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영풍,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승기…임시주총 집중투표 도입 무산

2025-01-21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서 MBK파트너스·영풍이 승기를 잡았다. 오는 23일 열리는 임시주주총회에서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이 추진한 집중투표제 도입이 무산되면서다. 지분 경쟁에서 밀리는 최 회장의 경영권 방어에 빨간불이 켜졌다.

2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는 영풍이 고려아연 임시주총에서 집중투표 방식으로 이사를 선임하는 안을 금지해 달라며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고려아연 지분 1.5%를 보유한 유미개발은 지난달 10일 집중투표 방식으로 고려아연 이사를 선임할 것을 청구했다. 그러나 MBK·영풍은 청구 당시 고려아연 정관이 집중투표제 배제를 규정하고 있어 집중투표제 방식은 상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상법 제382조의2 제1항에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소수 주주는 회사에 집중투표 방식으로 이사를 선임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고 돼 있어, 고려아연 정관에 따라야 한다는 주장이다. 재판부는 MBK 측 주장을 받아들여 유미개발의 집중투표청구를 적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집중투표제는 최 회장이 승부를 뒤집기 위해 꺼낸 카드다. 이사 선임 시 주식 1주당 선임할 이사의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로, 의결권을 특정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다. 지분율이 낮더라도 당장은 MBK 측의 이사회 과반 장악을 막을 수 있다는 전략이었다. 지난 17일 국민연금이 집중투표제 도입에 찬성하기로 하며 최 회장이 한숨을 돌리는 듯했으나, 가처분 인용으로 분위기가 급변했다.

MBK 측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법원의 가처분 인용 결정을 존중하며,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고려아연 거버넌스 개혁에 신호탄이 쏘아졌다”며 “임시주총은 단순 투표 방식으로 정정당당하고 공정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가처분 인용 소식에 고려아연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8.55% 하락한 75만9000원에 마감했다. 반면 영풍은 9.57% 급등한 41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9월부터 4개월 넘도록 치열하게 이어진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오는 23일 임시 주총에서 정리될 가능성이 커졌다. 집중투표가 아닌 일반 투표로 진행 시 출석 주주의 과반 찬성을 얻으면 이사로 선임된다. 현재 MBK·영풍은 고려아연 지분 40.97%를 확보해, 의결권 기준 지분율이 46.7%에 이른다. 해외 기관투자자 등으로부터 약 3.3% 이상의 우호 지분만 확보하면 주주 50% 이상의 지지로 원하는 이사 후보를 통과시킬 수 있다. 이미 노르웨이연기금 등 해외 기관이 MBK 측 손을 들어줘, ‘사실상 게임이 끝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국민연금도 이사 선임 안건에서는 고려아연과 MBK 측 후보 각각 3명씩 찬성하기로 했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12명(고려아연 측 11명, 영풍 측 1명)이다. MBK 측은 14명의 이사 후보를, 고려아연은 7명의 후보를 추천했다. 고려아연은 이사 수 상한(최대 19명)을 설정하는 정관 변경(출석 주주의 3분의 2 동의) 안건을 올렸으나, MBK 측이 반대해 부결될 수밖에 없다. MBK 측은 추천 후보 14명이 모두 이사회에 진입해 과반을 차지하면 고려아연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다. 고려아연 입장에서는 기관 투자자 등 기타 주주 모두의 지지를 얻는 ‘이변’을 기대할 수밖에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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