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money) touch me! 나를 '터치'하는 '돈'과 ‘소비’의 모든 순간을 포착합니다. <편집자주>

온라인 쇼핑플랫폼에서 구매한 화장품이 가품으로 의심된다는 소비자 상담이 급증하면서, 구매 전 꼼꼼한 확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K뷰티 열풍에 가품 제조와 유통이 활발해진데다 최근에는 패키징이 정교해져 육안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탓에 소비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1372소비자상담센터 및 국제거래 소비자포털에 접수된 온라인 가품 화장품 관련 상담이 최근 3년여간 450건에 달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고 10일 밝혔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피해 상담 건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최근 3년여간 상담 건수는 2022년 79건, 2023년 99건, 지난해 138건, 올해 1~8월 131건 등 총 447건으로 매년 늘어나고 있다.
“비싼 돈 주고 샀는데”…가짜?
상담자들의 화장품 구입 경로를 보면 온라인 쇼핑 플랫폼이 70.7%(316건)로 가장 많았다. 이어 개인 쇼핑몰 18.3%(82건), 중고 거래 플랫폼 8.7%(39건) 순이었다. 품목별로는 향수가 51.5%(230건)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기초 화장품 26.0%(116건), 색조 화장품 11.9%(53건), 세정용 화장품 4.4%(20건)가 뒤를 이었다.
상담 사유는 품질 불만이 58.6%(262건)로 가장 많았다. 가품이 의심돼 판매자에게 문의했으나 무응답이거나 사이트가 폐쇄된 경우도 13.2%(59건)나 됐다. 소비자들이 가품으로 의심한 이유는 '정품과 향 또는 질감 차이', '용기 및 프린팅 차이', '제품 일련번호 및 유효기간 미표시', '화장품 사용 시 피부 이상 반응 발생' 등이었다.
소비자원이 밝힌 구체적인 상담 내용에 따르면, 소비자 A씨는 지난해 4월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향수를 16만4천여원에 구매했다. 제품을 받아보니 뚜껑의 각인과 라벨, 향이 정품과 달라 가품으로 의심됐다. A씨가 플랫폼과 판매자에게 환불을 요구하자 "가품 감정서를 제출해야 환급해줄 수 있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일반 소비자가 감정서를 받기는 사실상 어렵다. 결국 A씨는 소비자원에 도움을 요청했다.

최근에도 관세청이 설화수 등 국내 유명 K브랜드 화장품을 위조한 중국산 제품 7천여 점(시가 약 8억 원)을 밀수입해 유통·판매한 전자상거래업체 대표를 적발하기도 했다. 세관 조사에 따르면, A씨는 정품가 12만 원짜리 화장품을 절반 이하인 5만 원 수준에 판매하면서도 수입 사실을 숨기고 국내 정품 매장에서 판매되는 제품처럼 위장했다. 배송 지연 안내문을 통해 '국내에서 물량을 출고 중'이라고 소비자를 속였으며, 세관 단속을 피하기 위해 제3자 명의로 수입 신고를 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실제 구매 후기에는 피부 트러블 등 부작용 사례와 함께 가품 의심 불만이 다수 확인됐다. 인천본부세관은 온라인상 지나치게 저렴한 가격과 소비자 불만을 근거로 불법 수입 가능성을 포착해 수출입 실적을 면밀히 추적한 끝에 범행을 밝혀냈다.
정교해진 패키징, 육안 구분 어려워져
가품 화장품은 정품 대비 원료·성분·효능이 불확실해 소비자 피해 위험이 크다. 특히 피부에 직접 닿는 화장품 특성상 알레르기나 피부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최근에는 패키징이 정교해져 육안으로 구분하기 어려워 소비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온라인에서 가품 화장품이 판매되는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오픈마켓과 이커머스 플랫폼은 판매자가 직접 입점해 상품을 등록하고 배송하는 구조라 사전 검수가 어렵다. 모든 상품을 일일이 검열하기에는 물리적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다만 가품이 반복 적발되면 플랫폼에선 판매자를 퇴출시키는 조치를 취하고 있고, 브랜드가 오픈마켓에 직접 참여해 유통하는 경우도 있지만 공식몰 상세 페이지 이미지를 복사해 정품 판매처처럼 눈속임하는 피해 사례도 급증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저렴한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 심리도 가품 유통을 부추긴다. 정품보다 훨씬 싼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는 유혹이 판단력을 흐리게 만든다. 중고 거래 플랫폼의 확산도 영향을 미쳤다. 개인 간 거래 특성상 정품 증빙이나 유통 경로 확인이 어렵고, 익명성 뒤에 숨어 범죄 기회가 늘어났다. 글로벌 명품 브랜드의 인기와 K-뷰티 열풍도 역설적으로 짝퉁 유통을 키웠다. 수요가 많은 만큼 가품 제조와 유통도 활발해진 것이다.
가장 위험한 것은 인스타그램, 밴드 같은 SNS나 메신저 채널을 통한 거래다. 사진과 계좌이체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정품급", "미러급" 같은 문구로 소비자를 유도한다. 판매자의 신원이나 근거가 불명확하고, 사후 환불이나 피해구제가 매우 어렵다.
화장품 업계는 AI 기반 감시 시스템을 도입하고 공식 유통망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가품은 브랜드 가치와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유통시장 전체의 신뢰를 위협하기 때문이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온라인에서 화장품을 구매할 때는 가격만 보지 말고 판매처의 신뢰도를 최우선으로 확인해야 한다"며 "영수증·구매내역 등 증빙을 반드시 보관하고, 의심스러운 제품은 사용하지 말고 즉시 소비자상담센터(1372)에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