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맨스·가치지향·순한 맛···지금 한국 뮤지컬엔 어떤 일이

2025-01-29

지난해 한국 뮤지컬계에는 여성 서사가 쏟아졌고, ‘가치 지향적 관극’이 보편화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24일 서울 종로 아트코리아랩 아고라에서는 대한민국뮤지컬페스티벌의 일환으로 ‘2024 한국뮤지컬 산업 리뷰’ 행사가 열렸다. 최승연 평론가가 발제하고, 김유철 라이브러리컴퍼니 공연본부장, 박병성 공연한 오후 대표(공연 평론가), 이헌재 네오 대표가 토론했다.

최승연은 젠더 감수성의 심화에 주목했다. 여성 서사 뮤지컬의 도래가 새로운 현상은 아니지만, 작년에는 유독 두드려졌다는 것이다. <여기 피화당>, <파과>, <홍련>, <카르밀라>, <유진과 유진>, <접변>, <리지> 등 ‘시스맨스’(시스터+로맨스)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는 뮤지컬이 무대를 채웠다. 이는 ‘브로맨스’(브라더+로맨스)의 흐름을 잇는 새로운 현상으로, 특히 <리지>처럼 여성 주인공과 록 음악이 결합하는 현상이 눈에 띄었다. 기존 작품들의 배역을 ‘젠더 프리’로 보고 싶어하는 관객의 요구도 두드러졌다. 실제 <하데스타운>의 경우 헤르메스 역에 여배우 최정원이 남배우 최재림·강홍석과 번갈아 출연했다. 최승연은 “뮤지컬 팬들 사이에 젠더프리 캐스팅 대상으로 가장 자주 오르는 배우는 차지연”이라며 “이는 주로 여성으로 구성된 중소극장 뮤지컬 관객의 예민한 젠더 감수성을 반영하는 것으로, 오랫동안 비주류로 머물렀던 여성 배우들이 연기하는 ‘여성 서사 뮤지컬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린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여성 관객의 젠더 감수성이 공연을 직접 경험하는 ‘쾌락’과 ‘옳은 것’에 대한 믿음이 결합한 관극 패턴을 낳는다고도 봤다. 아무리 빼어난 연기와 음악이 즐거움을 주더라도, 배우나 스태프에게 윤리적 문제가 있거나 극의 서사가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으면 관극을 꺼리는 관객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주인공의 처절한 운명과 목이 터질 듯한 열창을 핵심으로 하는 뮤지컬 선호도가 다양해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른바 ‘순한 맛’ 뮤지컬도 잇달아 나왔으며, 과거의 인기작과 전혀 다른 감수성의 뮤지컬도 흥행했다. <긴긴 밤>, <테일러>, <고스트 베이커리> 등이 전자, <그레이트 코멧>, <하데스타운>이 후자다.

특히 <하데스타운>의 성취에 관한 이야기가 토론에서도 자주 나왔다. 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한 <하데스타운>은 2021년 초연에서는 흥행하지 못했으나, 지난해 재연은 성공했다. 김유철은 “뮤지컬 제작자 지망생을 대상으로 강의를 나가면, 10명에 7명은 <하데스타운>을 최고로 꼽는다”고 전했다. 박병성은 “<하데스타운>은 모두가 아는 유명한 서사를 현대적으로 각색했으며, 기존 뮤지컬 음악의 낡음을 벗어난 새로운 음악을 들려줬다”며 “낯선 작품이어서 흥행이 안될 거라 생각했으나, 마니아 팬과 일반 관객 모두에게 인기를 끌었다”고 말했다. 최승연은 “<하데스타운>에서 서사는 논리적으로 이어지지 않고 음악 시퀀스 별로 구현된다”며 “양식적 새로움이 젊은 세대에게 받아들여졌다”고 말했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을 보면, 지난해 뮤지컬 총매출은 4652억원으로 전년(4590억원) 대비 1.3% 성장했다. 코로나19 이후 급성장한 뒤 공연 시장의 성장세는 차츰 둔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성장중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다만 각종 인큐베이팅 시스템 덕에 뮤지컬 작가, 작곡가는 많이 배출됐지만, 연출가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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