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기술과 응용] Made in Cosmos: 우주 타코로 여는 미세중력 세계의 농업 자동화(1)

2025-03-27

우주에서 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이것은 단순히 그곳에 머무는 것을 넘어 그곳에서 삶을 지속적으로 영위해 나가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의 일상이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의식주의 충족이 필요하다. 의식주 가운데 우주에서 유지하기 가장 어려운 요소가 바로 ‘식’, 먹을 것이다.

2021년, 국제우주정거장(이하 ISS)에서 특별한 요리가 탄생했다. 이 요리는 우주 비행사들이 직접 재배한 고추를 사용하여 만든 “우주 타코”이다. 지구에서 400km 떨어진 우주에서, 현장에서 바로 생산된 매운 고추가 토르티야에 싸여 우주 타코가 만들어졌다. 지구의 타코들과 비교하면 볼품이 없을 수도 있지만, 이 작은 요리는 분명 “made in Cosmos”라는 태그를 가졌다.

한때 ISS에서 몇 달을 보내는 우주 비행사들은 건조식품과 통조림만을 먹어야 했다. 맛은 단조롭고 신선도가 부족해 장기임무에는 한계가 있었다. 화성과 같은 장거리 우주 미션에는 이런 통조림 등의 음식만으로는 버틸 수 없다. 우주농업이 필요한 것이다. 우주농업은 식량뿐만 아니라 산소도 공급할 수 있다. 식물이 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산소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우주 타코는 우주에서의 장기적 식량 생산과 산소 공급이라는 두 가지 큰 가능성을 가시화시킨 의미 있는 사건이다. 이 우주 타코의 탄생 뒤에는 나사(NASA)의 APH(Advanced Plant Habitat) 시스템이 있었다.

APH는 ISS에서 식물 생물학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설계된 최대 규모의 완전 자동화된 식물 재배 시설이다. 쉽게 이야기하면 ‘작은 스마트 농장’이다. APH 시스템의 궁극적인 목적은 식물이 우주 환경에서 어떻게 성장하는지를 이해하고, 장기 우주 미션에서 신선하고 영양가 있는 작물을 생산할 수 있는 체계적인 기술을 개발하는 데 있다. APH는 나사의 우주 생명 및 물리 과학 연구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케네디 우주 센터와 ORBITEC(Orbital Technologies Corporation)이 공동 개발했다. 2017년 지구에서 ISS로 운반되어 일본 실험 모듈인 Kibo에 설치되어 아라비돕시스(Arabidopsis)나 밀(wheat) 같은 식물을 이용해 우주에서의 식물 생장과 관련된 유전적 생리적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APH는 크게 과학 캐리어(Science Carrier), 성장 조명 장치(Growth Light Assembly), 환경 제어 시스템, 다양한 센서들, 물 공급 시스템, 카메라로 구성된다. 과학 캐리어는 식물이 자라는 ‘집’으로 식물이 뿌리를 내리고 자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흙 대신 아르킬라이트(Arcillite)라는 기질(substrate)을 넣어 식물이 물과 양분을 흡수하게 한다. 성장 조명 장치는 식물에 빛을 공급하는 LED 조명등이다. 빨간색, 파란색, 초록색, 흰색 등 여러 스펙트럼의 빛을 조합하고 밝기 강도를 조절하여 인공태양과 같은 역할을 한다. 환경 제어 시스템은 식물 주변의 날씨(환경)를 조절한다. 온도, 습도, CO2의 양 등을 조절하여 식물의 생장이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돕는다. APH에는 180개가 넘는 센서가 장착되어 있어 식물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체크하고 감독한다. 물이 얼마나 있는지, 빛이 충분한지, 공기의 질에는 문제가 없는지 등 다양한 식물 생장 요건들을 측정한다. 물 공급 시스템은 이름 그대로 식물에 물을 공급하는 장치다. 카메라는 식물이 어떻게 자라는지 시각적으로 확인하기 위한 장치로 매일 사진이나 영상으로 식물의 상태를 기록한다.

APH는 LED 기반 인공태양과 과학 캐리어 및 물 공급 시스템을 연계한 일종의 전자동 수경재배 시스템이다. LED를 통해 방사되는 기본광의 특징을 살펴보면, 빨간색은 주로 꽃이나 열매를 맺는 데 활용되고, 파란색은 잎과 줄기가 튼튼하게 자라는 데 도움을 준다. 초록색은 주로 식물이 자연스럽게 보이게 하고 약간의 광합성에 도움이 된다. 과학 캐리어에서 식물이 뿌리는 내리는 기질인 아르킬라이트는 점토를 고온에서 구워 만든 작은 알갱이 형태의 인공재료다. 아르킬라이트는 식물의 뿌리를 지탱해 주고, 물과 영양분을 붙잡아 식물이 필요한 때에 흡수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물 공급 시스템은 과학 캐리어에 연결되어 있어 물에 질소, 인, 칼륨 등의 영양분을 녹인 양액을 생성하여 뿌리로 보낸다. 미세중력에서는 물이 떠다닐 수 있으므로 과학 캐리어는 물 공급 시스템으로부터 전달받은 양액이 기질에 스며들게 하고 뿌리가 필요한 만큼 흡수하도록 정확히 조절한다. 이러한 방식은 NFT(영양막 수경재배법)나 점적 관개와 유사한 방식이다.

APH는 우주 비행사가 초기 설정이나 수확을 제외한 나머지 식물 재배 과정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 스마트 시스템이다. 모든 과정이 자동화되어 있어 물과 영양소 공급부터 빛 조절까지 모두 기계가 알아서 한다. 지상 연구팀은 ISS의 APH에서 보내온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여 식물 생장 실험을 조정한다. 예를 들어, 식물 잎의 상태를 카메라로 확인하고 빛의 조성을 바꾸는 식이다. APH는 단순한 식물 상자가 아니라 우주농업의 기술적 가능성을 입증하는 식물 생장 플랫폼이다.

이영두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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