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기의 문화기행] 개봉박두(開封迫頭)의 개봉(开封)을 가다

2024-09-26

새로 들여온 영화를 상영할 기일이나 시기가 가까이 닥쳐올 때 개봉박두(開封迫頭)라는 말을 사용하는데 여기서 개봉(开封)은 중국의 옛 수도인 개봉(開封)을 말한다. 열어본다는 개봉(开封)과 똑같은 한자를 쓴다. 박두(迫頭)는 군대가 쳐들어온다는 뜻이 있다. 개봉 박두는 왕권을 빼앗기 위해 군대가 수도 개봉을 쳐들어온다는 말이다. 말을 타고 온 반란군이 수도 개봉을 빼앗기 직전의 긴박한 분위기. 이것이 바로 개봉박두다.

중국 하남성(河南省)에는 낙양(洛阳), 정주(郑州), 개봉(开封)이 있다. 낙양, 정주는 워낙 잘 알려져 있고 개봉(开封)도 옛 수도로 중국의 7대 고도의 하나다. 카이펑(开封)은 중국의 문화적 최대 전성기였던 북송의 수도였던 곳이다. 개봉역도 송성역(宋城站)이라고 부른다. 우리에게는 드라마 포청천의 개봉부(开封府), 수호지의 노지심이 유수나무를 뿌리째 뽑았다는 상국사(相国寺)로 알려진 곳이다.

중화합중국(United states of China) 중국의 문화적 전성기는 당, 송 시기였다. 당나라 때는 아라비아 상인에 의하여 이슬람교와 이슬람문화가 유입되었고 송나라 때는 유대인들이 카이펑(开封 개봉)에 집단으로 이주하게 된다. 지금도 개봉 곳곳에 그들의 흔적이 남아 있다. 유대인들은 서역을 경유해 중국에 들어와 살았다고 한다. 그 수가 4000여 명이나 되었다고 한다. 그들이 사용한 성씨로는 리(李), 장(张), 안(俺), 진(金) 씨 등이 있다고 한다. 이들의 일부가 고려로 들어오기도 했다.

북송의 카이펑(开封)에 거주하여 이츠러예(一赐乐业 일사락업)인(人)으로 불렸다. '이츠러예'는 송나라 시기에 불렸던 이름으로 이스라엘의 음역이다. 중국에 진출한 이슬람교의 무슬림처럼 유대인도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종교 신앙으로 인해 북송 시대의 중국인들은 이 두 집단 모두를 고교(古教) 남모회회(藍帽回回) 등으로 불렀다.

북송의 수도인 카이펑에 살고 있던 이츠러예인들은 한족과 같이 과거시험을 칠 수 있었다. 그러나 명나라가 건국되자 명 태조 주원장은 색목인과 회회인들에게 본족 내 통혼을 불허함을 명문으로 규정하였다. 색목인이란 중국 원 나라 시대의 신분 제도 용어로 여러 종류의 인종이라는 의미이다. 여기에는 위구르인, 탕구트, 이슬람인 등의 사람들이 포함된다. 회회인은 무슬림을 뜻한다.

송나라 때 고려의 최대 무역항은 예성강 하구의 벽란도였다. 이 벽란도를 통해 많은 무슬림(回回人) 남모회회인(藍帽回回人) 유대인들도 많이 왕래했을 것이다. 고려가요 쌍화점에 나오는 회회(回回)아비가 바로 위구족이나 탕구르족 무슬림이다.

예전에 개봉 갔다가 액자에 좋은 글귀를 발견하고 한참을 보고 또 봤다. 사득(舍得shede). 사득사득(舍得舍得 shedeshede) 불사부득(不舍不得 bushebude),선사후득(先舍后得 xianshehoude). 버려야 얻을 수 있다! 버리지 않으면 얻을 수 없다! 먼저 버려야 그 후에 얻을 수 있다!

중국 술 중에 사득주(舍得酒)가 있다. 중국 7대 명주 중 하나인데 예전에 그 술을 보고 참 철학적이다 했는데 따뜻한 봄이 오면 개봉(开封), 낙양(洛阳) 용문석굴(龙门石窟), 소림사(小林寺), 숭산(嵩山), 하남성(河南省)을 다시 다녀와야겠다.

권오기 여행 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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