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도는 ‘폐점 리스트’…흔들리는 홈플러스, 소비자는 불안

2025-03-06

지난해부터 떠돌던 출처불분명 ‘목록’

사측은 “사실무근”이라는데 계속 확산

업계선 “최근 일련 사태 예고한듯”

“야금야금 한두 개씩 사라지더니 결국 우리 집 앞 홈플러스도 없어지는 건가요?”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소식이 알려진 직후부터 인터넷 육아 커뮤니티 등에는 이 같은 게시물이 잇따르고 있다. 해당 게시물에는 ‘폐점 예정인 홈플러스 점포들’이라는 목록도 함께 올라와 있다. 지역별로 정리돼 있는 이 목록에는 서울 강동점, 경기 수원영통점, 충북 동청주점 등 21개 점포가 명시돼 있다. 목록에는 ‘매출 부진, 일부 점포는 주상복합 완공 후 지하에 재입점’이라는 문구도 써 있다.

홈플러스와 노조 측 설명을 종합하면 ‘폐점 리스트’라 불리는 이 목록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돌던 것으로, 지난 4일 기업회생절차 개시로 다시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누가 어떤 목적으로 작성해 퍼트린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6일 경향신문에 “리스트는 여러 버전이 있는데 모두 사실무근”이라며 “이미 폐점을 발표한 곳이 섞여 있기는 하지만 거의 지어낸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폐점 리스트에 기재돼 있는 안산선부점, 동청주점, 부천상동점, 동대문점, 대구내당점, 부천소사점, 순천 풍덕점, 신내점, 부산반여점은 실제로 홈플러스가 영업종료를 발표한 점포들이다. 홈플러스는 “건물주가 건물을 새로 올리고 싶어하거나 적자인 매장들”이라며 “대부분은 재입점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폐점 및 재입점 일정 등과 관련해서는 “건물주 등과 협의 중”이라고만 설명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이 같은 폐점 리스트가 그간 홈플러스의 경영방식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최근 일련의 사태를 예고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대주주 MBK파트너스는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한 이후 알짜 점포 부동산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차입금과 이자 등을 갚아왔다. 인수 당시 전국 142개였던 점포는 지난해 127개로 쪼그라들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업황이 안 좋아지자 2020년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다운사이징(축소) 전략으로 비효율 점포를 문 닫았다”며 “반면 홈플러스는 매출이 잘 나오는 A급 점포를 팔았다. 돈 갚는 데 급급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폐점 리스트가 돌면서 소비자들도 불안해하고 있다. 관련 게시물에는 “OO점은 집 근처 유일한 마트인데 문 닫는다니 아쉬워요” “장사 안되나요? 행사도 엄청 많이 하던데” “매출 상관없이 돈되는 부동산 매각 전략이라고 합니다” 등과 같은 댓글이 붙고 있다.

한 소비자는 홈플러스 폐점과 관련해 “우리 입장에서는 어디서 장을 봐야 할지 고민이 생길 테고, 직원들에게는 일자리 문제가 더 큰 걱정일 거다. 또 대형마트의 빈자리가 지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생각해볼 부분”이라고 남겼다.

홈플러스 상품권을 급히 ‘처분’하려는 분위기도 역력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커뮤니티에 “폐점 주변 거주하시는 분들 상품권 빨리 사용하세요”라는 글이 올라오는가 하면, CJ푸드빌 등 상품권 수취를 거부하는 제휴업체들이 계속 늘면서 당근마켓에는 홈플러스 상품권 10만원권을 9만원에 내놓는 은 경우도 있다.

홈플러스는 기업회생절차 개시 직후부터 ‘정상영업’을 강조하고 있다. 이날도 “상품권은 홈플러스 전 매장에서 정상 사용 가능하다”며 “일반 상거래 채권이므로 기업회생절차에 따른 금융채권 상환 유예 조치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자금난이 공개적으로 드러난 만큼 영업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박상준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할인점은 백화점과 달리 직매입 중심이기 때문에 재고 확보를 위해 현금 매입 혹은 외상 매입 거래를 진행해야 한다”며 “유동성 악화에 따른 어려움으로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중기적으로 영업 능력 약화가 심화될 가능성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기업회생절차를 매각이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위한 정리 수순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홈플러스 노조는 이날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와 함께 MBK 사무실이 있는 서울 광화문 D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MBK는 기업회생을 통해 부채 부담을 줄여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고 결국 매각차익을 벌어들이려 할 것”이라며 “김병주 MBK 회장은 자산을 출원해서라도 책임을 다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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