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프롬 사원’
돌과 돌 사이, 육중한 조각들
틈새, 천상의 새가 날아와 놀다가
똥으로 싸질러 놓고 간 실크코튼
나무 씨알 몇 개가
돌도 담장도 예술도 권력도 문명도
역사도 종교도 모두 끌어안고
삼키고 녹여버리고
신의 말씀 소리 없이 들려오는 곳
자야바르만 7세가
자나깨나 어머니를 경배하며
극락왕생을 위해 만든 사원이라는데
그 어머니 혼령,
새가 되어
여기 잠깐 머물다 떠나셨구나.
무엇을 더 보고 싶은가.
자연은 똥도 어머니가 되는구나.
똥도 나무가 되는구나.
실크코튼 꼭대기에 흰 구름 흘러가네.
몸속 어디 떠돌던 극락조,
한 줄기 휘파람으로 다가오는가.
*타프롬 사원 : 캄보디아 앙코르에 유적으로 남아 있는 12세기 장례사원.
<해설>
천지팔도 중 ‘수용’이 대체로 인생사 길흉의 초월과 그 자유자재를 뜻하는 것이라면 ‘해탈’은 만물의 변화와 인생의 생로병사에서의 자유자재를 뜻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본래 청정광명심 ‘법신불 일원’의 진리는 걸림이 없는 것이니, 수행을 통해 이를 본받고 인간의 생로병사에서 경계를 초월하라는 것이다.
이 ‘타프롬 사원’은 시적 상상을 통하여 생사의 경계를 초월하고 자유자재하게 변화하는 대자연의 섭리를 형상화한 시라 할 수 있으리라. 색(현상계)이 공(절대계)가 되고 공이 색이 되는 순환의 이치(色卽是空)를 직관하고 그렇게 굴러가는 대자연의 현상을 ‘타프롬 사원’의 현장에서 발견한 것이다. 이 속에는 어머니를 존경하는 아들의 뜻과 자연의 이치(신의 형상)로 들려오는 어머니의 마음, 그 관계 속에 나무의 씨알과 새와 새의 똥과 담장의 돌들이 엮어져서 신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있다. 결국 필자는 그 신의 목소리는 ‘타프롬 사원’ 뿐만아니라 자신의 내면에서 울려 나오고 있음을 암시한다.
*김광원 시인의 시집 ’있음과 없음 너머‘에서
김광원 <시인, 한국작가회의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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