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햇볕은 살갗을 뚫고 들어올 듯이 강하고, 공기는 습기를 머금은 채 후끈하게 엉켜 있는 한여름이다.
칠십이 훌쩍 넘은 나이에 무대에 올라 연주한다는 것만으로도 놀라운 일이다. 그런데도 기립박수와 앵콜을 받으며 독주회를 이어가는 모습은, 한국 사회에서는 참으로 기적 같은 일이다. 이는 외국에서도 흔히 보기 어려운 광경이다.
이봉기 피아니스트는 올해(2025년) 2월부터 7월 말까지 매달 다른 레퍼토리로 연주회를 이어오며,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특히 지난달에는 단 일주일 사이에 군산 예술의전당, 익산 지원중학교, 익산 샘물교회, 북일교회 등에서 네 차례의 독주회를 개최하며 장소와 시간을 가리지 않고 음악을 선사했다. 지난해에도 50회가 넘는 무대를 소화하며 노익장을 과시한 바 있다.
이번 독주회에서는 쇼팽의 전작,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 리스트의 ‘라 캄파넬라’, 모차르트의 ‘터키 행진곡’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통해 청중에게 깊은 울림을 전했다. 특히 각 작곡가의 작품을 저마다의 색채와 고도의 테크닉으로 표현하며, 이봉기 피아니스트의 음악성이 더욱 돋보였다.
지난 7월 13일(일), 익산 북일교회에서는 교회 설립 74주년을 기념하고 치유를 주제로 한 음악회가 열렸다. 첫 곡으로 연주된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는 교회 안에 고요한 정적을 만들었고, 선율은 지친 영혼들에게 쉼과 평안을 전하듯 조용히 흘렀다. 곡이 진행되며 도약에 이르렀을 때는 마치 반전과 새 힘을 하나님께서 선물하는 듯한 감동이 전해졌다.
이어서 연주된 쇼팽의 ‘즉흥 환상곡’에서는 허공과 건반을 넘나드는 손끝의 움직임이 깊고 환상적인 선율로 성도들을 사로잡았다. 세 번째 곡인 리스트의 ‘라 캄파넬라’는 화려한 기교와 역동적인 리듬으로 열정과 희망을 전하는 듯했고, 노장의 손길이라 믿기 어려운 힘 있는 연주였다. 한 곡, 한 무대마다 이봉기 피아니스트의 오랜 시간과 노력이 깃들어 있어 감동을 금할 수 없었다.
연주의 마무리에는 앵콜 요청이 쏟아졌고, 모차르트의 ‘터키 행진곡’이 연주되었다. 청중들은 환호하며, 음악을 통한 치유와 기쁨을 만끽했다.
이번 무대는 베토벤, 쇼팽, 리스트, 모차르트 등 피아노의 거장들이 남긴 작품을 통해 고전과 현대를 잇는 완성도 높은 공연이었다. 이봉기 피아니스트는 곧 동남아시아 순회 연주를 계획 중이라 하니, 그곳에서도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아름다운 음악을 전하길 바란다. 그리고 앞으로도 90세, 100세까지 활기찬 무대를 이어가기를 소망한다.
더불어, 교도소, 양로원, 학교, 군부대 등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찾아가는 음악회’ 활동도 이어가고 있어, 그 따뜻한 발걸음이 더욱 소중하고 귀하게 느껴진다.
글 = 음악칼럼니스트 박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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