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더미 박스’만 말 들어줬다, 관심 목 말랐던 그녀의 죽음

2025-02-10

“대표님 안녕하세요.”

“아, 네. 안녕하세요.”

젊은 여성의 반가운 목소리였다.

그런데 누구인지 몰라서 당황했다.

내가 번호를 저장 안 한 건가?

“누구시죠?”

“청소 의뢰 드리려고 전화했어요. 전에 TV에서 뵀어요. 유튜브도 잘 보고 있어요.”

“아아… 네에….”

방송이나 유튜브에서 본 이를 사적으로 반갑게 대하는 경우가 있다.

내가 아는 분은 아니었지만 그는 나를 ‘잘 안다’고 느낀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라서 아직도 민망할 뿐이다.

전화한 사람은 건물주였다.

원룸 건물을 한 채 갖고 있는데 세입자가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목소리가 젊은 것으로 봐서, 이런 일을 겪어 본 게 아니라 ‘대비’해 왔던 것 같다.

건물주로서 겪어야 할 여러 ‘하자 보수’ 문제처럼….

유가족은 이미 다녀갔고 남은 보증금으로 청소하라고 했단다.

현장은 5층 건물의 2층 원룸이다.

“혹시 집 안에 들어가 보셨어요?”

“저는 못 들어가 봤고, 우리 애 아빠가 들어가 봤어요. 짐이 엄청 많대요. 큰 짐은 아니고 박스째로 물건이 엄청 많다고 하더라고요.”

건물 공용 현관엔 다행히 시취가 없었다.

한겨울이라 날도 춥고 방치도 길지 않았던 모양이다.

이런 종류의 냄새에 민감한 내 후각에도 통로까지 새어나온 뭔가는 없었다.

사고가 난 방의 문짝은 멀쩡했다.

억지로 뜯고 들어간 게 아니라 비밀번호로 열었나?

이젠 건전지를 빼둬서 문을 당기니 스르륵 열렸다.

그런데….

‘어이쿠 뭐야.’

문을 열고 보니 신발장 좁은 공간부터 박스가 가득 세워져 있었다.

물건이 들어 있는 것도 있었고 빈 것도 있었다.

좁은 방 안으론 크고 작은 박스들이 반 정도 차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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