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얼마나 멍청하면 그따위 쓰레기에 우리 돈을 뿌렸나?”
“당신처럼 무능한 인간에게 돈을 맡긴 내가 바보지….”
1989년 뉴욕 맨해튼의 한 금융사 사무실에서 이 회사 투자책임자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맞은 편에 있던 남성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아무런 말 못하고 눈물을 삼키고 있었다.
자신의 회사를 차린 지 4년째, 거액을 맡겼던 고객사들에게 커다란 손실을 입힌 그는 돌아오는 길 다짐했다. “내 인생에 두 번 다시 이런 일은 없다.”
당시 42세였던 이 남자의 이름은 스티븐 슈워츠먼. 올해 77세인 그는 운용 자산이 1조 달러(약 1400조원)에 이르는 자산운용사 블랙스톤의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겸 공동 창업자다.
슈워츠먼은 40대 초반 겪었던 참담한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자신과의 맹세를 지키는 데 성공했고, 결국 ‘월스트리트의 새로운 왕’(포춘·2007년)에 등극했다. 자산 494억 달러(약 69조원)로 올해 포브스 세계 부자 순위 21위(10월 23일 기준)에 오른 그는 ‘트럼프의 경제 교사’ ‘미·중을 잇는 제2의 헨리 키신저’로도 불린다. 그가 세계 최대의 사모펀드 그룹을 일군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글 순서
◦ 달리기 선수, 월스트리트에 가다
◦ 실패에서 배웠다…“전원 참여하라, 모두 말하라”
◦ “사람 만날 때 메모하지 마라. 대신…”
◦ 부자에게 영감 주는 ‘통 큰 기부’
◦ 77세, 아직도 그를 찾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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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 선수, 월스트리트에 가다
슈워츠먼의 승부사적 기질은 어머니로부터 물려 받은 듯하다. 그는 필라델피아 교외의 유대인 중산층 가정에서 자랐다. 사업 확장에 관심이 없던 아버지와 달리, 어머니는 항상 부지런한 동시에 과감하고, 야망이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요트를 사서 항해법을 배우고 아이들을 태워 경주에 나가 트로피를 딸 정도였다. 슈워츠먼은 어머니를 두고 “시대를 잘 만났더라면 대기업 CEO가 됐을 것”이라고 했다.
슈워츠먼은 미국 최고 명문대로 꼽히는 예일대에 합격했다. 입학 비결은 우수한 성적, 그리고 달리기였다. 고교 때 육상부 주장이었던 그는 펜실베이니아주에서 100m 달리기 최고기록 보유자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대학 진학 후 감독과 불화 등으로 육상팀을 그만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