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속 도전할 겁니다. 골프 선수로서뿐만 아니라, 아빠이자 남편이자 한 인간으로서도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거든요.”
싱가포르 센토사 골프 클럽에서 13일 만난 케빈 나(한국명 나상욱·42·미국·사진)는 “연습 라운드를 해보니 감이 좋다. (우승하기) 아주 괜찮은 시기에 취재를 오신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래퍼처럼 빠르게 쏟아내면서도 화두를 관통하는 특유의 화법으로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이끌었다. “케빈 형과 함께할 때마다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는 장유빈(23) 설명대로였다.
케빈 나는 지난 2022년 출범한 LIV 골프의 창립 멤버 중 한 명으로 대접받는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통산 5승을 거둔 후 전격적으로 이적했다. 한국계 선수가 주축인 아이언헤드 팀의 리더로 활동 중이다. 뉴질랜드 교포 대니 리(35)에 이어 한국 남자골프 기대주 장유빈까지 영입해 아이언헤드를 명실상부한 ‘팀 코리아’로 꾸린 것도 그의 아이디어다.

LIV는 오는 5월에 한국에서 첫 대회를 연다. 대회는 2~4일 인천 잭 니클라우스 골프 클럽에서 열린다. 한국 개최 역시 사실상 케빈 나의 작품이다. 그는 “LIV는 한국 골프 시장에 주목해왔다. 지난해부터 한국에서 대회를 개최하려 했는데, 여러 이유로 진행이 잘 안 됐다”며 “소식을 접한 뒤 관련 작업에 내가 직접 뛰어들었다. 동분서주 끝에 한국에서 선수 활동을 할 당시 친분을 쌓은 여러 회장님 도움을 받아 개최를 성사시켰다”고 소개했다. “한국 팬들 앞에 이 멋진 대회를 소개하게 돼 자부심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케빈 나는 “그간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정도였다. 아이언헤드의 리더 겸 선수라는 본업을 하면서, 한국 대회를 성사시키려고 스카우트, 프로모터, 마케터에 홍보 담당까지 도맡았다”며 “가끔 LIV에서 정확한 내 역할이 어떤 건지 헷갈릴 때가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아이언헤드 창단 때부터 머릿속에 한국 선수와 한국 대회까지 장기적인 밑그림을 그렸다”고 말했다.
14일 센토사 골프 클럽 세라퐁 코스(파71·7406야드)에서 개막하는 싱가포르 대회는 올 시즌 LIV 골프 네 번째 대회다. 케빈 나는 “첫 대회(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를 52위로 출발했지만, 두 번째(호주 애들레이드)와 직전 세 번째 대회(홍콩)는 18, 12위로 순위를 끌어올렸다”며 “지난해 이 코스에서 7위를 해 심리적으로도 편안하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아이언헤드 팀원들이 한목소리로 “믿을 만한 리더”로 지칭하는 데 대해 케빈 나는 “동생들이 골프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내 역할”이라며 “이들을 스카우트해 식구로 맞이한 것부터가 내 결정이니 책임진다는 의미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장)유빈이는 막내지만 세계적 스타로 성장할 싹이 보인다”며 “시즌 치르며 경험을 쌓으면 한국 대회에선 주인공 역할로도 손색없다”고 덧붙였다.
케빈 나는 자신이 겪었던 LIV 골프를 ‘신개념’과 ‘미래 지향’이라는 키워드로 설명했다. 그리고는 한국 선수 추가 영입 계획도 넌지시 공개했다. 그는 “한국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른 뒤 추가 영입 계획을 차근차근 진행할 생각”이라며 “아이언헤드에 참여하고픈 한국인 후배가 많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