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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진이 고분자의 응집력을 강화하는 핵심 원리로 ‘음이온-π 상호작용’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연세대학교 화학과 김병수 교수 연구팀이 울산과학기술원(UNIST) 이동욱 교수 연구팀과 공동 연구를 통해 홍합 족사 단백질을 모방한 에폭시 단량체 기반의 고분자를 개발하고, 음이온-π 상호작용이 고분자의 응집력을 강화하는 핵심 요인임을 실험적으로 입증했다고 11일 밝혔다.
음이온-π 상호작용이란, 음전하를 띤 분자(음이온)와 방향족 고리의 π 전자계 사이에서 발생하는 비공유 결합(Non-covalent bond)을 의미한다. 이 상호작용은 효소의 촉매 작용이나 이온 수송 등 생물학적 시스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실제로 연구된 사례가 극히 드물었다. 특히, 합성 고분자에서 이를 활용한 연구는 거의 없었다.
이에 착안해, 연구팀은 자연에서 강한 접착력을 지닌 홍합에 주목했다. 홍합의 족사 단백질은 바닷물 속에서도 단단히 부착될 수 있는 강한 결합력을 가지는데, 이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성분을 분석한 결과, 도파(DOPA)와 아스파르트산(Aspartic acid)의 구조적 특징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구조적 특징을 모사한 기능성 단량체를 설계하고 새로운 고분자를 합성했다. 이를 통해 생물학적 시스템에서 나타나는 복합적인 분자 간 상호작용을 고려한 새로운 고분자 설계 방안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도파를 모사한 단량체는 방향족 고리의 π 전자계를 제공하고, 아스파르트산을 모사한 단량체는 음이온을 제공해 고분자 내에서 음이온-π 상호작용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또한, 연구팀은 표면 힘 측정기(Surface Forces Apparatus, SFA)를 활용해 다양한 조건에서 고분자의 응집력을 정량적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고분자의 기능기가 이온화 상태로 존재하는 중성 환경과 비이온화 상태로 존재하는 산성 환경에서 응집력의 차이를 분석했다. 그 결과, 중성 환경에서는 음이온-π 상호작용이 주된 결합력으로 작용하며 고분자의 응집력이 크게 증가하는 반면, 산성 환경에서는 수소결합이 주요한 역할을 하면서 응집력이 상대적으로 약하게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합성 고분자에서 음이온-π 상호작용이 응집력 강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실험적으로 입증한 첫 사례다. 이를 기반으로, 접착제, 자가 조립 시스템, 촉매, 약물 전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고분자 설계 전략이 적용될 가능성이 열렸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음이온-π 상호작용의 원리를 고분자 설계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며 “이 연구는 합성 고분자의 산업적 응용 가능성을 확장할 뿐만 아니라, 고분자 화학의 학문적 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 지원과제로 수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 회보(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PNAS)에 2025년 2월 6일 온라인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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