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쥐물고기(Batfish)는 독특한 외모와 성격으로 인해 다이버들과 해양생물 애호가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받는 어종이다. 분류학상 농어목 제비활칫과(Ephippidae)인 박쥐물고기는 일반적인 어류와는 다른 독특한 체형을 하고 있다. 짧은 몸길이에 비해 비대칭적으로 높은 체고가 가장 큰 특징이다. 옆에서 보면 삽(Spade)처럼 납작하고 넓게 퍼진 형태를 하고 있다. 이로 인해 영어권에서는 “Batfish(박쥐물고기)” 또는 “Spadefish(삽물고기)”라고도 불린다.
박쥐물고기는 성격이 매우 온순하고 느긋하며, 움직임도 빠르지 않아 다이버들이 가까이 다가가도 특별히 경계하거나 도망치지 않는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수중 사진가들에게는 좋은 피사체가 되며, 교감의 대상이기도 하다. 유어기와 성어기의 외형이 매우 달라 초보 해양생물 관찰자라면 서로 다른 종으로 착각할 수 있다. 유어기에는 지느러미 끝이 뾰족하고 몸 전체가 납작하지만 성장함에 따라 몸통이 넓어지고 형태가 둥글게 변한다. 이러한 변화는 같은 종 내에서의 생태적 다양성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다.
박쥐물고기는 주로 열대 및 아열대 해역의 산호초 지대에 서식하지만, 우리나라 근해에서 드물게 발견되기도 한다. 2005년 9월, 부산시 사하구 북형제섬 인근에서 침몰한 어선을 조사하던 중 선실 내부에서 어린 박쥐물고기 한 마리를 만난 적 있다. 원래 필리핀 근해에 서식하는데 구로시오 난류에 실려 부산 연안까지 이동했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 개체가 부산 연안에서 부화한 것인지, 어린 시기에 해류를 따라 떠밀려 온 것인지, 혹은 성체가 부산 연안까지 이동해 이곳에서 산란한 뒤 부화한 것인지는 좀더 광범위한 조사가 필요하다.

<박수현 수중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