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첫 상급종합병원 차세대 병원정보시스템(HIS) 구축 사업자 선정 막이 올랐다. 대형병원 차세대 사업 기근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역대급 수주전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19일 병원업계에 따르면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이 차세대 HIS 구축 사업자 선정을 위한 제안요청서(RFP)를 공개했다. 내달 중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인데 의료IT 업계의 눈치작전이 이미 시작됐다.
이번 사업은 20년 가까이 사용 중인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주요 의료정보시스템과 하드웨어(HW) 장비를 전면 교체하는 게 골자다. 전자의무기록(EMR)을 포함한 주요 시스템을 묶어 차세대 통합 의료정보시스템을 개발하고, 모바일 시스템과 내외부 인터페이스 시스템 연동 등 전반적인 IT시스템을 신규 구축한다. 올해 하반기 착수해 내년 4분기 오픈이 목표다.
대형병원 차세대 사업 기근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올해 첫 상급종합병원 발주 사업인 만큼 의료IT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은 병상 수만 800베드가 넘는 상급종합병원이자 강원도 거점병원이다. 수주 시 대형병원 레퍼런스 확보는 물론 '제2 병원' 건립에 따른 추가 수주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지난해 중앙보훈병원(약 300억원), 국립소방병원(180억원) 등 대형 차세대 HIS 사업이 발주된 것과 비교해 올해 단 한 건의 대형사업도 없었다는 점에서 이번 사업이 의료IT 업계 최대 관심사로 부상했다.
사업 규모를 고려할 때 대형 의료IT기업 주도로 입찰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역시 참가자격으로 600병상 이상 의료기관 정보시스템 구축 경험을 필수로 제시했다. 이지케어텍, 평화이즈, 엠투아이티 3파전이 유력하다.
입찰 참가기업 모두 수주에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가격'이 승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업은 기술점수 80점과 가격점수 20점으로 평가한다. 공공병원 평균 가격점수가 10점인 것을 고려할 때 상당히 높은 비중이다. 특히 사립병원 특성상 '사업 예가'가 없는 만큼 치열한 눈치작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100억원 수준에서 제안가가 형성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경쟁이 과열될 경우 80억원 수준까지 제안가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의료IT 업계 관계자는 “발주처가 사업 예산을 공개하지 않은 만큼 입찰에 참여하는 기업은 자유롭게 가격을 제시할 수 있다”면서 “올해 상반기 유일한 상급종합병원 차세대 사업인 만큼 일정 부분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공격적인 가격을 제안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이번 사업은 수주한다면 파급효과가 크지만 사전에 검토할 부분도 많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은 지난해 휴니버스글로벌을 사업자로 선정, 차세대 HIS 사업을 진행하다 상호 합의하에 계약을 해지한 바 있다. 과업에 대한 상호간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분쟁이 발생한 게 원인이다. 사업 실패 후 재추진인 만큼 발주처 요구사항이 더 많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또 다른 의료IT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휴니버스글로벌이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되고도 최종 협상까지 수 개 월이 흐를 정도로 요구사항 정리부터 비용 산정까지 꽤나 복잡한 과정을 거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번 역시 수주하더라도 예상보다 시간과 비용이 더 많이 투입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