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민자 제재가 연일 속도를 내며 미국 사회 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념 성향을 문제 삼아 영주권을 빼앗거나 비자를 제한하는 등 이민자를 대상으로 한 토끼몰이식 탄압이 이어지자 미국 보수층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코넬대 대학원생 모모두 탈은 미국을 떠나기로 했다고 1일(현지시간) 밝혔다. 그는 엑스에 올린 입장문에서 “법원이 유리한 판결을 내리더라도, 안전과 신념을 지킬 수 없을 것 같다. 길에서 납치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도 잃었다”며 “스스로 미국을 떠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영국·감비아 이중국적의 탈은 가자지구 전쟁 반대 시위 참여자를 추방하고, 대학이 반유대주의를 방조했다며 정부 지원을 끊는 등의 조치가 잘못됐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미 이민세관단속국(ICE) 조사가 시작됐고 탈의 비자는 박탈됐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연계가 의심된다는 이유로 휴직 조치됐던 이란 국적의 국제법 학자 헬리예 두타기는 지난달 28일 예일대 로스쿨에서 해고됐다. 그는 1일 엑스에서 “예일, 코넬, 컬럼비아, 하버드 등에서 보이는 것은 파시스트 통치의 표준화”라며 “표현의 자유를 행사한 학자와 학생을 범죄자 취급하고, 신상을 털고, 정학과 함구령을 내리는 일이 일상적으로 벌어진다. 대학은 반대 의견을 억압하는 공범이 됐다”고 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오스카르 아리아스 전 코스타리카 대통령도 미국 비자가 취소됐다. 아리아스 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어차피 미국 여행 계획이 없어서 영향은 없다”고 했다. 현지 언론은 그가 ‘관세를 무기 삼아 국제사회를 위협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한 점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진단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학생 비자 신청자들의 SNS를 조사하도록 각국 주재 대사관에 지시한 사실도 알려졌다. 친이스라엘 성향 단체가 비판적 학자나 학생의 ‘블랙리스트’를 관리한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념을 잣대로 한 이민 추방 속도전에 보수 지지층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추방 집행 과정에서) 벌어진 실수나 적법 절차에 대한 우려로 트럼프 지지층에서도 균열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인 인기 팟캐스트 진행자 조 로건은 “범죄자가 아닌 이들이 엘살바도르 교도소로 추방된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라고 했다. 보수 성향의 평론가 앤 콜터는 컬럼비아 대학에서 벌어진 대학원생 체포를 두고 “내가 추방하고 싶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지만,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한 수정 헌법 제1조 위반이 아닌가”라고 했다.
한편 지난달 8일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체포된 후 미국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 논란을 촉발했던 마흐무드 칼릴은 법원 관할권 다툼에서 작은 승리를 거뒀다. 이민 당국은 그의 재판을 루이지애나 법원으로 가져가려 했으나, 사법부는 뉴저지 법원에서 심리하라고 결정했다. AP통신은 루이지애나 법원이 미국 내에서 가장 보수적인 항소법원으로 꼽힌다고 평가했다. 칼릴의 아내 누르 압달라는 “마흐무드의 자유를 확보하기 위한 중요한 발걸음“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