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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항암제가 듣질 않아 뚜렷한 치료방법이 없었던 비정형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유전자 변이 폐암에 새로운 대안이 제시됐다. 국산 항암제 1호로 미국식품의약국(FDA)의 문턱을 넘은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와 얀센의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를 함께 투여하면 기존 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홍민희 연세암병원 폐암센터 교수와 연세대 의과대학 의생명과학부 윤미란 교수, 오승연·박세원 연구원 공동 연구팀은 EGFR 변이 치료제의 내성을 일으키는 메커니즘인 MET 변이를 동시에 타깃하는 새로운 치료법을 시도한 결과 이 같은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11일 밝혔다.
비소세포폐암 환자 10명 중 3~4명은 EGFR 돌연변이를 보인다. 그 중 90%는 L858R과 엑손 19 결손 변이로, 나머지 10%가량은 비정형 EGFR 변이로 분류된다. 대표적으로 G719X, S768I, L861Q가 있으며 두 가지 이상의 변이가 동시에 나타나기도 한다.
문제는 비정형 EGFR 변이 유형의 경우 치료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2세대 EGFR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성분명 아파티닙)'이 FDA 승인을 받았지만 일부 변이에만 효과를 보이고 그마저도 내성이 발생할 경우 대체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이 부족했다. 3세대 EGFR 표적항암제로 렉라자와 작용기전이 유사한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 역시 치료 효과를 입증했지만 변이마다 보이는 효과가 다르다.
연구팀은 EGFR 변이 치료제의 내성을 일으키는 메커니즘인 MET 변이를 동시에 타깃하는 방법을 모색하던 중 렉라자와 EGFR-MET 이중 표적 항체 '리브리반트' 병용요법에 기대를 걸었다.
EGFR 활성 돌연변이를 발현하도록 설계한 마우스 유래 세포주, PDO(환자 유래 오가노이드)와 PDC(환자 유래 세포) 모델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병용 치료는 EGFR 억제제만 쓰는 기존 단일요법보다 종양 억제 효과가 더 뛰어나다는 점을 확인했다. PDO 실험에서 암 성장을 유도하는 EGFR 인산화 활성을 절반 수준으로 낮추는 데 필요한 약물 농도(IC50)를 확인한 결과, 단독 치료와 병용 치료의 IC50값은 각각 19.5n㏖(나노몰), 3n㏖이었다. 병용 요법의 경우 단독 요법보다 약 6배 적은 용량으로도 동일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의미다. 또 암세포의 성장 주기가 G1기(세포가 증식하기 위해 다음 사이클 시작 단계)에서 정지하는 것을 확인했다. 단독 요법에 내성을 획득한 환자 세포로 만든 PDC을 통해서는 항체 의존성 세포 독성(ADCC)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ADCC는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살상할 수 있도록 돕는 기전이다.
렉라자 병용 요법은 동물실험에서도 종양 억제 지속성을 보여줬다. 렉라자 단독요법은 치료 중단 후 바로 종양 성장이 재개했으나 병용 치료는 중단 이후 약 90일 동안 종양이 자라지 않았다. 레이저티닙이 타깃 수용체 발현을 증가시키고 아미반타맙의 효능을 강화한 결과라는 게 연구팀의 해석이다.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 결과 약 40%에서 종양이 축소됐고 무진행 생존 기간은 16개월 이상을 기록해 기존 단독 요법보다 월등히 길었다.
홍민희 교수는 "병용 요법은 인체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살상할 수 있도록 돕는 항체 의존성 세포 독성을 활성화하는 기전으로 기존 치료법 내성을 극복한다"며 "이번 연구 결과는 작년 미국 임상암학회(ASCO)에서 발표됐던 비정형 코호트 연구에 대한 근거를 마련함과 동시에 MET 변이 발현 수준을 치료 반응을 예측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로 제시했다는 점에서도 큰 의의를 가진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셀 리포츠 메디슨'(Cell Reports Medicine)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