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르쉐의 첫 순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마칸 일렉트릭을 타고 서울에서 경기도 양평으로 향하는 고속도로 위를 달렸다. 마칸 일렉트릭은 전기차(EV)이기 이전에 포르쉐다. 이 차는 한 마리 야생마를 떠올리게 했다. 뻥 뚫린 구간에서 가속 페달을 밟자 강력한 힘으로 망설임도 없이 치고 나가면서 도로 위의 차들을 압도했다. 모터스포츠에 뿌리를 둔 포르쉐 브랜드 정체성을 계승하면서 운전자의 질주 본능을 끊임없이 자극하는 전기 SUV라는 인상을 받았다.
시승한 차량은 마칸 4S와 마칸 터보 등 두 개 모델이다. 2014년 등장한 마칸은 프리미엄 콤팩트 SUV 시장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다져왔다. 지난 2월 한국에 상륙한 마칸 일렉트릭은 고성능 전기 모터를 기반으로 포르쉐 스포츠카의 주행 성능, 민첩한 핸들링을 극대화하고 증강현실(AR)을 활용한 헤드 업 디스플레이(HUD) 등 신기술로 편의성을 높였다.

실제 마칸 4S와 마칸 터보의 최고 출력은 448마력, 584마력에 달한다. 정지 상태에서 출력을 최대로 끌어올려 출발하는 ‘런치 컨트롤’ 기능을 작동하면 516마력(마칸 4S), 639마력(마칸 터보)까지 치솟는다. 마칸 터보 기준으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3.3초(마칸 4S 4.1초). 웬만한 고성능 스포츠카에도 밀리지 않는 퍼포먼스를 자랑한다. 스포츠 플러스 모드를 켜고 가속하면 내연기관차에서 느껴지던 특유의 엔진음이 울려 퍼져 운전의 재미를 더한다.
마칸 일렉트릭은 구불구불한 시승 구간도 민첩하게 빠져 나갔다. 가속 페달에 뗀 발을 브레이크 페달로 옮기지 않은 상태에서도 커브길을 안정적으로 소화해 냈다. 마칸 일렉트릭의 무게 비율은 48대 52로 뒤쪽으로 맞춰진 데다 뒷바퀴 조향각을 최대 5도까지 조절하는 리어 액슬 스티어링을 적용하면서 날렵한 핸들링을 운전자에게 전달한다.

도심 주행을 할 때는 운전석 정면에 있는 AR 헤드 업 디스플레이가 단연 돋보였다. 포르쉐 최초로 적용한 기술로 헤드 업 디스플레이 화면은 차량 앞쪽 10미터 거리에 나타난다. 특히 화면 크기는 현재 완성차 시장에서 가장 큰 크기인 8.7인치에 달해 뛰어난 시인성을 자랑한다. 화면 하단에는 속도와 교통 표시, 내비게이션 기호가 표시된다.
이런 기술 덕분에 초행길도 헤매지 않고 편안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전방 100m 거리에서 우회전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헤드 업 디스 플레이에 띄워진 화살표(→)가 점점 커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덕분에 우회전 도로를 그냥 지나치거나 다른 길로 돌아가는 일 없이 목적지까지 쉽게 도달했다.
폭발적인 주행 성능 등에도 불구하고 마칸 일렉트릭은 한 번의 충전으로도 서울에서 부산까지 이동할 수 있는 주행 거리를 확보했다.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는 복합 기준 마칸 4S는 450㎞, 마칸 터보 429㎞다. 포르쉐코리아 설명에 따르면 급속 충전으로 배터리 용량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21분 내외면 충분하다. 날카롭게 다듬은 비율과 공기역학 기술을 결합해 주행 효율을 끌어올렸다는 설명이다.

도로 위에서 회생 제동을 활용하면 주행가능거리는 더 늘어난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 정도나 배터리 온도·충전상태에 따라 회생제동은 최대 용량 240㎾까지 가능하다. 계기판을 통해 회생 제동이 어느 정도로 이뤄지고 있는지 즉각 확인할 수 있다. 내리막길 구간에서 회생 제동을 적극적으로 사용했을 때 배터리 용량이 이전보다 2%가량 오르기도 했다. 운전자는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는 것만으로 회생 제동을 활성화할 수 있다.
마칸 일렉트릭의 날렵한 디자인도 인상적이다. 보닛의 얕은 굴곡과 또렷한 윙은 정지 상태에서도 역동감을 선사한다. 강력하게 두드러진 숄더 라인은 차체 후면부에 강력한 이미지를 보여준다. 전기차답게 내부 공간은 더 넓어진 느낌이다. 전동화 플랫폼을 적용해 2열 시트 뒤 트렁크 용량이 최대 540ℓ로 확장됐다. 조수석에도 옵션으로 10.9인치 스크린을 처음 제공한다. 동승자는 스크린을 통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조작하거나 비디오 스트리밍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