·매뉴얼 마련 ④이행 ⑤반기 1회 이상 점검 순으로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유해위험요인 확인·개선절차’가 강조된다.

유해위험요인 확인·개선절차에는 ‘위험성평가’를 도입할 수 있다. 위험성평가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사업주에게 부과된 의무로, 사업주가 스스로 유해·위험요인을 파악하고 해당 유해·위험요인의 위험성 수준을 결정해 위험성을 낮추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시행하는 과정이다.

위험성평가는 2013년부터 법제화됐으나 복잡하고 어려워 그간 현장으로부터 외면받아 왔다. 정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계기로 중·소규모 사업장에서도 쉽고 간편하게 시행할 수 있는 위험성평가 방법을 개발했다. 대표적으로 △위험성 수준 3단계 판단법 △체크리스트법 △핵심요인기술법(OPS)이 있다.

3단계 판단법은 위험성 수준을 상·중·하 또는 저·중·고 같이 간략하게 구분하고,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위험성의 수준을 표시하는 방법이다. 이를 위해선 단계적 구분에 관한 객관적 기준을 사전에 설정해야 한다.

체크리스트법은 목록에 제시된 유해위험요인의 위험성이 허용할 수 있는 수준인지를 판단하는 방법이다. 점검 항목의 적정성 확인은 소수의 인원으로도 수행할 수 있고, 신뢰성과 일관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주요 유해위험요인을 목록으로 도출하는 데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요구된다.

OPS법은 관리자·근로자로 하여금 ‘어떤 유해위험요인이 있는가?’ 또는 ‘누가 어떻게 피해를 입는가?’ 같은 핵심 질문에 단계적으로 답변하도록 함으로써 간략하게 위험성평가를 하는 방법이다. 이는 근로자 의견을 수렴하며 현장의 위험성을 파악하는 데 용이하나,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중·소규모 사업장을 위한 ‘쉽고 간편한 위험성평가 방법 안내서’를 제작, 홈페이지 등을 통해 배포하고 있다.

이처럼 위험성평가 등 유해위험요인 확인·개선절차를 마련하는 것은 사업주의 의무로, 미이행 시 처벌 가능성이 높아진다. 실제로 법원은 요양병원 증축 현장에서 하청근로자가 16.5m 높이에서 작업 중 추락사한 사고와 관련해 현장에 유해위험요인 확인·개선절차가 마련돼 있지 않았음을 이유로 대표이사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법인에 벌금 3000만원을 선고한 바 있다.

단순히 일반적인 사항에 대한 절차만을 규정할 게 아니라, 사업장 특성을 반영한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상가 신축 현장에서 하청근로자가 떨어진 철근에 맞아 사망한 사고와 관련해 법원은 ‘일반적인 사항에 대한 절차만 규정함으로써 이 사건 공사현장의 특성과 작업의 공정을 적절히 파악하고 실질적인 위험요인을 찾아내 평가할 수 없도록 했다’고 판단하면서 대표이사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법인에 벌금 2000만원을 선고하기도 했다.

사업주는 형식적인 위험성평가를 지양하고, 사업장별로 보유하고 있는 위험 기계·설비나 위험물질 목록을 구비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조치에 나서야 한다. 근로자 참여 없이 실시하거나, 전년도 위험성평가에 일자만 바꾸는 식으로는 중대재해 시 처벌을 면할 수 없다.

유해위험요인 확인·개선절차를 통해 발견한 유해위험요인이 있다면 이를 제거하거나 대체하는 것 또한 당연시된다. 제거·대체가 불가피한 경우에는 관리·통제라도 실시해야 한다. 공사현장의 개구부를 예로 들면, 설계·시공 시 개구부를 최소화하거나 안전난간 또는 덮개를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약 여건이 불비하다면 추락·위험 표지판을 설치하고 근로자의 안전모·안전대 착용을 철저히 해야 한다. 유해위험요인을 발견했음에도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은 사업장의 대표이사에 대해 징역 2년의 실형이 선고된 판례가 있다.

중대산업재해 시 대응 매뉴얼 있어야

비상상황 대응 매뉴얼도 마련해야 한다. 매뉴얼에는 △작업 중지 △근로자 대피 △위험요인 제거 △구호 △추가 피해 방지 등이 담겨야 한다.

중대산업재해 발생 시 긴급조치방법 등이 포함된 매뉴얼을 마련하지 않아 처벌받은 사례가 있다. 법원은 골판지 제조공장에서 근로자가 윤활유 주입 작업을 하던 중 설비 회전축에 끼어 사망한 사고와 관련해 ‘언제든지 협착에 의한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할 수 있는 급박한 위험이 있음에도 작업 중지, 위험 요인 제거 등 대응조치에 관한 매뉴얼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았다’면서 대표이사에게 징역 1년 2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법인에 벌금 8000만원을 선고한 바 있다.

특히 안전인력이 부족하고 중대재해처벌법에 대응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은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는 경우가 많다. 재해 시 체계적인 대응을 위해, 사전에 비상대응 매뉴얼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능한 한 모든 구성원이 쉽게 이해하고 신속하게 실천할 수 있도록 단순·명확하게 작성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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