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업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축산박람회 ‘2024 유로티어(Euro Tier)’가 12∼15일(현지 시각) 독일 하노버 페어그라운드에서 개최됐다. 2년마다 열리는 박람회엔 51개국 2219곳 업체가 참여했다. 행사를 주최한 독일농업협회(DLG)는 새로 출시된 축산 기술·제품 214개를 대상으로 ‘혁신상’을 심사해 금메달 4개, 은메달 21개를 수여했다. 축종별 주목받은 업체 3곳을 통해 세계 축산업의 최신 트렌드를 알아본다.
◆세계 최초 가금류 백신접종 자동화 ‘백시봇’=2015년 설립한 독일의 ‘농업첨단기술유한회사’는 올해 유로티어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았다. 이들이 출시한 ‘백시봇’이 혁신상부문 금상을 수상했기 때문이다.
백시봇은 이름 그대로 가금류에 백신을 접종하는 로봇으로 전세계에서 최초로 출시됐다.
백시봇 외형은 이름과 달리 로봇보단 선별기에 가깝다. 크리스티안 그로쎄 브링크하우스 농업첨단기술유한회사 영업·기술 책임은 “중량·성별에 따라 닭을 자동으로 구분하는 선별기를 개발해 농가 생산성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가금산업에 뛰어들었다”며 “백시봇도 중량 선별기를 근간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백시봇은 카메라 등을 통해 가금류를 스캔한 뒤 목표 지점을 파악해 자동으로 바늘을 꽂는다. 선별·백신접종이 동시에 이뤄져 가금류가 받는 스트레스가 적다.
크리스티안 책임은 “일반적으로 1시간 동안 한사람이 백신을 접종할 수 있는 마릿수는 200∼350마리에 불과하다”면서 “그러나 백시봇을 사용하면 작업 효율이 높아져 최대 600마리로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백시봇의 표준모델 단가는 19만8000유로(3억원)다.
◆동물복지·기술혁신 두 토끼 잡은 ‘플렉스 에어 스톨’=2003년 낙농 선진국 덴마크에서 설립된 ‘카우웰페어'는 혁신상부문 2관왕(금상·동물복지상)을 차지했다. 동물복지를 적용한 축사시스템을 만드는 데 탁월한 성과를 보인 점이 인정됐다. 특히 업계 최초 축사 공기 순환시스템 ‘플렉스 에어 스톨’이 화제를 모았다.
카우웰페어는 젖소의 휴식시간이 산유량을 좌우한다는 데 주목, 젖소가 더 편히 쉴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플렉스 에어 스톨은 유연하지만 부러지지 않는 폴리머 플라스틱 소재로 고정틀을 만든다.
옌스 백맨 카우웰페어 스칸디나비아 영업이사는 “폴리머 플라스틱 고정틀은 카우웰페어가 2007년 개발한 독점 기술”이라면서 “이 고정틀을 설치하면 젖소들이 안전하면서도 더 빠르게 자리에 앉거나 일어설 수 있다”고 말했다.
축사 일부에 공기를 순환시킬 수 있는 커다란 엔진을 설치하고, 파이프를 통해 젖소가 쉬는 공간으로 공기를 이동시켜 고정틀에서 직접 바람을 방출하도록 한 것도 호평을 받았다. 옌스 이사는 “젖소는 앉아서 휴식을 취하는데 이때 신선한 공기를 주입해 주위 온도를 20℃ 정도로 낮추면 우유 생산량이 늘어난다”고 강조했다.
플렉스 에어 스톨의 설치비는 젖소 한마리당 200유로(30만원)다. 다만 바람을 일으키는 엔진의 가격은 별도로, 사양에 따라 달라진다.
◆새끼돼지 생존율 높인 ‘써모네스트 에코’=‘에이티엑스 스위스 유한회사’는 새끼돼지 사육을 위한 열전도 축사시스템인 ‘써모네스트 에코’를 출품해 혁신상부문 은상을 수상했다. 써모네스트 에코는 새끼돼지들이 안전하게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동시에 열전도시스템을 장착해 폐사율을 줄이려는 목적으로 개발됐다. 패트릭 부커 에이티엑스 스위스 유한회사 프로젝트관리자는 “스위스에선 새끼돼지 폐사율이 5%로 독일(10~11%) 등의 절반 수준”이라고 말했다.
써모네스트 에코엔 어미돼지와 새끼돼지가 같이 들어가는데, 최대 18마리를 수용한다. 새끼돼지는 무게가 25㎏이 나갈 때까지 머물 수 있다. 패트릭 프로젝트관리자는 “적외선 난방장치를 통해 내부 온도를 28℃로 유지하는 게 핵심”이라면서 “온도만 돼지 체온과 비슷하게 유지해도 상당수 위험 요소를 예방할 수 있다”고 했다.
써모네스트 에코 소재는 폴리플로필렌이다. 폴리플로필렌은 돼지분뇨에서 나오는 암모니아에 강하다. 한세트당 설치비용은 4000유로(600만원) 수준으로 스위스·독일을 중심으로 보급됐다. 패트릭 프로젝트관리자는 “동물복지를 우선하는 국가에서 수요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하노버(독일)=이민우 기자 minwoo@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