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2위 홈플러스의 몰락 [기자의눈]

2025-03-05

“유통 생태계를 제대로 모르는 채로 금융 논리에만 몰두하다 보니 시장의 흐름을 못 따라간 것 아닌가 싶습니다.”

2015년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를 약 7조 원에 인수했다. 이 중 5조 원은 홈플러스 명의로 대출을 받아 충당해 홈플러스에 막대한 부채 부담을 안겼다. 재무적 압박은 신규 투자 부족으로 이어졌다. 결국 점포를 매각하며 빚을 갚아 나갔지만 핵심 상권을 잃고 장기적인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설상가상 신규 출점마저 중단하면서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후 홈플러스의 점포 수는 144개에서 126개로 쪼그라들었다. 고용 인력 역시 기존 2만 5000명에서 2만 명 수준으로 줄었다.

홈플러스가 점포와 인력을 줄이며 숫자에 매달리는 동안 국내 e커머스 시장은 급성장했다. 쿠팡이 지난해 매출 40조 원을 돌파한 것이 대표적이다. 소비자들은 더 저렴한 가격, 보다 편리한 배송, 다양한 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에서 대형마트를 점점 외면하기 시작했다. 같은 비용을 지불하면서 더 높은 만족을 얻을 수 있는 선택지가 등장하자 소비자들이 떠나기 시작했지만 홈플러스는 이에 대응하지 못했다. 뒤늦게 식품 특화 매장인 ‘메가 푸드 마켓’ 리뉴얼을 단행하기도 했으나 격차를 좁히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소비자들의 쇼핑 패턴 변화 역시 영향을 미쳤다. 과거에는 주말마다 가족 단위로 대형마트를 방문해 한꺼번에 많은 상품을 구매하는 형태가 일반적이었지만 1~2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대량 구매의 필요성이 줄어들었다. 대신 신선식품을 자주 소량으로 구매하는 트렌드가 확산됐고 이는 편의점과 프리미엄 슈퍼마켓, 그리고 온라인 신선식품 배송 시장의 성장을 이끌었다. 다른 마트들은 소비자들의 발길을 끌기 위해 ‘놀거리’와 ‘볼거리’ 시설 투자에 집중하기 시작했지만 홈플러스는 이러한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경쟁력을 잃었다.

결국 홈플러스의 몰락은 금융 논리에 매몰돼 변화하는 시장을 읽지 못한 결과다. 소비자는 더 이상 과거의 방식에 머무르지 않으며 기업이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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