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BS 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영화 '콘클라베'를 만든 에드워드 버거 감독이 과거 한국 영화 '접속'을 리메이크한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끈다.
16일 영화사 명필름과 명필름 아트센터를 운영 중인 심재명 대표는 자신의 SNS에 '콘클라베' 관람 후기를 올리며 버거 감독과의 인연을 공개했다.
심 대표에 따르면 과거 명필름이 제작한 영화 '접속'(1997)의 리메이크 판권을 한 독일 영화사가 사갔고, 버거 감독이 연출해 '여인2와 해피엔드'(원제: 'frau2 sucht happyend')라는 제목으로 현지에 개봉했다.
장윤현 감독이 연출하고 명필름이 제작한 '접속'은 한국 영화 르네상스의 시작을 알린 작품으로 유명하다. 멀티플렉스가 없던 시절 전국 67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그해 한국 영화 흥행 1위에 올랐다. 감각적인 연출과 한석규와 전도연의 열연에 호평이 쏟아졌으며, OST 'A Lover's Concerto'는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 버거 감독은 '접속'의 특별한 감성을 눈여겨봤던 것으로 보인다.
심 대표는 "1997년 '접속'을 개봉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독일에서 리메이크 판권을 사고 싶다고 연락이 와 좀 의아했었다. 독일에서 왜? 요즘은 한국 영화 리메이크가 흔하지만 그땐 참 드문 일이었다. 암튼 '여인2와 해피엔드'란 제목의 리메이크작을 2001년 2월 베를린영화제 참석차 독일에 갔다가 베를린의 어느 작은 극장에서 봤다. 그 영화의 감독이 '콘클라베'를 만든 에드워드 버거다. 25년 전 한국 영화를 리메이크했던 그가 그 사이 '서부전선 이상 없다'와 '콘클라베' 같은 비범한 영화를 만든 감독으로 성장했다니 이 사람 참 훌륭하게 나이 들어가네라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콘클라베'는 최근 본 영화들 중 가장 좋았다. 교황 선출의 선거 과정이 이토록 흥미진진할 줄이야"라며 피터 스트로갠의 훌륭한 각본과 랄프 파인즈의 명연기, 촬영과 편집, 사운드에 대한 호평도 덧붙였다.
심 대표의 말대로 버거 감독은 독일에서 활동하던 2001년, 1시간 36분 분량의 '여인2와 해피엔드'라는 영화를 만들었다. 당시 공개된 예고편과 포스터를 보면 '접속'과 비슷한 듯 다른 분위기가 돋보인다. 라디오 진행자와 전화 교환원이 인터넷 채팅방에서 익명으로 만나 교감하는 내용을 그렸다. '접속'과 달리 한석규가 연기한 캐릭터는 미혼이 아닌 아들을 하나 둔 남자로 설정을 바꿨다.
에드워드 버거 감독은 오스트리아계로 현재 할리우드가 가장 주목하는 감독 중 한 명이다. 1998년 'Gomez - Kopf oder Zahl'이라는 영화로 연출 데뷔했으며, 두 번째 장편 영화가 '접속'의 리메이크작인 'frau2 sucht happyend'다. 그는 2022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서부전선 이상 없다'로 전 세계적인 호평을 받았고, 2023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포함 9개 부문에 리메이크 돼 외국어 영화상과 촬영상 등 4관왕에 올랐다.
신작인 '콘클라베'는 올해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했으며,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8개 부문 후보에 올라 각색상을 받았다. 이 영화는 지난 5일 국내에 개봉해 15만 관객을 돌파하며 국내에서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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