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 보험설계사로 근무하던 30대 A 씨는 영업에 필요한 자본금을 마련하기 위해 불법 대부업자로부터 최초 500만 원을 빌렸다. 연 이자 60%의 굴레에 갇힌 A 씨는 높은 이자율을 감당하지 못해 추가로 대출을 받으며 4년간 1억 4000만 원을 상환했지만 빚은 계속해서 쌓였다. A 씨는 다른 대부업자로부터 연 이자율 180%에 1800만 원을 재차 빌렸고, 이 또한 3억 원의 빚으로 불어났다. 대출 ‘돌려막기’를 통해 대출금을 상환하던 A 씨는 결국 대부업자들에게 고소당해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18일 경찰과 금융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제도권 금융 대출의 문턱이 높아지면서 불법 사금융에 손을 벌리는 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손쉽게 대부업 광고를 접할 수 있는 환경 탓에 소위 ‘MZ’라고 불리는 2030세대의 불법 대부업 피해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서울경제신문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20세 이하 불법 사금융 피해자는 102명으로 2023년 55명에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20세 초과 30세 이하 피해자 역시 384명에서 645명으로 급증했다. 청년층의 불법 사금융 이용 경험 응답률이 2022년 7.5%에서 2023년 9.8%, 지난해 10.0%로 늘었다는 서민금융연구원 조사 결과 역시 MZ세대의 불법 사금융 피해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경기 악화와 더불어 제도권 대출길이 막히면서 폐업 위기에 내몰린 젊은 자영업자나 개인 영업을 해야 하는 프리랜서 등이 울며 겨자먹기로 높은 금리를 감수하는 사례가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폐업 후 다시 창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도 정상적인 금융권의 도움을 받기 어려운 서민들이 불법 대부업을 통해 급전을 조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가게를 운영하며 돈을 빌렸다가 돈줄이 막힌 경우 불법 사금융을 이용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불경기가 계속되다 보니 제도권 금융을 통해 대출이 어려운 사람들이 높은 금리를 감수하고서라도 이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불법 대출은 살인적인 이자율에 원금 상환은 고사하고 이자를 갚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돈을 갚지 못할 경우 가해자들이 피해자의 통장을 대포통장 용도로 사용하는 등 범죄에 연루되는 2차 피해도 발생한다. 간혹 피해자가 가해자의 요구로 자신의 선정적인 사진을 보내는 등 성범죄의 타깃이 되는 경우도 있다. 홍푸른 디센트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살인적인 이자율 때문에 원금을 초과해 돈을 갚았음에도 빚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며 “최근에는 돈을 못 갚으면 자신의 알몸 사진을 지인에게 전송하는 등 추가적인 범죄로 연결되고 있는 만큼, 불법 대부업 이용을 근절하는 안내를 크게 강화하는 등 제도적인 지원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