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전 종전 관련 미 특사단과 5시간 회담을 가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제시한 우크라이나 평화안을 놓고 유럽과 본격적인 힘겨루기에 돌입했다. 평화안을 수정한 유럽이 전쟁 편에 섰으면서도 전면전이 오면 감당할 수 있겠느냐고 여론전을 펼치면서다. 미·러·우크라이나 3각 협상을 둘러싸고 유럽을 ‘방해꾼’으로 규정해 미국을 자기 쪽으로 끌어들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러시아는 2일(현지시간) 미 특사단을 곁에 둔 채로 유럽을 향한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스티브 위트코프 미 특사,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전 백악관 선임고문과 회담하기 전 한 포럼에 참석해 “유럽과 싸울 계획은 없다”면서도 “유럽이 싸움을 시작한다면 우리는 당장이라도 준비가 돼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전면전을 시사하는 발언도 나왔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서의 군사 작전을 “고전적인 의미의 전면전이 아닌 ‘외과수술식(surgical)’ 작전”이라고 규정하며 “유럽이 전쟁을 시작하면 러시아가 너무 빨리 승리해 협상할 상대가 아무도 남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푸틴 대통령이 유럽을 향한 전쟁 가능성을 언급한 건 유럽의 반발로 수정된 트럼프 평화안에 수용 불가 의사가 그만큼 명확하다는 뜻으로 읽힌다. “러시아가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받아들일 수 없는 조항들을 유럽이 일부러 끼워 넣는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푸틴 대통령은 “그들(유럽)은 전쟁 편에 서있다”고도 주장했다.
이후 푸틴 대통령, 유리 우샤코프 외교정책 보좌관, 키릴 드미트리예프 특사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미 특사단과 5시간 회담에서도 러시아는 같은 입장을 고수하며 미 측의 전향적 태도를 요구했던 것으로 보인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회담 후 “유용하고 건설적이며 의미가 있는 대화였다”면서도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 우크라이나 위기 해결에 더 가까워지지도, 더 나아지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 역시 미 특사단에 “미국 측 계획의 일부 조항에는 동의할 수 있으나 다른 조항들은 수용이 불가하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의 거센 반발은 트럼프 평화안 초안에 대한 만족감과 이후 유럽판 수정안에 대한 불만을 동시에 반영했을 수 있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은 28개 항목의 평화안은 러시아에 지극히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금지 명문화 ▶우크라이나 병력 60만명 상한선 제한 ▶자포리자·헤르손 현 전선은 동결 ▶우크라이나가 점유하고 있는 도네츠크주 20% 땅은 러시아 영토로 인정하되 완충지대로 구축 등이 골자다. 러시아 입장에선 유럽의 동진을 차단하는 동시에 영토도 폭넓게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었다.
이에 유럽은 해당 28개 항목 초안을 토대로 수정안을 만들었고 평화안은 이를 반영해 19~20개로 조정됐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유럽판 평화안에는 영토 문제의 경우 도네츠크주 20% 양도 등 문구 대신 “영토 문제는 종전 후 트럼프·젤렌스키 양 정상이 직접 회담을 통해 최종 결정한다”는 수준의 유보적 표현이 담겼다. 이밖에 미 정치전문매체 악시오스는 유럽판 수정안이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금지라는 틀은 유지하면서 미·유럽이 참여하는 새 집단방위 체제를 제시했다고도 보도했다.

유럽판 수정안이 트럼프 평화안에 얼마나 반영돼 러시아에 최종 전달됐는지는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다만 푸틴 대통령이 유럽을 전쟁 세력으로 규정한 데서 영토 획정과 우크라이나 집단방위를 놓고 무게추가 다시 유럽으로 쏠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가 수정된 평화안을 갈등 원인으로 몰아놓고 중재자 미국의 선택을 요구하는 것 아니냐는 의미다.




![[속보]李대통령, 軍대북전단 논란에 “사과 생각도 하지만…종북몰이 걱정”](https://newsimg.sedaily.com/2025/12/03/2H1L57KZY4_2.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