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아모레퍼시픽, 美 스타트업과 상표 분쟁…에스파 ‘헬로버블’ 진출 제동

2025-04-29

(조세금융신문=신경철 기자) 아모레퍼시픽의 인기 염색약 ‘헬로버블(HELLO BUBBLE)’이 미국에서 상표권 분쟁에 휘말렸다. 뉴욕에 본사를 둔 신흥 뷰티 스타트업 ‘버블뷰티(Bubble Beauty, Inc.)’가 같은 이름의 상표를 미국에서 먼저 출원하면서 양사 간 법적 갈등이 발생한 것이다.

헬로버블은 아모레퍼시픽의 대표 헤어케어 브랜드 미쟝센에서 출시한 폼 타입 염색약이다. 과거 K-팝 아이돌 블랙핑크(BLACKPINK)를 모델로 기용해 ‘블랙핑크 염색약’으로 불리며 큰 인기를 끌었고, 최근에는 인기 걸그룹 에스파(aespa)를 모델로 선정해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분쟁으로 인해 미국 진출 전략에 뜻밖의 장애물을 만났다.

◆ 버블뷰티, 빠른 상표 출원…뒤늦게 대응 나선 아모레퍼시픽

3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2월 24일 미국 특허상표청(USPTO)에 버블뷰티가 출원한 ‘HELLO BUBBLE’ 상표에 공식 이의를 제기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버블뷰티는 지난해 2월 28일 스킨케어 제품 및 온라인 판매 서비스용으로 'HELLO BUBBLE'을 USPTO에 출원했으며, 같은 해 8월 27일 공식 공고까지 마쳤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8월 16일 같은 이름으로 출원을 시도했지만, 이미 버블뷰티가 선출원자로 확인되면서 상표 등록 절차가 중단됐다. 결국 아모레퍼시픽은 법적 절차를 통해 상표권을 확보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 아모레퍼시픽, ‘선사용권’과 ‘소비자 혼동’ 주장하며 반격

아모레퍼시픽은 크게 두 가지 법적 근거를 들어 반격에 나섰다. 첫 번째는 ‘선사용권(Priority)’이다. 선사용권은 특정 상표를 먼저 사용한 기업이 이후 타인의 상표 등록을 제한하거나 무효화할 수 있는 권리다. 아모레퍼시픽은 2011년부터 한국 시장에서 헬로버블 염색약을 꾸준히 판매했고, 미국에서도 2020년 이후 일부 온라인 채널을 통해 제품을 판매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두 번째는 ‘소비자 혼동(Likelihood of Confusion)’이다. 아모레퍼시픽은 두 회사가 동일한 이름의 브랜드를 사용할 경우 소비자들이 제품의 출처를 혼동할 우려가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USPTO가 이를 받아들일 경우, 버블뷰티는 ‘HELLO BUBBLE’ 상표를 사용할 수 없거나 아모레퍼시픽과 별도의 합의를 해야 한다.

이에 대해 버블뷰티는 지난 4월 5일 USPTO에 제출한 공식 답변서를 통해 “우리는 스킨케어 제품에만 상표를 사용할 예정이며, 아모레퍼시픽의 염색약과는 제품군이 달라 소비자 혼동 가능성은 낮다”고 반박했다.

◆ 버블뷰티, 틱톡 마케팅과 美 대형 유통망 확보로 급성장

버블뷰티는 지난 2020년 뉴욕에서 설립된 신생 브랜드다. 틱톡(TikTok)과 인스타그램 등 SNS를 적극 활용한 마케팅으로 Z세대 사이에서 급성장하고 있다. 최근 미국 주요 벤처캐피털에서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으며, 월마트(Walmart), 타깃(Target), CVS 등 주요 유통망 약 9,000여 개 매장에 제품을 공급하며 미국 시장에서 빠르게 입지를 넓히고 있다.

버블뷰티가 먼저 미국 소비자들에게 ‘HELLO BUBBLE’ 상표를 널리 알리게 된다면, 후발주자인 아모레퍼시픽이 향후 본격적으로 미국 시장에 진입했을 때 소비자들이 두 브랜드를 명확히 구분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로 인해 아모레퍼시픽은 자사 제품의 인지도 확보와 브랜드 정착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 국내외 인기 높은 ‘헬로버블’, 美 본격 진출 신호탄

미쟝센 헬로버블은 올리브영, 쿠팡,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등 국내 주요 온·오프라인 채널을 중심으로 젊은 소비자층의 높은 호응을 얻고 있는 인기 염색약이다.

과거 블랙핑크를 모델로 기용하며 국내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등 해외에서도 브랜드 인지도를 쌓았고, 최근 인기 걸그룹 에스파를 새 모델로 발탁하며 글로벌 시장 공략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다만 미국 시장의 경우 아직 아마존과 일부 소규모 한인 마켓 등 제한적인 유통망을 통해서만 판매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모레퍼시픽이 미국 현지에서 로펌까지 선임하며 적극적인 법적 대응에 나선 것은 헬로버블의 미국 내 본격적인 유통 확대를 준비하는 신호로 풀이된다.

◆ 양측 모두 전문 로펌 선임…장기 법적 공방 예고

이번 상표권 분쟁에서 아모레퍼시픽은 미국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에 위치한 NKL Law(Novick, Kim & Lee PLLC)를 법률 대리인으로 선임했다. NKL Law는 특허·상표 분쟁에 특화된 로펌으로 USPTO 소송 경험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버블뷰티 역시 뉴욕 맨해튼의 중견 로펌인 Meister Seelig & Fein PLLC를 선임해 대응에 나섰다. Meister Seelig & Fein은 브랜드 보호와 지식재산권 분쟁에서 공격적인 대응으로 명성이 높은 로펌이다.

현재 양측은 USPTO에서 분쟁 절차를 진행하고 있으며, 최종 결론까지 최소 1년 이상의 장기 공방이 예상된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미쟝센 헬로버블'의 미국 진출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상대측 상표 출원에 이의를 제기하게 됐다”며 “현재 양사 제품의 글로벌 시장 공존 방안을 놓고 협상을 진행 중이며,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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