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전우중 기자]
한 우 창 태안군지부장

한국양봉협회
올해도 작년에 이어 우리 양봉인들 대부분이 수입은 줄고 시름만 늘어나고 있다. 그 이유로는 꿀벌집단 폐사하는 사례가 더 늘어났기 때문이다. 충남 지역의 월동 폐사율은 48%로 조사 되었으나 이곳 태안 지역은 그보다 많은 55%가 넘는 꿀벌집단 폐사 현상을 겪었다.
올해로 양봉업을 시작한 지 12년이 넘은 필자 또한 올해 초 월동 후 꿀벌 폐사를 직접 겪으면서 양봉업 선택을 후회한 적도 있으며, 가끔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의 좌절감도 느꼈었다.
이처럼 양봉업에 대한 불안함은 올해만의 피해 사례가 아니라 몇 년째 누적된 결과로, 앞으로도 매년 되풀이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양봉농가의 고충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은 생업의 문제로 실질 소득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꿀벌집단 폐사로 인해 몇 년째 봉군 가격을 크게 올랐다.
그렇다 보니 새롭게 투자해서 벌통을 늘리고 꿀을 팔아 전업농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어려움이 실제로 크다.
특히 기후변화의 직간접적 영향과 꿀벌집단 폐사가 지속됨에 따라 양봉산업이 큰 타격을 입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농업 분야에 비해 정부의 정책적 지원에서 양봉 분야는 늘 소외 대상이다. 22년 기준 꿀벌의 화분 수정의 매개체로서 경제적 가치가 벌꿀 생산액의 15배 이상이며, 공익적 가치는 6조 5천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리고 식량의 70%가 벌에 의해 수분 매개가 이루어지며 자연환경 보전과 생물다양성의 유지라는 공익적 가치가 크다는 것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마치 다른 나라의 남 일처럼 느껴지며, 무관심뿐이다. 계속된 경기 침체로 자영업자는 물론 어려움을 겪는 농가들이 많겠지만, 그중에서도 양봉농가의 경제적 어려움은 업종 포기 직전의 상태로 내몰리고 있다.
올해 공적인 모임이나 사적인 모임에서도 제일 많이 들은 인사가 꿀벌 사라짐에 대한 걱정이었다. 한편으로는 늘 감사한 마음이 들면서도 걱정을 해주는 그 농가에서조차 농약과 살충제를 뿌리고 있는 것이 현재의 실정이다.
꿀벌 사라짐 현상의 이유로 가장 많이 이야기되는 부분은 기후변화와 말벌에 의한 피해, 그리고 응애 방지 실패를 들고 있다. 그러나 양봉업 하면서 고민하고 찾아낸 여러 이유 중에 가장 크게 느끼고 있는 것은 항공방제로 인한 피해와 그 피해가 누적되고 있다는 것이다.
2018년 이후 우리나라 농촌의 벼농사 및 산림 병해충 관련 항공방제가 보편화됐다. 항공방제를 통한 방법은 시군 별로 확대되었고, 오히려 밭농사까지 확대하려는 실정이다. 이와 맞물려 우리나라에서 2021년부터 양봉농가의 꿀벌 사라짐 현상(CCD)이 확대되었다. 이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고 본다.
이렇듯 기후변화 및 복합적인 여러 요인이 있겠으나 가장 큰 원인은 드론을 이용한 항공방제가 꿀벌 사라짐의 주요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니코틴계 살충제인 ‘네오니코티노이드’ 계통 농약 성분이 꿀벌집단 붕괴 현상을 일으킨다는 이유로 유럽연합(EU)은 해당 살충제 사용을 2018년부터 사용을 금지하였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도 일부 살충제는 꿀벌에 치명적인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의 살충제를 사용하고 있다. ‘네오니코티노이드계’ 농약 성분명 중 ‘이마다클로프리드’, ‘클로티아니딘’, ‘티아메톡삼’은 벼, 밀, 옥수수, 과일 꽃 등의 작물에 사용되는 살충제로 농진청에서 권하고 있는 이러한 살충제는 꿀벌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기에 약품 선정과 사용 시에 살충제 성분의 확인이 필요하다.
최근 8월 초순에도 우리 동네에서도 2차 드론 항공방제가 있었다. 양봉농가 입장에서 당연히 반대하고 싶지만, 농촌의 논농사 병해충 방제와 산림 항공방제는 드론으로 하는 것이 대세가 되었다. 오히려 더 많이 확대되는 것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대부분의 양봉장은 논과 산에 근접해 있다. 항공방제를 위해 드론으로 원액에 가까운 농약을 살포하면 그 물을 꿀벌은 가지고 돌아와 육아한다. 농약에 노출된 꿀벌만 죽는 것이 아니라 벌통 전체가 망가지는 피해를 가져오는 것이다. 한쪽의 일방적인 희생만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어려울수록 함께 살아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 특정 집단이나 생명체 중에서 인간들만을 위한 편의는 이기심의 발로이기도 하다. 이해가 충돌할 때 고려할 기준의 하나는 공익적 가치에 있다고 본다. 어떤 편익이 일부 개인이나 집단에 편중될 사안인지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며 지속가능한 이익을 줄 것인지를 물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양봉인만이 아니라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장기적 관점에서 초·중학교 정규 교육과정에 꿀벌 교육이 필요하며 시행되어야 한다. 드론을 이용한 항공방제를 못 하게 할 수 없다 해도 꿀벌의 피해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약품을 선정하는 단기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또한 양봉농가의 피해 보상 방안도 같이 마련되어야 한다. 공익적 가치는 함께 연대하여만 지켜갈 수 있다고 본다.
축산신문, CHUKSAN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