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이 부정한 블랙홀의 존재...펜로즈는 어떻게 증명했나[BOOK]

2025-03-28

블랙홀

브라이언 콕스 , 제프 포셔 지음

박병철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영국 맨체스터 대학의 입자물리학자 브라이언 콕스와 제프 포셔는 30년 단짝. 대중 스타라고 해도 될 콕스는 과학 프로그램들에 직접 출연해 거침없이 매력을 뽐내는 반면, 포셔는 각종 프로그램의 자문에 머무른다. 그런 성격 차이에도, 혹은 그런 차이 덕분에 두 사람은 깊은 주제를 얼버무리지 않고 호소력 있게 잘 전달한다는 찬사를 받는 대중 물리학서를 몇 년마다 함께 펴낸다.

『블랙홀』은 네 번째 공저. 동갑내기인 두 사람은 콕스가 프로 키보드 연주자로 밴드 활동을 하면서 물리학 공부를 할 때 포셔의 대학원 강의를 들으면서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글쓴이들이 명시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블랙홀』은 출판 시기나 내용 전개 방식으로 볼 때 2020년 노벨 물리학상이 계기가 된 듯싶다. 그 해 노벨물리학상은 로저 펜로즈가 절반을, 천문학자인 라인하르트 겐첼과 안드레아 게즈가 1/4씩을 받았다. 겐첼과 게즈는 우리 은하수 중심부에 있는 초거대질량블랙홀(Sgr A*라고 부른다)의 존재를 의심의 여지 없이 확정한 공로로 받았다. 이처럼 블랙홀들은 수많은 물체들이 명멸하는 관측가능한 우주 안에서 노니는 실체이다.

동시에 블랙홀은 추상적인 시공간 이론을 통해서 연구되어온 존재이기도 하다. 『블랙홀』은 이론적 존재로서의 블랙홀에 집중해서, 블랙홀이 가끔 거론되기도 하는 특이한 가상의 존재에서 이 세상의 물리적 토대에 대한 핵심적 연구 주제로 왜 어떻게 탈바꿈하였는지를 풀어낸다. 전반부는 펜로즈가 소위 특이점 정리를 발견하고 펜로즈 다이어그램을 제시할 때까지를, 후반부는 이 발견 이후 블랙홀 연구가 어떻게 물리학의 각 분야와 밀접하게 관계 맺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한다.

사실 펜로즈 이전에는 블랙홀이 실제로 존재할까 하는 의문에 확실한 답을 줄 수 없었다. 아인슈타인 본인은 블랙홀의 존재를 전혀 믿지 않았다. 블랙홀 연구는 1차 대전 중 슈바르츠실트가 각운동량(회전운동의 운동량)도 전하도 없이 오로지 질량만 지닌 완벽한 공이 단 하나만 있는 가상 우주에 아인슈타인 이론을 시험 삼아 적용해본 일에서 비롯되었다.

아인슈타인은 물리적 원리를 모르는 수학자들이나 할 만한 생각이라고 치부했다. 심지어 2차 대전 직전에는 실제 물체는 쪼그라들수록 자전이 빨라지므로, 쪼그라드는 물체는 마치 빨래를 잘못 넣은 세탁기처럼 덜덜 떨리다가 마침내 깨져 흩어져 버릴 것이니 블랙홀은 어림도 없다는 취지의 논문을 쓰기도 했다.

자전하는 블랙홀에 대한 일반상대성이론 풀이는 1960년대 초에야 뉴질랜드의 전설적 수학자 로이 커가 발견했다. 불행히도 우주 전체에 회전하는 블랙홀 하나만 있다는 조건 아래에서만 엄격하게 성립하는 것이었다. 근처에 작은 돌멩이라도 있다면? 돌멩이의 존재가 완벽한 대칭성은 깨뜨리기 때문에, 커의 풀이는 제한적으로만 적용가능하게 된다.

펜로즈는 1965년 1월 위상수학을 동원해 완벽한 대칭이 있든 없든 일정 조건만 충족하면 블랙홀이 필연적으로 존재하게 된다는 점을 증명했다. 특수한 물리적 상황을 세세히 계산할 필요 없이, 일정한 조건들이 포괄적으로 만족되기만 하면 블랙홀이 존재한다고 확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같은 해 말 호킹이 펜로즈의 방법과 논리를 빅뱅 문제에 응용한 이래 블랙홀은 우주론, 열역학, 양자역학 등 물리학의 여러 근본 분야와 필연적으로 연결되는 핵심문제라는 점이 점차 밝혀졌다.

호킹 이후 블랙홀과 관련된 여러 연구주제와 문제를 골라 집중적으로 다룬 책들은 여럿 있지만 『블랙홀』은 그 전체를 조망하는 조감도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독보적이다. 다만 설명을 얼버무리지 않는 만큼 훑어 보기에는 버겁다. 그래도 제임스 웹 망원경 작동 이후 현실 블랙홀들이 속속 더 많이 발견되는 이 시대에,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근본적 설명을 접하기에는 독보적이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