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 돌린 응급실… 가을·겨울이 더 ‘고비’ [뉴스 투데이]

2024-09-19

큰 혼란 없이 넘긴 연휴

연휴 기간 응급실 내원 32% 감소

119 이송병원선정 건수는 늘어나

국립대병원 응급실 가동률 24%P ↓

가을부터 골절·감염병 환자 증가

현장선 “전공의 없어 의료 질 하락”

정부, 의료계에 “대화 통해 해결을”

정부가 추석 연휴 5일 동안 우려했던 응급실 대란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평가했지만 필수의료 현장은 ‘의사 공백’이 해소되지 않은 데다 중환자가 급증하는 계절이 다가오면서 위기감이 여전하다.

보건복지부 정윤순 보건의료정책실장은 19일 응급의료 일일브리핑에서 추석 연휴(14~18일) 5일 동안 응급실 내원 환자는 일 평균 2만6983명으로 지난해 추석 대비 32% 줄었고, 응급실 내원 경증환자는 1만5782명으로 지난해 추석에 비해 39% 감소했다고 밝혔다.

정 실장은 “추석 연휴 기간, 개별 사례로 봤을 때 의료 이용이 불편한 경우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큰 혼란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정부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중증환자 중심으로 응급의료체계가 유지될 수 있도록 세심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 발언대로 긴장을 풀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소방청 일일소방활동상황에 따르면 추석 연휴인 16~18일 119구급상황관리센터 이송병원선정 건수는 251건이었다. 지난해 추석 연휴(2023년 9월28~30일) 148건에 비해 103건 늘었다. 추석 당일의 경우 올해 94건이 발생해 지난해(53건)보다 77%가량 증가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도 위기 상황을 타개할 뾰족한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의 한 응급의학과 교수는 “통상 긴 연휴가 끝나면 작은 병원에 있다가 상태가 나빠진 환자들이 대학병원 등으로 전원을 많이 한다”며 “의사 부족으로 응급실이 위기인 것처럼 연휴 이후엔 응급실은 물론 중환자실 운영에도 차질이 빚어지지 않게 잘 살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적은 인력의 활용도를 극대화할 핫라인 구축과 경증 환자 분산을 위한 콜센터 등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호흡기질환과 심뇌혈관질환, 감기와 감염병 등이 겹치는 가을과 겨울에도 위기가 계속될 것이라는 지적은 추석 전부터 제기됐다. 9월까진 사실상 병원의 ‘비수기’였고 10∼12월에 심뇌혈관질환과 낙상에 따른 골절 등으로 응급실 내원 환자가 급격히 늘어나기 때문에 장기적인 대책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지방 대학병원의 한 응급의학과 교수는 “추석 연휴는 어찌 지나갔지만 전국 대학병원에 ‘의국’이 사라지면서 대학병원들 수준이 2차 병원급이 된 지 오래”라며 “전공의들이 밤을 새우고 환자를 봐준 덕에 의료 질이 올라간 것인데 이젠 그럴 수가 없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국립대병원의 응급실 가동률(병상 포화지수)은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교육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문정복 의원이 전국 16개 국립대병원(분원 포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응급실 가동률은 46.7%로, 지난해(70.6%)보다 23.9%포인트 감소했다.

특히 수도권과 비수도권 응급실 격차가 컸다. 서울대병원의 응급실 가동률은 104.7%로 지난해 평균(99.1%)보다 높았지만, 반면 비수도권 국립대병원 14곳 중 응급실 가동률이 50%가 넘는 곳은 전남대병원, 제주대병원, 칠곡경북대병원, 경북대병원 등 4곳에 그쳤고 그마저도 모두 55% 이하다.

응급실 가동률이 가장 낮은 곳은 충북대병원으로 18.8%(지난해 49.5%)에 그쳤고, 전남대병원은 지난해 99.3%에서 지난달 54.2%로 응급실 가동률이 45.1%포인트나 하락했다.

정부는 의료계에 재차 대화를 촉구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의료계를 향해 “대화의 장에 나와 머리를 맞대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밝혔다. 장상윤 사회수석은 이날 “정부도 여·야·의·정 협의체에 의료계 참여를 설득해 나가려고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재영·김유나·구윤모·조병욱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