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준비에 국가는 제도로 답해야

2025-12-01

“아들아,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

젊은 세대는 불확실성을 방치하지 않는다. 그들은 기본적인 대비와 예행연습으로 미래의 경험을 현재로 끌어오려는 욕구가 강하다.

2008년부터 한국 사회 변화를 추적해온 『트렌드 코리아 2026』은 올해 10대 트렌드 중 하나로 ‘레디 코어(Ready-core)’를 꼽았다. 준비된(Ready) 상태가 삶의 핵심(Core)이 됐다는 뜻이다.

레디 코어의 배경에는 지난 30년간 형성된 ‘자기주도 학습 세대’라는 코호트 특성이 있다. 이들은 유년기부터 학원 선행학습과 목표 달성 훈련을 반복해 왔다. 아직 도래하지 않은 삶을 미리 설계하는 습관이 체화됐다. 엑셀·노션·지도 앱 같은 디지털 도구는 이들이 자기 삶의 지도를 그리는 수단이다.

이런 경향은 자연스레 자산 형성과 노후 대비로 이어진다. 2030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부동산 임장(臨場)’과 온라인 부동산 스터디는 미래의 거처와 자산 기반을 사전에 탐색하는 실천이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연금저축이나 개인형 퇴직연금(IRP) 같은 장기 금융상품에 가입해 은퇴 후의 삶까지 설계한다. 한 금융사 집계에 따르면 2022년 대비 IRP 가입자 증가율은 20대에서 201%로 가장 높았고, 10대와 30대가 그 뒤를 이었다. 연금저축 가입에서도 20세 미만 증가율이 66%에 달했다.

그렇다면 사회는 이들의 준비에 어떤 방식으로 보답해야 할까. 준비하는 세대에게 ‘기회의 구조’를 만들어줘야 한다. 영국의 평생 개인저축계좌(Lifetime ISA)는 18~39세 청년이 첫 주택 구매나 은퇴 자금 마련에 활용할 수 있는 제도다. 매년 최대 4000파운드를 적립하면 정부가 25%를 보태준다. 청년이 낸 돈에 즉각적인 리턴을 제공해 자산 형성 초기부터 속도를 붙여주는 방식이다. 이렇게 모은 자금은 첫 집 구매나 60세 이후 인출로 이어진다. 젊은 시절 목돈 마련을 국가가 장려하는, 실용적이고 선제적인 장치다.

일본의 주니어 니사(Junior NISA)는 미성년자 투자계좌다. 부모가 대신 납입하고, 계좌에서 발생하는 수익에는 세금을 매기지 않는다. 아이가 성인이 되었을 때 단순한 용돈이 아니라 투자 원리와 장기 복리의 결과를 물려준다.

자산 격차는 교육 격차보다 먼저 시작된다. 그래서 국가가 개입해야 한다. 젊은 세대는 불확실한 미래를 향한 ‘준비된 선택지’를 사고 있다. 준비된 세대가 있다면, 준비된 제도도 뒤따라야 한다. 청년기 자산 형성에 보상을 제공하고, 그 자산이 복리로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설계해야 한다. 그래야 ‘청년’이라는 이름이 더는 불안의 다른 말이 되지 않는다.

민주영 신영증권 연금사업부 이사·경영학(연금금융)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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